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랑동우회 윤구현 대표


[청년의사 신문 윤구현]

우리나라 국민 절반은 소위 ‘3대 중증질환’이라고 부르는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으로 사망한다. 최근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중증질환에 대한 가계 부담이 적지 않아 민영의료보험 상품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200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 민영보험사의 보험상품은 대부분 특정한 질병이나 수술의 종류, 입원 일수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정액형 보험이었다. 계약 당시 정해진 금액이 납입기간 동안 변하지 않는 비갱신형 상품이다. 그러나 2005년 처음으로 일정 기간마다 보험료가 재산정되는 갱신형 상품이 등장하기 시작해 지금 대부분의 민영의료보험은 3년 또는 5년마다 보험료 갱신하는 상품이 주를 이룬다.

민영의료보험사가 건강보험을 갱신형으로 만든 것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암발생자는 두 배가 늘었는데 10년 전 상품은 이런 변화를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보험사로서는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의료기술의 발달을 예측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판매된 한 생명보험상품은 요실금 수술에 5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는데 2003년 수술비용을 1/10 정도로 줄이면서 수술 방법도 간편해진 수술법이 등장하면서 지급요청이 급증했다.

환자는 수술을 받으면 목돈을 받았다. 병원 입장에서도 이런 보험에 가입한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수술을 권했다. 요역동학검사 조작을 통한 보험사기로 언론에 보도된 이 사건의 이면에는 보험사가 예측하지 못한 의료 기술 발달이 숨어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보험사들이 갱신형 보험 상품을 내놓는 것은 일견 이해가 되긴 한다.

하지만 이 갱신형 보험 상품이 과연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잘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제 활동을 중단한 노년에 병에 걸린다. 만약 이때 보험료를 납부할 수 없어 계약을 유지할 수 없다면 보험으로서 의미가 없다. 그러나 갱신형 보험 상품 대부분은 나이가 들면서 그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노인들에게 큰 부담이 되기 쉽다.

실제 사례를 보자. 최근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암을 두 번 보장한다는 상품을 앞 다투어 내놨다. 보험사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략 열 댓 개 중증질환의 진단금을 지급하고 암은 재발하거나 전이되더라도 다시 한 번 보험금을 지급한다. 일부 보험사는 이런 암보험을 갱신형 특약 상품으로 내놓고 있고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갱신됐을 때 인상폭이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크다는 것이다.

30세 남자가 5,000만원의 암 진단금을 받기 위한 계약을 한다면 이 특약은 월 1만8,000원 정도의 보험료만 내면 된다. 그러나 50세에는 15만원, 60세에는 30만원이 넘는다. 납입과 보장이 끝나는 80세에 보험료는 월 80만원을 내야한다. 5,000만원의 진단금을 받기 위해 매년 1,000만원에 가까운 보험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운이 좋아 두 번 암 진단을 받는다면 본전은 확실히 뽑을 수 있다. 이 돈을 낼 수 있는 노인이 얼마나 될까? 이 특약 비용이 합리적이긴 한 것일까?

갱신형 보험이 소비자에게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납입기간이 긴 대신 초기 보험료가 저렴하기 때문에 적은 부담으로 계약할 수 있다. 또 노후에 부담할 수 있는 정도만 보험료가 오르는 상품도 많다. 보험사는 계약할 때 서류로 예상되는 갱신보험료를 제시한다. 대부분 소비자들이 무심히 보며 예시도 향후 20년 정도 비용만 제시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보험설계사가 볼 수 있는 예상 갱신보험료를 고객에게 보여줘 소비자의 선택에 맡기면 간단히 해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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