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현 대표 간사랑동우회

[청년의사 신문 윤구현] 작년 대표적인 복지국가인 스웨덴의 주한 대사가 모 진보정당에서 주최한 초청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스웨덴은 기부가 그리 많지 않다. 우리 안에는 공유하고 있는 가치가 있는데, 자비를 베푸는 것은 좋은 일이고 많은 사회에서 자비를 베푸는 것에서 답을 찾지만 우리는 세금에서 찾고 있다. 이것이 우리 복지제도의 중요한 핵심이다.”


후원, 자원봉사와 같은 사적 복지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공공에 대한 신뢰가 낮기 때문이다. 대상자의 선정과 지원과정이 공정하지 않다고 여기면 자신이 직접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바람직하지는 않다. 필자가 사회복지사로 일할 때 어려웠던 일 중 하나는 ‘소년소녀가장’을 후원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독거노인, 치매노인’ 등으로 돌리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불행이 본인의 행동과 의지의 결과가 아닌 사람들, 이후 나아질 여지가 있는 사람을 더 도와주고 싶어한다. 소년소녀가장은 여기에 가장 맞는 대상이고 고령의 알코올 중독자와 같이 반대되는 대상을 개인적으로 후원하겠다는 사람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같은 치매환자라고 하더라도 후원자, 자원봉사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과 이들에게 욕설과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받을 수 있는 지원은 크게 다르다. 그러나 후원자, 자원봉사자들에게 불친절한 사람이라고 도움이 덜 필요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더 큰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사회성이 낮은 것은 가난의 이유이기도 하다.

후원과 자원봉사의 큰 비중은 기업이 담당하고 있다. 이익의 사회적 환원일 수도 있고 이미지 개선을 위한 것일 수도, 세금을 절약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목적에 상관없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과 개인의 사적인 사회공헌 활동은 경제 상황에 큰 영향을 받는다.

지난 30년간 기업의 기부금 규모를 조사한 연구는 경기불황 시 매출액보다 기부금이 더 크게 감소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경기가 나쁠 수록 도움이 더 필요하기 때문에 ‘도움’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반대되는 문제도 있다.

이런 것들이 복지국가들이 후원이나 자원봉사와 같은 사적 지원보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 지원을 선호하는 이유일 것이다.

시장조사 기관들은 종종 제약회사들의 이미지를 알아보는데 이때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질문도 포함되어 있다. 필자에게 이렇게 물었을 때 제약회사의 주된 역할은 ‘좋은 약’을 ‘빨리’,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 것이지 사회공헌 활동은 그 다음이라고 답해왔다. 기업의 본질적 역할은 좋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이익에 대한 정당한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지 사회공헌이 아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이번 국정감사에서 제약회사, 특히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낮은 기부금 지출이 지적될 것 같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이 매출액 대비 0.5%가 채 되지 않아 명성에 맞지 않고 국내 생산시설이 없어 제약산업에 대한 기여도도 낮다는 것이다.

사적 복지는 공적인 제도가 미쳐 챙기지 못한 부분을 책임져야지 국민들이 보편적으로 겪는 문제를 담당하게 해서는 안된다. 중산층이라고 하더라도 중증질환에 걸렸을 때 TV에 나와 자신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겨우 치료비를 댈 수 있는 사회를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 국회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은 보편적인 문제를 어떻게 제도적으로 해결할지이지 기업들에게 기부금을 더 내라고 할 것이 아니다. 게다가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기부금이 다른 기업에 비해 적은 것도 아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매출액 대비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지출액보다 두 배 정도 많다.

제약회사의 사회적 기여, 제약산업에 대한 공헌을 따진다면 수십년간 정책적 지원을 했음에도 변변한 신약하나 만들지 못한 회사들이 국정감사에서 논의되어야 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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