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조사 결과 상급종병은 ‘이득’…종병·전문병원은 수익 감소


[청년의사 신문 정승원]

정부가 병원계의 선택진료비를 평균 35% 이상 감축하고 그 손실분을 수가 인상으로 보전하기로 한 내용의 개정령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종합병원과 전문병원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번 개정령의 수가 보전 내용이 고도의 수술·처치를 하는 상급종합병원 위주로 돼 있어, 상대적으로 그 건수가 적거나 없는 2차 병원급 종합병원 및 대학병원, 그리고 전문병원에서는 선택진료 가산 축소로 인한 손실 보전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일단은 정부 방침대로 선택진료 가산율을 줄이는 수밖에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본지가 개정령 시행에 따른 상급종합병원과 2차 병원급 종합병원, 전문병원의 손실과 정부의 보전 규모를 조사한 결과, 상급종합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종별 병원에서 손실 비율이 더 크게 발생했다.

상급종합병원, 수가보존 정책에 표정관리’

상급종합병원은 선택진료 가산 축소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모습이었다. 정부가 선택진료비 감축 발표 이후 고도의 수술·처치, 중증환자 의료서비스 관련 수가 신설로 선택진료비 손실분을 보전해주기로 한 뒤 각 병원에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손실이 없거나 이익이 발생했다는 것.

매년 발생하는 선택진료비로 인한 수익이 개정령으로 인해 줄어들더라도, 신설된 수가에 대한 보전 방안으로 그 손실이 메워진다는 계산이다.

한 상급종합병원 고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선택진료비 감축으로 마이너스가 되는 금액과 수가 인상으로 플러스가 되는 금액을 시뮬레이션 해보니 손해가 없거나 조금이라도 이익을 본다는 결과가 나왔다”라며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병원 측에서 정부의 개정령에 반발이 심하지 않다”고 전했다.

중증 환자가 많아 고난이도의 수술을 많이 하는 병원이라면, 선택진료비 감축으로 인한 손실이 크더라도 보상금액 역시 크기 때문에 손실 보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른 상급종합병원의 고위 관계자도 “선택진료비 감축으로 인한 손실분을 난이도가 높은 수술 수가를 올려 보전해주기 때문에, 어려운 수술을 많이 하는 병원들은 재정적으로 큰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종병, 선택진료 수익 절반 사라지기도 …‘-35%’ 넘어

종합병원들 역시 자체적인 시뮬레이션을 마쳤지만 분위기는 상급종합병원과 사뭇 달랐다. 이들은 구체적인 수치까지 밝히며 선택진료 가산 축소로 인한 손실 보상안이 상급종합병원, 특히 빅5 위주로 마련돼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병원들은 내달 1일 이후 줄어들 선택진료비율에 따라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예외 없이 모두 손실이 발생했다.

또 종합병원들은 복지부가 발표한 ‘평균 35%의 선택진료비 감소’가 사실과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복지부는 이번 개정령에서 현재 선택진료 시 ▲50%까지 가능한 검사는 30% ▲100% 가능한 마취는 50% ▲100% 가능한 처치는 50% 등으로 하향조정했다.

이를 통해 올 한해 국민의 선택진료비를 35%를 줄일 수 있다고 했는데, 일반적인 종합병원에서는 이 감소 폭이 더 크게 나타난 것이다.


실제로 본지가 조사한 종합병원인 A·B·C병원은 개정령 시행 이전보다 선택진료비 수익 규모로 볼 때 각각 53%, 41%, 43% 감소했다.

손실과 보상 규모를 비교했을 때도 기존 선택진료비 수익이 줄어드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A병원은 연 평균 선택진료비로 인한 수익이 40억여원 발생했는데, 선택진료비 감축 이후 손실액은 22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정부가 수가인상을 통해 16억원을 보전했고 그에 따라 최종 손실액은 5억여원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A병원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선택진료 가산 축소로 인한 손실이 100% 보장 안 된다. 평균 35% 정도가 줄었는데, 정부 보전안대로 수가가 올랐어도 10~20%는 보전이 안 되는 것으로 나왔다”며 “이번 정책은 고도의 수술과 처치를 많이 하는 일명 빅5 병원에 유리하며, 빅5가 아니더라도 중증 질환 치료를 많이 하는 상급종병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B병원과 C병원은 두 곳 모두 대학병원에 매년 발생하는 선택진료비 수익도 각각 100억여원과 110여억원으로 비슷했지만, 선택진료비 감축과 손실보전 시뮬레이션 결과에서는 차이가 발생했다.

