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서울대병원이 아랍에미리트(UAE) 왕립 종합병원 위탁운영권을 따냈다.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의 크고 작은 병원 수출이 있었지만 종합병원을 맡아 운영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5년간 운영해주는 조건으로 총 1조원의 매출을 올린다. 또한 병원 전체 관리운영의 노하우와 경영진 및 의료진의 교육, 일반 직원의 교육도 맡는다. 또 해외 많은 국가들이 부러워하는 한국의 ‘병원정보시스템’도 함께 수출하게 된다.

서울대병원도 많은 노력을 했겠지만, 사실 이번 성과에는 정부의 노력도 컸다. 국가대 국가(G2G) 프로젝트로 UAE의 환자를 받아 치료하는 건수는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대통령이 직접 UAE를 방문해 한국 의료의 우수성을 선전하기도 했다. 일부 경영진과 브랜드만 수출하고 의료진은 2~3% 정도만 본국에서 파견하겠다는 해외 유명 병원들과 달리 전체 의료진의 20%를 한국에서 보내겠다는 약속도 경쟁에서 이기는 데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성과는 분명히 기뻐할 만한 일이지만, 몇 가지 반드시 짚어야 할 문제가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병원 수출 실적을 내기 위해서는 개선해야 할 점들이 많기 때문이다.

첫째, 관련 법령의 정비가 시급하다. 특히 의료기관들이 해외 투자에 필요한 자본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성과가 가능했던 것은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인데, 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의 병원 수출은 한계가 있다. 결국 수출은 민간이 주도해야 하는 것이므로, 의료기관과 관련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둘째, 의료기관과 관련 기업들의 상호 협력이 더욱 절실하다. 병원 수출은 고전적인 상품의 수출과는 차원이 다르다. 병원의 설계와 건축, 의료 인력의 파견, 전산 시스템의 구축과 운영, 현지 의료인의 교육 훈련, 건강보험의 운영 노하우, 진단 및 치료 장비, 경영관리 기법 등 수많은 유무형의 상품들의 수출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개념이다. 당연히 단일 의료기관이나 단일 기업이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해외 진출 노력이 각개 전투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다양한 주체들이 긴밀하게 상호 협력하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셋째, 한국의료 자체의 경쟁력 제고 없이는 해외 시장 개척도 어렵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3분 진료와 3저 시스템이라는 한국의료의 질곡이 역설적으로 현재 한국의료의 경쟁력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와 같이 왜곡된 의료 시스템이 지속되어서는 한국의료의 도약도 어렵고 해외 진출은 더 어렵다.

지금 막 시작된 ‘의료 한류’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병원, 그리고 관련 기업들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하면서 건강한 의료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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