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보편화된 ESD, 현장에선 적응증 제한 및 저수가로 불만 증폭7월 위암 적정성 평가 가이드라인 제정 앞두고, 제2의 심장학회 될까 촉각


[청년의사 신문 김은영]

지난 2011년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ESD)’ 시술이 건강보험 급여로 전환되면서 적응증 제한과 낮은 수가 책정으로 한 차례 진통을 겪었던 의료계가 조용한 반격을 시작했다.

‘내시경적 점막하 박리술 인정기준’ 시행에 따른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추후 수정·보완을 약속했던 정부가 4년이 지난 지금까지 논의에 나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 규정된 고시는 4년이 지나는 동안 단 한 번도 수정이나 보완 작업을 거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이 ESD 시술이 조기 위암 절제술로 보편화되면서 시행 건수는 2배 가까이 늘었고, 과거에 비해 종양의 크기나 위치, 형태 등 일괄 절제가 가능한 종양의 범위도 확대됐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 따르면 ‘내시경 점막 절제술(EMR)’을 포함해 ESD 시행 건수는 지난 2011년 1만5,000건에서 2012년 3만건으로 2배 가량 증가했다.

특히 조기 위암의 외과적인 수술과 ESD 시술의 시행 비율은 6:4로 절반에 가깝게 시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조기 위암의 경우 ESD를 시행할 수 있는 절대적응증(▲점막에 국한된 분화암 ▲융기형인 경우 2cm 이하의 종양 ▲함목형인 경우 궤양을 동반하지 않은 1cm 이하의 종양)에서 확대적응증(▲점막에 국한된 궤양이 없는 분화암 ▲점막에 국한된 분화암이면서 궤양이 동반된 3cm 미만의 종양 ▲점막하층 침범이 SM1 이하인 3cm 이하의 분화암)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ESD 시행에 대한 적응증을 두고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4년째 동결된 낮은 수가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절대적응증과 확대적응증의 인정 기준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의료현실과 부적합하다는 게 소화기내과 의사들의 지적이다.

제자리걸음만 4년째

ESD를 시행하는 소화기내과 의사들은 국내 의료 환경과 부합하는 적응증 확립을 위한 수정·보완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국내 ESD 적응증은 해외 사례로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는 일본 고토다의 후향적 분석을 통해 만들어진 ‘가이드라인’ 기준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고토다 가이드라인은 처음 도입됐던 2011년부터 꾸준히 논쟁점이 발견돼 일본에서도 보완을 통한 수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도입 이후 단 한 번도 수정·보완 작업을 거친 적이 없다는 점이다.

고토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혈관-림프관 침범이 없는 분화형 조기 위암 중 ▲궤양성 병변이 없는 2cm를 초과하는 점막암 ▲궤양성 병변을 동반한 3cm 미만의 점막암 ▲궤양이 없는 2cm 미만의 미분화암 등은 ESD에 의해 근치적인 절제가 가능하다.

때문에 ▲병변의 모양 ▲크기 ▲침윤도 ▲분화도 ▲ESD 수술도구의 사용 빈도 등 의료 현실을 반영해 각 기준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할 수 있도록 새로운 개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소화기암센터 조주영 교수는 “2011년 한 달 만에 ESD 관련 고시가 개정되면서 일본 고토다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갖다 썼다”며 “문제는 고토다 가이드라인도 잘못된 점이 발견되면서 꾸준히 보강이 이뤄지고 있는데 그대로 가져다 쓴 우리나라는 4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수정·보완 작업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당시에도 수정 후 도입돼야 한다는 소화기내시경학회의 의견이 있었지만 추후 수정·보완키로 했다. 4년이 지났으니 이제는 때가되지 않았냐”며 “혼합형암의 경우 ESD의 병리학적 소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50% 가량 된다. 이 때는 도코다 가이드라인에 제시된 적응증에 따르기에 무리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현행 가이드라인에 따라 ESD를 시행하더라도 급여를 삭감 당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마련이라는 지적이다.

심평원의 삭감, 억울해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선 현장에서는 심평원의 삭감이 매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또 일각에서는 처음부터 ESD로 청구한 후, 수술 결과에 따라 치료비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MR 보다 수가가 높은 ESD로 먼저 청구한 다음 수술 시 EMR을 한 경우 치료비를 환자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A대학병원 B교수는 “처음부터 ESD 청구를 하고 ESD 적응증에 적합하면 그냥 넘어가는 것이고, EMR 적응증일 경우에는 차액을 환자에게 돌려주는 게 오히려 낫다고 생각될 정도”라며 “침윤 정도를 정말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오차가 있다. 아픈 환자에게 추후에 치료비용을 더 달라고 얘기해야 할 때는 마음이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C대학병원 D교수도 “시술 전 내시경으로 보고 초음파 검사를 하지만 100% 정확할 수 없다. 수술 전 알 수 없는 결과를 미리 가늠해서 예측할 수 없는 기준으로 보험 급여를 결정하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보험이 된다고 설명한 후 시술을 했는데 (급여 기준을 벗어나) 보험 급여를 못 받는다고 하면 환자는 병원에 추가 비용을 더 지불하게 된다. 그럴 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E대학병원 F교수는 “조직검사를 통해서도 100%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침윤도 결과를 의사가 신이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알겠나. 예를 들어 복부 암 수술 시 개복을 했는데 전이가 돼 있으면 이에 대한 수가도 삭감할 것인가. 삭감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 불만 커져