선택진료비 감축으로 인한 손실액은 각각 B병원이 41억여원, C병원이 48억여원으로 비슷했으나, 수가 인상 보전액에서 B병원이 15억여원, C병원이 39억여원으로 큰 차이를 보인 것.

이러한 결과로 인해 B병원은 최종적으로 26억원의 손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고, C병원은 상대적으로 적은 9억원의 손해가 나는 것으로 추계됐다.

이러한 결과에 B병원 관계자는 “정부에서 선택진료비 손실 금액을 메이저병원들 위주로 집계하다 보니 대학병원·종합병원이라고 해도 중증도가 떨어지는 환자가 많은 병원의 경우는 보전이 제대로 안 된다”며 “중증도 높은 수술이나 처치가 메이저병원에 주로 있기 때문에 관련 수가 보전을 해주더라도 종합병원들은 해당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C병원 관계자도 “선택진료비 감축과 정부 보전안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수가인상을 해줬다지만 상급종합병원 위주로 한 것”이라며 “정부는 100% 손실보전을 해줬다고 하는데 빅5 병원에만 해당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병원들의 수가 보전 방안을 마련할 때, 개별 행위를 선정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정부의 보전하기로 한 행위의 기준은 ▲상급종합 빈도가 60% 이상인 행위 우선 검토 ▲상급종합 및 종합병원 빈도가 80% 이상인 행위(외과계 수술) ▲기타 중증도가 높은 행위 ▲61개 항목(정형외과) 복잡행위 신설 등이다.

C병원 관계자는“정부는 상급종합병원에서 빈도가 60% 이상인 행위를 의학적으로 난이도가 있는 행위라고 해서 인상했다. 그런데 이 행위들이 실제로 의학적으로 난이도가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여기에 대해서 정부에 근거를 요구했는데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미 종별 가산에서 행위료에 차등을 두고 있는데, 이번 조치로 또 다시 상급종합병원들의 배만 불리게 됐다는 것이다.

한편, 2차 병원급 종합병원이라고 해도 중증도 높은 환자 치료를 많이 하는 병원의 경우는 선택진료 가산 축소로 인한 손실 금액이 미미했다.

대학병원인 모 종합병원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당초 선택진료비 가산 축소에 따른 손실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됐으나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손실액이 매우 적었다”며 “우리 병원은 연 170억여원의 선택진료비 수익이 발생하는데 정부의 수가 인상으로 대부분이 메워졌다”고 전했다.

전문병원, 단일 진료과목이라 수익 보전서 불리

선택진료비 가산 축소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또 다른 이들은 전문병원이었다. 이들은 정부가 선택진료비 축소에 반발해 지난달 전문병원 지정 반납까지 마다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당시 산부인과·안과·이비인후과 등의 전문병원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정부가 내놓은 ‘고도의 처치, 수술, 기능검사분야 수가 인상’ 방안은 수술 위험도가 높고 외래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부인과, 안과, 이비인후과 분야를 사실상 제외해 해당 전문병원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시뮬레이션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보건복지부 지정 전문병원인 D병원은 기존에는 연 평균 선택진료비로 인한 수익이 18억여원 발생했으나 선택진료비 감축으로 인해 6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런데, 수가인상으로 인한 정부의 보전은 1억2,000여만원 수준에 그쳐 최종적으로는 4억8,000여만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제도의 변경으로 인해 기존 수익인 18억여원의 25%가 넘는 연간 4억8,000여만원의 손해가 앞으로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D병원 관계자는 “정부 방침대로라면 앞으로 연 평균 4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하게 돼 그동안 시설에 투자한 것이 무의미하게 됐다”며 “전문병원에서 고도의 치료를 하더라도 정부에서 인정을 하지 않기 때문에 수가 인상에서 소외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개정령으로는 종합병원이나 전문병원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시행이 코앞인 현재 초상집 분위기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