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제 사전심사제도 논란 해부①] aHUS 솔리리스 승인율 5% 불과
해운대백병원 김양욱 교수 "신약 접근성 개선 위해 기준 낮춰야"
최장 1년, 2~6개월 내 aHUS 개선…말기신부전 발전 막을 수 있어

“신장이식 후 3~4년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던 환자가 있었다. 감염 후 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aHUS) 증상이 나타났다. 신장 손상, 혈소판 감소, LDH 상승 소견을 보여 aHUS가 의심됐다. 하지만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중 상태가 빠르게 악화, 긴급으로 혈장교환술을 실시했다. 신장이 손상되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혈장교환술 전 혈액 채취를 안했다는 이유로 사전심사에서 불승인됐다. aHUS임을 확인할 수 있는 신장조직검사 결과지와 혈액검사 등 추가 자료를 첨부하여 재심의를 신청을 했지만 이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혈장교환술, 투석 등을 실시하며 버텨보려 했지만 결국 이 환자는 사망했다.”

지난 2022년 7월 신장이식 후 aHUS로 진단된 63세 남성 환자의 사연이다. 해운대백병원 신장내과 김양욱 교수는 ‘사전심사제도’를 통해 솔리리스(성분명 에쿨리주맙)를 투여하고자 했으나 불승인 통보를 받았다. 최근 코리아헬스로그와 만난 김양욱 교수는 솔리리스를 투여했으면 지금까지 생존했을 수 있는 환자라 너무나 안타깝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체내에는 우리 몸을 보호해주는 면역체계를 구성하는 보체라는 것이 있다. 유전적 장애로 이 보체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 되는 질환을 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aHUS)이라고 한다. aHUS는 몸 전체에 있는 작은 혈관에 혈전 등이 발생하는 전신성 혈전성 미세혈관병증(TMA)을 초래하는 희귀질환이다. TMA는 혈소판 감소, 미세혈관병성 용혈성 빈혈을 초래, 신장, 심장, 뇌 등 주요 장기를 빠르게 손상시키는 한편, 급성신부전, 심부전, 뇌졸중을 유발해 사망에 이르게 한다.

‘사전심사제도’는 고가의 희귀질환 치료제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약제 사용 전 치료제가 필요한 환자인지 여부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판단 받는 제도로, 지난 2012년 도입됐다.

그러나 aHUS에 유일한 치료제인 솔리리스의 경우 건강보험이 적용된 지난 2018년부터 지난 8월까지 신청된 40건 중 38건이 불승인됐다. 승인율은 단 5%. 이에 임상현장에서는 사전심사제도가 되려 aHUS로 고통 받고 있는 희귀질환자들의 약제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임상현장과 동떨어진 급여기준 탓에 치료제를 두고서도 못쓰고, 급여 기준을 맞추기 위해 병이 더 악화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비합리적인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대한신장학회장을 역임한 해운대백병원 김양욱 교수를 만나 고가 희귀질환 치료제인 솔리리스 사전승인제도의 문제점, aHUS에서의 사전승인율 개선 방안 등에 대해 들었다.

- 그간 aHUS를 진단한 환자는 몇명 정도 되나.

솔리리스 급여 이후(2018년) aHUS가 의심되어 사전승인을 신청한 경우는 현재까지 10건 정도 된다. 다만, 과거 aHUS 진단이 명확하지 않았을 때도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종종 치료해왔다.

- aHUS를 진단하는 게 쉽지 않다고 들었다. 최근 사전승인 성적은 어떠한가.

aHUS는 감별진단을 통해 혈전성 혈소판감소성자반증(TTP) 등 유사질환을 하나씩 배제해가며 진단을 해야 한다. 하지만 aHUS 임상양상은 혈액학적 이상에서부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중증질환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이차성 TMA의 원인이기도 한 약물, 임신, 감염과 같은 질환들이 aHUS를 촉발시키기도 하므로 명확히 구분하는 게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2건, 재작년 5건 정도 aHUS 환자 치료를 위해 솔리리스 사전승인을 신청했지만 그들 모두 불승인됐다. 급여 기준에 맞게 사전심사를 신청해야 한다는 심평원의 입장이 이해 안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aHUS 진단 기준에 맞는 환자였고, 대체로 그 기준을 충족했기에 신청했는데 모두 불승인됐다.