상황이 이렇다보니 의사들 사이에서는 ESD의 적응증 및 수가 가산에 대한 재논의에 소극적인 정부를 향해 ‘갑의 횡포’라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심평원의 삭감 기준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도 불신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화기내시경학회 산하 ESD 연구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종재 교수(고대구로병원 소화기내과)는 “암이 아닌 선종일 경우 절대적인 조직 크기가 3cm 이상이면 ESD 수가를 받고 그렇지 않은 경우 EMR 수가를 적용 받아 차이가 나게 되는데, EMR 시술을 시행키로 하고 봤더니 ESD 적응증에 포함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땐 ESD 시술을 하더라도 환자에게 추가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병원이 서비스 차원으로 제공할 수밖에 없다”면서 “반대로 ESD를 시행키로 하고 봤더니 EMR 대상일 때도 있는데, 이 때 EMR을 시술했을 때는 100% 삭감된다. 삭감 기준도, 형평성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갑의 횡포 아니겠냐”고 비난했다.

충북대병원 소화기내과 한정호 교수는 “전문가 얘기는 쏙 빼놓고 의료현장에 대해 전혀 모르는 공무원들끼리 규제를 만들어 놓고는 마음대로 편하게 해석한다”며 “말도 안 되는 규제 때문에 피해는 병원과 환자들이 다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심평원, 더도 덜도 아닌 기준대로

이에 심평원은 ESD 삭감 기준에 따라 병리조직 검사 소견을 바탕으로 삭감 대상을 선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소화기내과 의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부당한 삭감’은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심평원은 고시 제2012-39호에 의거해 ▲점막에 국한된 궤양이 없는 2cm 이하의 분화형 조기암 ▲절제된 조직이 3cm 이상인 선종 및 이형성증, 섬유화를 동반한 선종 ▲점막하 종양 조직을 일괄 절제한 경우 급여를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선종이나 암의 크기는 내시경 의사의 육안 소견을 기준으로 하고 림프절 전이 여부는 수술 전 검사 소견을 참고해 인정하고 있다. 특히 ▲침윤도 ▲림프관 및 혈관침범 여부 ▲절제면의 암세포 존재여부 ▲절제된 병변의 크기 등의 병리조직검사 소견을 참고해 심사하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해부병리 전문의가 병리조직 검사 결과지에 보고된 객관적인 데이터를 토대로 판단하는데 이에 적절하지 않은 시술이라고 판단될 때 심사에 적용하게 된다”며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절차를 지키지 않고 우선 ESD 먼저 시술하다보니 심평원에서 반문을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자가 두 번 오는 번거로움이 있더라도 먼저 조직검사를 한 후 그에 맞는 시술을 적용해야 한다. 환자의 병변을 좀 더 심도 있게 분석하고 해당 술기에 타당한지 적합성을 살펴보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기 위암의 분화도·침윤도 잡기 어려워

하지만 일선 의사들은 조기 위암의 경우 내시경 초음파 검사나 조직검사를 시행하더라도 점막하층 침윤에 대한 정확도에서 약 15% 오차범위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종과 암이 섞인 혼합형암은 침윤 정도를 구분할 수 있는 정확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박종재 교수에 따르면 조기 위암의 경우 병변의 크기나 궤양의 유무는 임상의사의 내시경 검사 소견을 인정해주지만, 이같은 내시경의사의 소견과 분화도 및 침윤도를 알아내기 위한 내시경 조직검사의 결과는 100% 일치하기 어렵다.

박 교수는 “내시경 초음파 검사의 정확도는 85% 정도 된다. 일본에서는 다양한 기술을 통해 90%까지 (점막하 침윤이나 분화에 대한) 정확도를 올렸다고 하지만 예측 범위는 85%가 최대”라며 “15%에 대한 오차범위 때문에 (심평원에서) 삭감하는 건데, 수술 전에 침윤 정도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조기 위암은 악성 사이클이 있는데 그게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수술 전 분화가 좋고 궤양이 없는 2cm라 절대적응증에 적합해 ESD 시술 범위에 부합된다고 하더라도 막상 시술을 하려고 조직을 떼보면 분화가 안 좋게 변하는 경우도 있다”고도 했다.

ESD 적정성 표준 평가 필요

심평원은 오는 7월 위암 적정성 평가 가이드라인 제정을 앞두고 있다. 국내 ESD 시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의료기관 내 시행되는 ESD 시술의 질 평가에 나선 것이다. 이에 외과 전문의 2명, 병리과 전문의 1명, 소화기내과 전문의 2명을 전문가 심사위원으로 참여시키기도 했다.

결국 위암 적정성 평가의 목적은 ESD 시술의 질 향상을 통한 환자 안전 제고겠지만, 적응증이나 수가 조정에 앞서 시행되는 질 평가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현실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시행된 평가가 되지 않으려면 최근 심장학회가 적정성 평가를 거부한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서는 ESD의 적응증이나 수가 조정에 대한 심평원과 소화기내시경학회 간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대화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박종재 교수는 “환자 입장에서도 경제적이고 비침습적인, 안전한 시술을 받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결국 심평원을 비롯해 소화기내시경학회, 환자 등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좋은 방향으로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주영 교수도 “ESD 시술을 받기 위해 해외 환자들이 찾아올 정도로 국내 내시경 수준은 상당히 높지만 ESD에 대한 정부 정책은 이 수준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위암 적정성 평가도 중요하지만 적응증이나 수가 조정을 위한 대화의 장에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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