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A씨 웹툰에 의료계 발칵…"의학적 근거도 없는 터무니 없는 주장"


[청년의사 신문 김은영]

아이가 감기로 고열에 시달릴 때 오히려 땀이 날 정도로 따뜻한 이불을 덮어주는 게 옳다는 한의사의 주장에 의료계가 의학적 근거도 없는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며 황당해 하고 있다.

한방소아과 전문의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의사 A씨는 최근 한 언론사가 운영하는 육아건강정보커뮤니티인 ‘베이비트리’에 '아이 감기 열 날 때, 열 더 잘나게 해야'라는 주제로 웹툰(Webtoon) 한 편을 게재했다.

A씨가 게재한 ‘웹툰 한방’은 지난 1일 오후 5시 30분 기준 조회수 2만6,275건을 기록하며, 인기글 순위 1위에 올라와 있다.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A씨의 웹툰이 확산되자 곳곳에서는 의학적인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더욱이 A씨가 발열의 기본 개념에 대해 설명하면서 소아과 진료지침을 들어 해열제의 사용 시점을 언급하자 자칫 잘못된 정보로 인해 아이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씨는 웹툰을 통해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감기에 걸려서 열이 났을 때 시원하게 해주는 경우가 있다”며 “발열은 감기와 싸우기 위한 긍정적인 면역작용이기 때문에 이런 발열을 없애려고 하면 감기와 싸우기 위한 정상적인 면역 반응을 방해해 우리 몸에 더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세계적인 소아과 진료지침에도 해열제의 사용기준은 40.5°C, 아이가 힘들어할 경우 39°C 이상에서 사용하라고 돼 있다”면서 “즉, 발열은 감기와 싸우기 위한 건강하고 긍정적인 면역작용이기 때문에 발열을 없애려고 하면 감기와 싸우기 위한 우리 몸의 정상적인 면역 반응을 방해하게 돼 우리 몸에 더 해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발열로 힘들어하는 아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열을 없애려고 하는 것’이 아닌 ‘열이 편하게 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따뜻하게 이불을 덮어주는 것’을 가장 좋은 방법으로 꼽았다.

반면 좋지 않은 방법으로 젖은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는 물리적 해열처치(External Cooling)라고 언급했다.

A씨는 “몸에서 열을 내려고 하기 때문에 밖에서 열을 뺏기지 않도록 이불을 덮어주면 아이는 조금 더 편하게 열을 낼 수 있다”면서 “아이 혼자서 열을 낼 때 이불을 덮어줘 도와주는 것은 따뜻한 물을 많이 마셔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것과도 같은 원리”라고 말했다.

그는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는 것은 좋지 않지만 아이가 많이 힘들어할 경우 약간 시원한 수건으로 이마를 닦아주는 것은 생각해볼 수 있다”며 “몸을 젖은 수건으로 닦아주는 것은 효과가 미미하고 아이가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A씨의 주장은 의학적인 근거도 없는 상식에서 크게 벗어난 위험한 발언이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특히 ‘육아서의 바이블’로 불리는 <삐뽀삐뽀 119>의 저자인 소아청소년과 하정훈 원장은 A씨의 웹툰 내용에 대해 ‘엉터리’라며 정면으로 비난했다.

하 원장은 <삐뽀삐뽀 119>를 통해 아이의 열이 떨어지지 않으면 아이의 옷은 물론 기저귀까지 벗기고 미지근한 수건을 물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적셔 아이의 몸을 구석구석 닦아주라고 조언하고 있다.

열이 오를 때는 미온수를 몸에 적셔주는 테피드 마사지(Tepid Massage) 등으로 올라간 체온을 떨어뜨려 줘야지 A씨의 주장대로 아이 혼자서 열을 내도록 이불을 덮어 두는 것은 열의 발산을 막아 탈진을 야기하고 열성 경련까지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하 원장은 “어른의 경우에는 감기에 걸려 열이 났을 때 이불을 덮어도 해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아이들은 열성 경련을 일으킬 수 있어 소아과에서는 일반적으로 열이 나는 아이에게 이불을 덮어놓지 말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그는 “감기에 걸렸을 때 열이 나는 이유는 우리 몸이 감기와 싸우기 위해서라는 A씨의 주장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어른들의 경우 괜찮다는 의미지 아이들에게 적용될 수 없다는 점에서 A주장은 순 엉터리”라고도 했다.

또 A씨가 웹툰에서 ‘세계적인 소아과 진료지침’을 언급하며 해열제의 사용기준은 40.5°C, 아이가 힘들어 할 경우 39°C라고 주장했지만 “일부 (진료지침의) 내용만 보고 전체를 일반화 한 오류”라고 꼬집었다.

그는 “A씨가 전 세계적인 소아과 진료지침을 들어 해열제의 사용기준을 얘기하고 있지만 이는 말도 안 된다”며 “A씨는 일부 내용만 보고 얘기하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소아과 진료지침에는 그러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아이들의 경우 열이 나면 해열제를 쓰는 게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욱이 한의사가 해열제를 처방하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해열제에 대해) 얘기할 수 있겠냐. 열이 40°C 넘어 해열제를 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신문사에서 한의사가 쓴 이런 황당한 글을 낸 것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라고도 했다.

소아과 개원의인 B씨도 열이 지속될 경우 6개월부터 만 5세 미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열성 경기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열을 떨어뜨리는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열성 경기를 하지 않는 나이대에는 39°C를 넘지 않을 때 해열제를 쓰지 않고 열을 발생시키는 원인을 치료해 (열을) 떨어뜨리기도 한다”면서도 “하지만 6개월에서 만 5세 사이에서는 열 경기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경기를 막기 위해 이 시기의 아이들은 39°C가 되지 않더라도 해열제 등 약물 치료를 시작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가을이 되고 날씨가 점점 추워지면서 열 환자가 증가할 텐데 이런 (잘못된) 정보를 보고 그대로 따라해 열 경기를 일으키는 아이들이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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