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시도의사회 “이번 회기 심사 보류해 달라” 의견 제출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의료분쟁 조정을 의무적으로 개시하도록 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대한 심의에 들어가자 의료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복지위는 20일 오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이 발의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등 79개 법안을 심의한다.

오 의원이 발의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은 피신청인의 동의 없이 의료분쟁 조정을 개시하되 부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피신청인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의료분쟁 조정을 강제화하는 법안이 법안심사소위 안건으로 상정돼 논의된다는 소식을 접한 의료계는 법안 처리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조정의 당사자가 조정에 응할 의사가 전혀 없는데 조정절차 진행을 강제하는 것은 조정의 피당사자의 권리를 국가가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조정의사가 없는 사항을 강제할 경우에 오히려 소송과정 이전에 거치는 단계만을 추가하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인 바, 이는 궁극적으로 의료분쟁 조정과 관련한 사회적 비용만을 증가시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반대했다.

의협은 “조정절차를 강제화할 경우 의료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높은 대표적 수술 분야인 외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 전문 수술 영역에서 우수인력의 확보가 어려워져 학문적 퇴보는 물론 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조정절차의 강제화는 가뜩이나 침체 일로에 있는 외과 계열 활로를 완전히 차단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여 의료체계의 혼란과 붕괴를 불러일으킬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현재 파행을 겪고 있는 의료분쟁조정제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불합리한 대불금 조항, 과실이 없는 분만사고에 대한 보상 재원을 분만 의료기관에 분담시키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재원 제도 개선 등 현행 의료분쟁조정법의 문제조항들을 개선해 의료인들이 의료분쟁조정제도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 마련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며 “별도의 감정 등이 필요하지 않는 경우 진행할 수 있는 간이조정제도를 두는 것이 바람직한 분쟁조정제도 개선 방향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일부 시도의사회장들은 복지위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 측에 법안 처리에 신중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서울시의사회 임수흠 회장은 “의료계와 협조 없이 의료사고피해를 신속·공정한 구제를 빌미로 의료분쟁에서 강제조정이 입법화 되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복지위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해 당사자인 보건의료계의 의견 수렴 과정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의료분쟁조정위 내 불평등한 인적구성의 문제 등의 해결책 없이 조정 강제 개시 등으로 인해 일방적으로 의료인들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로 인해 의료인들은 방어 진료에만 전념하게 되어 결국 그 피해는 최상의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고도 했다.

충청남도의사회 송후빈 회장도 이날 오전 이 의원 측에 전달한 의견서를 통해 “강제 조정 개시 조항은 모든 보건의료인이 문제가 있다고 보는 사안이며 좀 더 폭 넓은 논의 후 입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복지위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보건의료계를 포함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이어 “대한의사협회도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대안을 모색하고 있으니 이번 회기에는 일단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

부산시의사회 김경수 회장도 이날 이 의원 측에 의견서를 보내 법안 심의를 미뤄달라고 했다.

김 회장은 “의료분쟁에서 강제조정이 입법되면 의료분쟁조정위위원회 내의 불평등한 인적구성의 문제, 조정 강제 개시 등으로 인해 일방적으로 의료인들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의료인들은 방어 진료에만 전념하게 되어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강제조정개시는 의료계 등과 좀 더 폭넓은 논의가 이뤄진 후 입법이 돼야 하는 민감한 사안”이라며 “보건복지위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해 당사자인 보건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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