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김은영] 최근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과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이 전라남도 지역 의과대학 유치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7·30 재보선에서 순천대 의대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이 최고위원과 목포대에 의대를 유치하겠다고 약속한 박 의원 간 설전은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 최고위원과 박 의원이 주장하는 의대 설립 이유는 이렇다. 박 의원은 섬이 많은 목포의 경우 섬에서 나와 광주지역 대학병원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인명 피해가 많기 때문에, 이 최고위원은 공업단지가 많은 순천 지역 특성상 산업재해 발생 우려가 높기 때문에 의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대 유치전을 보고 있자니 씁쓸하다. 이들이 의대를 유치하려는 전라도 지역에 있는 서남의대는 부실교육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어정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폐지 위기에 놓인 서남의대의 정원을 노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의대만 있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하고 있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제2의 서남의대’가 생기지는 않을까 우려되기까지 하다.

특히 이들이 내세우는 의대 신설 이유에도 딱히 공감이 가지 않는다. 전남 지역에 필요한 게 과연 의대인지, 대학병원 수준의 의료기관인지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의대가 있다고 의료접근성과 의료의 질이 바로 높아질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의 의대 유치전이 포퓰리즘으로 보이는 이유다.

우리나라에는 41개의 의대가 있지만 우리보다 영토가 두 배나 넓은 영국은 32개 의대가 전부다. 의대 숫자가 적은 게 아니라는 의미다. 때문에 의대를 신설하기보다는 현재 있는 의대들을 구조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구조조정을 통해 부실교육을 하는 의대는 정리하고 교육환경은 좋지만 정원이 40~50명으로 묶여 있는 의대에 그 정원을 주자는 것이다.

의대는 생명을 다루는 의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다. 이런 곳의 교육이 부실하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 것이다. 의대 하나 신설한다고 해서 그 지역 의료서비스 수준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많이 봐 왔다. 또 다른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