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결핵환자 대부분 중국 조선족 동포한국-중국 결핵발생률 수준 비슷해 입국금지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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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결핵 발생률·사망률 1위인 우리나라의 결핵 관리에 또 다른 ‘구멍’이 생겼다. 결핵 치료를 받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환자들이 늘고 있지만 이를 막을 대책이 없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의 ‘2012 결핵환자 신고 현황 연보’에 따르면 2001년 112명이던 외국인 신고 결핵 신환자수는 2012년 956명으로 8배 이상 급증했다(전염력이 없는 폐외결핵은 제외). 2012년 기준 외국인 결핵 환자의 33.5%(320명)는 객담 도말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와 타인에게 결핵을 전염시킬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1년까지 신고된 외국인 결핵 환자 중 2개 이상 항결핵약제에 내성이 있는 다제내성결핵(MDR-TB) 환자는 44명, 슈퍼결핵으로 불리는 광범위내성결핵(XDR-TB) 환자도 4명이나 된다.

이들 외국인 결핵 환자의 대부분은 중국 환자로 파악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11년 신고된 외국인 결핵 환자 중 국적이 확인된 환자의 52.9%가 중국 출신이었다. 이는 중국 다음으로 많은 필리핀(8.9%)보다도 6배 이상 많은 수치다. 특히 재외동포(F-4) 비자로 한번 입국해 3년 동안 체류할 수 있는 조선족 동포들이 많다. 의사소통에 불편이 없는 조선족 동포들은 ‘외국인도 입국 후 3개월이 지나면 건강보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건강보험료로 8만원 정도(지역자입자 평균보험료)만 내면 1,000만원이 넘는 다제내성결핵 치료비의 5%만 지불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을 찾는 중국 결핵 환자들 중 상당수는 다제내성결핵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마스크도 하지 않은 채 비행기 등을 타고 입국해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내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강제입원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결핵전문병원인 서울시서북병원 조영수 결핵과장은 “한국에 가면 좋은 약도 많고 치료도 잘해준다는 소문이 났는지 중국 환자들이 많이 오는데 대부분이 다제내성결핵 환자”라며 “중국의 경우 의사 처방 없이도 약국에서 손쉽게 결핵 약을 사서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내성이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서북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외국인 결핵 환자 35명 중 30명이 다제내성결핵 환자이며 이들 대부분이 조선족 동포다.

보건당국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 입국 제한 대상을 확대하고 치료회피·임의중단 출국자의 재입국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결핵후진국’이란 오명 때문에 제자리걸음만 걷고 있다. 우리나라와 결핵 발생률이 비슷한 수준인 중국을 대상으로 입국제한 조치 등을 취할 명분이 없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결핵 발생률이 높기 때문에 입국 단계에서부터 다른 나라 사람들을 제한하기 힘들다”고 했다.

서북병원 조영수 결핵과장은 “우리나라의 결핵 발생률이 낮아져야 외국인 결핵 환자를 입국 단계에서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출입국관리소와 보건당국이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구축해서 국내에 들어와 치료를 받은 기록이 있는 외국인 결핵 환자들이라도 관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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