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교육자협의회 "수련-교육 시간을 어떻게 구별하라고" 토로

[청년의사 신문 김은영] 전공의 수련시간을 주당 최대 80시간으로 제한하는 등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의료계 내부 합의는 이뤄졌지만 이를 적용해야 하는 현장에서는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대로 '전문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이 개정될 경우 내년 3월부터 전공의들의 수련시간이 최대 80시간을 넘으면 수련병원 지정 취소 또는 전공의 배정에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일선 현장에서는 수련규정에 최대 수련수간이 80시간으로만 정해졌을뿐 수련시간에 대한 정의나 근로시간과 학습시간을 어떻게 구분할지 또한 이에 대한 이행 여부를 어떻게 평가할지 구체적인 방법은 정해진 게 없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전국수련교육자협의회가 지난 19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개최한 정기총회에서는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수련을 담당하게 될 각 수련병원 교육수련부장들의 불안감이 그대로 드러났다.

한 대학병원의 교육수련부장인 A교수는 “도대체 수련시간과 교육시간을 어떻게 구별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4년차들은 전문의 자격시험 공부를 위해 가는데 이를 80시간 안에 포함시켜야 하냐”면서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상태”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병원의 B교수도 “당장 2014년에 시행하겠다고 하면서 2015년에 페널티를 주겠다고 한다. 평가기준도 마련되지 않은 불확실한 상태에서 전공의 1년차부터 시행한 후 보완해 나가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평가기준을 제시하고 개선안을 구축한 다음 시행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전공의 수련시간이 최대 80시간으로 제한될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업무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매번 언급되는 게 의사보조인력인 PA(Physician's Assistant)이지만 이에 대한 제도화 문제도 걸림돌이다.

이날 패널토의에 참석한 한일병원 고영민 교육수련부장은 “업무 공백을 해소할 수 있는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 전공의 1년차가 당직을 서지 못하면 2년차가 하게 되고 또 전공의가 못하게 되는 일은 전문의가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PA가 법제화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이 또한 마음대로 채용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라며 "전공의 대신 전문의에게 당직을 서게 하는 것도 좋지만 그럴 경우 비용이 상승한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 장성인 회장은 의사보조인력인 PA가 언급되자 “불법이고 범죄”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장 회장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PA는 같은 성격의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함께 거론 되서는 안 된다”며 “의사보조인력은 엄연히 불법이고 이는 범죄나 마찬가지다. 범죄를 합법화 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더욱이 불법을 단속해야 할 복지부가 이런 자리에서 PA에 대한 합법화를 유도하는 얘기를 하는 데도 제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도 했다.

특히 “당장 내년부터 수련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하자는 게 아니다.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해보자는 게 목표”라며 “현재 전공의 3년차들이 4년차가 됐을 때 피해를 입지 않도록 수련시간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개선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수련병원들이 우선 수련규칙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자원정책과 정제혁 사무관은 “모든 준비가 된 상황에서 제도가 시행되면 가장 좋겠지만 우선 수련병원이 수련규칙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몇몇 병원에서 당직수당과 관련한 소송이 있다고 들었다. 그 때 적용되는 시간계산법을 수련규칙에 적용하는 문제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정 사무관은 “여러 가지 사례를 고려해 표준 모형 개발을 마치면 대한병원협회에서 안내하지 않겠나. 적용이 어렵더라도 해야 하고, 하는 게 맞다”며 “벌써 시범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병원들이 있는데 그 경험을 정리해서 주면 반영해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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