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 타당성·기기오작동·책임소재·동네의원 몰락 등 지적이영찬 “우울한 시나리오일뿐…환자 편의성 제고 효과 있을 것” 일축

[청년의사 신문 김진구] 정부의 원격진료 허용 방침과 관련 민주당 김용익 의원이 날선 비판을 제기했다.


김용익 의원은 1일 열린 보건복지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본인이 직접 원격진료의원을 개설하는 상황을 가정하며 정부의 방침을 강하게 비난했다.

김 의원은 “생활이 어려워 돈 벌 궁리를 해봤다. 차관이 자문해달라”고 운을 뗐다.

이어 “본업이 의사니까 의원을 차리려 한다. ‘김용익 원격진료의원’이라는 이름으로 개설하겠다”며 “우선 의사를 10명쯤 고용해서 고혈압, 당뇨, 정신병 등에 대한 상담을 시작하겠다. 그냥 두면 환자가 모일 것 같지 않아 버스나 지하철, 신문 등에 광고를 엄청나게 뿌릴 것이다. 여기에 서울에서만 하면 장사가 안 될 것 같아 전국 네트워크를 꾸려 의사를 100명쯤 고용해 사업을 확장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방식으로 다른 의원급 의료기관들과 경쟁하면서 열심히 일하면 결국 다른 의원들은 모두 사라질 것”이라며 “결국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구도가 나온다”고 비꼬았다.

그는 “이는 굳이 의사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상상할 수 있다. 문제는 원격진료가 의학적으로 타당하냐는 것”이라며 “환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 전화나 각종 기기를 이용해서 보내는 측정결과를 얼마나 믿을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또 “기기의 오작동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느냐. 문제발생 시 책임소재는 또 어떻게 하느냐”며 “건강관리 정도는 몰라도 약처방까지 이뤄지는 원격진료는 아무리 잘 해도 2류 진료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고혈압 및 당뇨병을 주로 앓고 있는 우리나라 40대 이상 세대가 원격진료기기를 얼마나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겠느냐”며 “현재 40만원 상당의 세톱박스에 주변기기까지 합치면 거의 100만원에 달하는 돈이 필요한데 집집마다 정부가 사줄 거냐”고 따졌다.

그는 “1년에 몇 번 병원가는 불편을 덜기 위해 100만원에 달하는 투자를 환자들이 하겠느냐”며 “통신료는 또 누가 부담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의원급 의료기관의 불편도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복지부는 의원에 한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는데 현실적으로 개원의사가 내원환자를 보는 사이사이 원격진료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겠느냐”며 “별도의 소프트웨어와 담당의사, 직원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거의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재진료가 9,430원에 불과해 의원급에서도 거의 이윤이 남지 않는 상황인데 굳이 원격진료를 위해 별도의 의사와 직원까지 고용하겠느냐”며 수가문제도 꼬집었다.

특히 건강보험을 적용하더라도 최근 문제가 된 네트워크치과병원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제도를 정착시킬 경우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며 “원격진료만 전업으로 수행하는 기관이 별도로 생길 것이고, 이 기관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대대적으로 환자모집을 할 것이고 그로 인해 모든 동네의원이 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복지부의 원격진료 허용 방침이 통신업체, IT업체, 의료기기업체를 뒤에 업은 기획재정부의 전략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원격진료의 이면에는 최대 3조원으로 예측되는 통신업체, IT업체, 의료기기업체의 매출증가가 분명히 있다”며 “그 매출증가만큼 의료비가 앙등할 것이고, 결국 의료를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원격진료는 애시당초 새누리당의 공약에 없었다. 기재부에서 지난 4월 업무보고를 통해 발표하면서 정책이 됐다”며 “이는 전형적인 기재부 정책이다. 경제성장만 고려할 뿐 보건의료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복지부 “환자 편의성 제고 위한 것…기재부완 상관없다”


이에 대해 이영찬 차관은 “원격진료의 취지가 환자 접근성과 편의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김 의원이 너무 우울한 시나리오를 제공했다”며 “모든 대면진료를 원격진료로 바꾸자는 게 아니다. 의료이용이 불편한 일부 주민들을 대상으로 편의를 누리게 하돌고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강원도 오벽지나 교도소, 군대 등에서 수행했던 시범사업 결과는 성과가 매우 좋았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책의 이면에 기재부가 숨어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기재부의 정책이라고 하기엔 복지부도 보건산업이나 의료기기산업 육성정책 책임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무리가 있다”며 “국민보건을 생각지 않고 경제성만 따져서 추진하는 게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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