진짜 백수오 효능 검증 문제 공론화…"건강기능식품 제도 자체가 비과학적" 비판도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가짜 백수오’ 사태를 계기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효능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건강기능식품 제도는 산업 발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정작 중요한 효능 검증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는 지적이다.

가짜 백수오 사태가 발발하기 전부터 의료계 내에서는 ‘진짜 백수오’의 갱년기 증상 개선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아직 검증이 안됐다는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서석교 교수는 지난 4일 백수오의 효능과 관련된 논문이 국내·외 각 1편씩에 불과할 정도로 갱년기 증상 개선 효과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3년 국내에서 나온 첫번째 백수오 관련 논문은 백수오, 당귀, 이소플라본(콩에 함유된 식물성 여성호르몬)을 투여 받은 폐경기 여성 24명(평균 나이 45세) 중 58.3%가 갱년기 증상이 호전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구 대상자들의 폐경 증상 측정 방법과 증상 감소 정도를 계량화하지 않았다는 게 서 교수의 지적이다.

2012년 미국에서 나온 연구는 여성 64명을 대상으로 백수오, 속단, 당귀가 각각 3분의 1씩 함유된 복합제를 복용하도록 한 결과, 폐경 증상이 개선됐다고 했다.

하지만 서 교수는 “지금까지 출간된 관련 논문은 모두 백수오 단독으로 효능을 검증하지 않고 당귀 등 다른 물질과 섞은 혼합물을 투여해 효능을 비교했다”며 “이 논문들은 갱년기 증상 중에서 안면홍조나 땀 등의 증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좋아졌는지 수치상으로 확인되지 않고 절대적인 표본 수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갱년기 건강에 전반적으로 유익할 것으로 생각해 많은 여성들이 백수오를 복용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폐경 증상 감소 이외에 뚜렷한 효과가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고도 했다.

건강기능식품 효능 검증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식약처의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 및 기준·규격 인정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 제조에 사용되는 기능성 원료에는 4가지 등급을 부여한다. 근거 자료 수준이 과학적 합의(Significant Scientific Agreement)에 이를 수 있을 정도로 높으면 ‘질병발생 위험 감소 기능’으로 ‘○○ 발생 위험 감소에 도움을 준다’고 인정한다.

이보다 낮은 수준으로 건강상 기여나 기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경우 ‘생리활성기능’으로 인정되며 1~3등급으로 나뉜다. 생리활성기능 1등급은 특정 기능에 도움을 준다는 의미이며, 2등급은 도움을 줄 수도 있다, 3등급은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인체적용시험이 미흡하다는 의미다.

명확한 기능을 인정하는 질병발생위험감소기능 등급을 받은 원료는 칼슘과 비타민D, 자일리톨 뿐이며 생리활성기능 1등급도 글루코사민 등 7개가 전부다.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명승권 박사는 “백수오나 이엽우피소나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내츄럴엔도텍이 밝힌 백수오 관련 임상 결과도 충분하지 않다”며 “플라시보(위약) 효과 정도 밖에 안 된다”고 했다.

명 박사는 “백수오는 생리활성기능 2등급으로, 임상시험을 한번만 해도 받을 수 있다”며 “그 효과를 입증하기에는 근거가 너무 부족하다. 사실 건강기능식품 대부분이 생리활성기능 2등급”이라고 지적했다.

명 박사는 “생리활성기능 3등급은 임상시험 자체가 미흡한 것으로 효과가 없다고 봐도 된다”며 “그런데도 식약처에서 이를 기능성 원료로 인정해 건강기능식품으로 제조 판매하도록 허가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생리활성기능 1등급을 받은 글루코사민도 이미 효과가 없다고 결론났다(한국보건의료연구원 2010년)”며 “건강기능식품제도 자체가 엉터리이고 비과학적”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