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지난 15일 복지부는 노인정액제를 당분간 현행대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문형표 장관이 지난해 1, 2차 의정합의와 국정감사에서 밝혔던, ‘노인외래정액제 개선’이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노인정액제는 65세 이상인 환자가 외래로 내원해 진료와 처치를 받았을 때, 진료비가 1만5,000원 이내일 경우 본인부담금을 1,500원만 내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만약 환자가 1만5,000원을 1원이라도 초과하게 되면 본인부담금이 ‘정액’에서 ‘정률’로 바뀌어 총 진료비의 30%를 내야만 한다. 이 때문에 의료 현장에서는 노인들의 항의가 거세다.

문제는 14년 전 제도가 만들어진 후 정액구간이 단 한 차례도 증액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2009년 심평원이 시행한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층의 의원급 의료기관 진료비 평균은 1만5,073원이었다. 의료 수가 상승으로 인해 2014년에는 1만8,000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당수 노인 환자들이 ‘정액’ 구간을 벗어난다는 뜻이다.

이런 환경에서 노인정액제는 본래의 의도와 달리 왜곡될 수밖에 없다. 첫째, 의사들이 정액구간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편법과 불법을 자행할 개연성이 있다. 적지 않은 의사들은 실제 진료한 처치 중 일부를 누락시킨다. 심지어 진료비 총액이 1만5,000원을 초과하더라도 환자에게 1,500원만 받기도 한다. 둘째, 노인들이 적절한 의료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예를 들어 주사와 약물 그리고 물리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있다면, 일부 처치를 누락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셋째, 정액구간을 초과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면 노인 복지향상이라는 원래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14년간 정액 구간을 동결했다는 것은 그간 노인 복지 혜택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왔다는 뜻이다. 그 혜택이 일부 노인에게만 돌아간다는 면에서 형평성 문제도 있다. 넷째, 이 제도를 방치할 경우 의사-환자-정부의 갈등을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점이다. 의사들은 정액 구간을 ‘살짝’ 넘긴 환자들에게 제도의 내용과 취지를 설명하느라 이미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이게 앞으로 더 심해진다는 뜻이다. 오죽하면 최근에는 환자에게 ‘정부가 지원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 설명하며 정부에 직접 항의하라고 연락처를 알려주는 의사들이 늘고 있을까. 게다가 정부가 갑자기 약속을 어기는 통에, 규제 기요틴 반발과 관련한 정부의 ‘보복 조치’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개선이 시급하다. 정액구간을 늘리든, 정액제를 아예 없애든 획기적인 개선 방안이 나와야 한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금액이 크지도 않다. 심평원에 따르면 정액구간을 1,000원 올릴 때 60억원 정도가 소요된다. 2만원으로 정액구간을 늘려봤자 300억원에 불과하다. 노인 복지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투자할 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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