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신경외과장직 사임하고 사과했지만 잘못 인정은 아냐”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폭언과 폭행에 의무기록 조작 지시까지 했다며 전공의들로부터 교수 직위 해체 요구를 받고 있는 A대학병원 신경외과 K교수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K교수는 과장직을 내려놓고 전공의들에게 사과했다고 했지만 신경외과 전공의들이 제기한 의무기록 조작 지시 등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하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전공의들이 병원 측에 탄원서를 제출한 지 이틀 뒤인 지난 26일 밤 어렵게 전화 연결이 된 K교수는 “전공의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신경외과장직을 사임했다. 또 용서를 구하고 무릎 꿇고 사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탄원서를 통해 지적한 폭언·폭행, 의무기록 조작지시, 수련교육 회피, 펠로우 TO 신청 거부 등을 인정하기 때문에 사과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K교수는 “전공의들이 나 하나 잡자고 이런 일을 했다고 보지 않는다. 거기에는 상당한 배후세력이 있다고 본다”며 전공의들도 그 배후세력에게 이용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Q. 신경외과장직을 사임하고 전공의들에게 사과한 것이 탄원서에 적힌 내용들을 인정했기 때문은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 사과는 어떤 의미인가.

- 전공의들이 요구하는 조건 중 1,2번 아니냐. 표적이 내가 됐을 뿐이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 전공의들이 나 하나를 잡자고 이런 일을 했다고 보지 않는다. 그 착한 애들이…. 물론 그 중에는 극성 전공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일들은 병원과 기관에서 교육자와 피교육자 사이에서 많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보여준 일(전공의들이 탄원서에 적은 내용들)이 가장 악랄하면서 가장 극단적인 모습이다. 거기에는 상당한 배후 세력이라든지 그런 게 있다고 본다. 다른 목적하는 바가 있다. 이것은 신경외과와 기관이 무너질 수도 있는 일이다. 작년에도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다.

Q. 작년에도 있었다는 일은 무엇인가.

- 작년에 내 위의 선배가 이런 이유와 비슷한 일로 6개월 동안 신경외과장을 하다가 갑자기 그만두게 됐다. 보직 해임됐다. 그래서 내가 얼떨결에 과장을 맡아서 어렵고 힘들게 지내왔다.

글(탄원서)의 내용을 보면 좀 이상한 것들도 있다. 전공의로서 정확하게 할 수 없는 내용들이 자세히 표현됐다. 고함을 지르거나 욕설했다고 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의무기록 조작을 명령했다는 것은 증거자료도 없고 증명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런 내용들을 끼워 넣으면 훨씬 사람들에게 자극적일 거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리고 탄원서 마지막 내용을 보라. 교원(펠로우) 채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전공의들이 잘 알지 못하는 사안인데도 언급돼 있다. 우리 병원에 있는 분들은 이것을 보고 ‘어떤 큰 세력이 또 다른 일을 도모하기 위해 이런 일을 벌였구나’라고 한다. 이런 시각이 훨씬 많다.

Q.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 왜냐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선배가 신경외과장을 할 때 병원 직원들에게 괴(怪) 메일이 돌았다. 그래서 병원과 학교 측에서 진상을 확인하고 적당한 제재를 가해야 하니까 당사자를 보직 해임시키고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나도 똑같은 절차를 밟아서 징계를 받을 것이다. 전례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될 것이다.

Q. 어떤 세력이 일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했는데 무슨 뜻인가. 병원 내 알력 다툼이 있다는 것인가.

- 그건 알 수 없다.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일부 집단의 의견만 보고 판단하면 나를 생매장 시키는 것과 같다. 내가 어떻게 된다고 해서 이 문제들이 해결된다고 보기 어렵다. 병원에서는 절차상으로 오늘(26일)부터 모든 전공의와 교수들을 대상으로 진상확인을 한다고 하더라. 다른 교수들이 있기는 하지만 우선 표적이 된 게 나니까 적당한 수준의 징계를 받을 것 같다. 그 외 다른 해결방법은 없을 것이다. 거의 같은 형태의 일이 반복되고 있다.

Q. 왜 이런 일이 반복된다고 주장하는가.

- 똑같은 일은 아니고 약간 다르지만 결과는 같았다. 우리 과 전체를 깰 수 있는 일들이니 그런 부분에서는 같다. 신경외과장직을 사임하고 전공의들에게 사과한 것은 이 일로 해서 전공의들이 큰 상처를 받은 것 같아서다. 그에 대해 용서를 구했다는 의미다. 너무 자세히 알려고 할 필요도 없을 것 같고, 안다고 해도 실체를 밝혀질 수 없는 일이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었다.

Q. 전공의들이 요구하는 게 부당하다고 생각하는가.

- 나는 86학번으로 우리 과에서 21년을 있었다. 1993년부터 이곳에서 전공의를 했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행복한 수련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시대의 모든 피교육자와 전공의들은 나 때와는 다른 시대의 사람들이니 이런 일이 자꾸 생기는 것 같다. 교육자들이 새로운 시대의 피교육자 요구에 부응하지 못해 괴리감도 있는 것 같다. 또 이 시대는 글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세상이기 때문에 전공의들이 그것을 학습하고 있다. 학습을 하고 이를 자랑스럽게 떠들고, 또 이것을 다른 기관에서 받아서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 대구 인근의 다른 병원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들이 많이 벌어질 것이다. 이번 일처럼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병원 자체적으로 징계하고 해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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