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지난달 28일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방안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개선안을 추진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논란이 일자 ‘완전 백지화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내년에는 총선 그 다음해에는 대선이 있기에 다시 개편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건강보험료 형평성에 대한 논란은 역사가 오래됐다. 과거 지역가입자는 정확한 소득 파악이 쉽지 않아 집과 자동차 등의 재산 수준을 가늠해 보험료를 부과했다. 그러다보니 수많은 부조리와 민원이 발생했다. 저소득층의 고충은 특히 심했다. 월세 보증금 500만원이 있다는 이유로 매월 5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내야 했던 ‘송파 세 모녀’ 사건은 극단적인 사례다.

직장가입자도 역시 논란이 있다. 근로소득자의 경우 부수입이 크거나 재산이 많아도 보험료를 적게 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위장 취업’ 사례도 있었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09년부터 2014년 6월까지 위장취업을 시도하다 적발된 인원은 8,151명에 달한다. 이들이 덜 낸 건보료만 290억원이 넘었다.

합법적으로 아예 건보료를 안 내는 경우도 있다. 피부양자로 등록된 경우다. 연금과 금융소득이 각각 4,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배우자나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재되어 보험료를 안 낸다. 50대 중후반 베이비붐 세대가 직장을 은퇴하면 이런 ‘무임승차’ 수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는 이러한 비합리를 바로잡겠다고 각계 전문가를 모아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을 꾸렸다. 개편안을 시행하면 저소득층 600만명의 건보료는 내려가고, 직장가입자와 피부양자 가운데 소득이 높은 45만명은 건보료가 다소 상승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획단 발표 하루 전에, 정부는 백지화를 택했다. 연말정산 파동을 계기로 증세 논란이 거세지고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뒤늦게 ‘연소득 500만원 이하 지역가입자 건보료를 인하하겠다’고 밝혔지만 이건 더 나쁜 미봉책이다. 2016년부터 조 단위의 적자가 예상되는 건보 재정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부과체계 개편 무산은 예정된 실패였다. ‘큰 폭의 보험료 인상’과 ‘피부에 와 닿는 보장성 확충’을 동시에 추진하며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방식이 아닌 한, 건강보험 체계의 혁신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77년에 만들어진 저보험료 저수가 저급여 체계는 이미 한계 상황이다. 이번에 실패한 부과체계 개편의 방향은 큰 틀에서 옳은 것이었지만 그것만 고쳐서 될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명분’이 있었지만 실패한 것이다. 차라리 더 큰 차원의 건강보험 개혁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시간이 얼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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