대한신장학회 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aHUS) 진단 기준(2018년)

미세혈관용혈과 혈소판감소에서 하나 이상씩 증상을 보이며 3~8번 증상의 소견이 있는 경우 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다.

1. 미세혈관용혈-분열적혈구, LDH 상승, Haptoblobin 감소, Hemoglobin 감소

2. 혈소판감소-혈소판 150,000/mm3 미만, 기저치에서 25% 초과 감소

3. 신장기능 이상-사구체여과율 감소, 혈청 크레아티닌 상승

4. 신경학적 증상-경련, 뇌졸중, 혼수

5. 위장관계 증상-설사, 구역, 구토, 복통

6. 심혈관계 증상-심근경색, 손발가락 괴사

7. 호흡기계 증상-호흡곤란, 부종, 폐 출혈

8. 시력 이상

- 불승인된 aHUS 환자 사례에 대해 구체적으로 소개해 달라.

신장이식 후 3~4년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던 환자였다. 감염 후 aHUS 증상이 나타났다. 신장 손상, 혈소판 감소, LDH 상승 소견을 보여 aHUS가 의심됐다. 유전적 소인을 가진 상태에서 감염으로 활성화된 것으로 판단했다. 분혈적혈구 등의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중 상태가 빠르게 악화, 긴급으로 혈장교환술을 실시했다. 신장이 손상되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혈장교환술 전 혈액 채취를 안했다는 이유로 사전승인이 불승인됐다. 의심 질환을 하나씩 배제하며 감별진단을 시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환자의 상태가 시시각각 나빠지게 되면 급여조건을 맞추는 게 쉽지 않다. aHUS를 확인할 수 있는 신장조직검사 결과지와 혈액검사 등 추가 자료를 첨부하여 재심의를 신청을 했지만 이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혈장교환술, 투석 등을 실시하며 버텨보려 했지만 결국 이 환자는 사망했다.

- 사전심사제도가 되려 약제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보는지.

현 솔리리스 급여 기준이 aHUS 질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aHUS는 급성희귀질환이다. TMA가 급속도로 환자의 장기를 망가뜨려 적절한 시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시일 내로 사망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aHUS는 의심 질환을 하나씩 배제하며 감별진단을 해야 한다. 그런데 혈액 수치는 검사 시점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때문에 급여 기준을 모두 충족했을 때 신청하면 (치료의 적정한)때를 놓칠 수 있어 진단 기준을 일부만 충족하더라도 (환자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는 만큼 나머지 검사에서도 기준을 충족시킬 것으로 예상하고)사전심사를 신청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심평원에서는 이러한 임상 현장의 심각성은 고려하지 않고, 수치가 급여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불승인 처리하고 있다.

2차성 TMA라는 이유로 불승인되는 경우도 많다. 원발성 aHUS로 입증하려면, 유전자 검사를 통해 aHUS를 유발하는 유전자가 있는지 여부를 검사해야 하는데, 이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며칠이 걸린다. 이걸 기다리다가 신청하면 환자 상태는 더 나빠진다.

게다가 aHUS를 유발하는 유전자가 모두 확인이 된 상황도 아니라 유전자 변이가 없다 하여 원발성 aHUS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심평원은 외부에서는 알 수 없는 기준을 가지고 감염이나 약물 등 2차 원인으로 인한 aHUS라고 불승인 통보를 해버리면 의료진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 40건 중 2건에 불과하지만 승인된 사례가 있다. 반면 38건이 불승인 됐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급여 기준을 따를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전심사를 신청할 때는 급여 기준을 대체로 맞춰서 진행한다. 차이가 있다면, 승인된 2건의 경우 조건이나 시기가 이상적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혈장교환술 전에 ADAMTS-13 검사를 시행하고, 약물, 감염 영향을 배제하면서 유전자 검사 등 aHUS를 진단할 수 있는 여러 검사를 다 시행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앞에서도 이야기한대로 aHUS는 진단 방법이 명확하지 않아 여러 의심 질환을 배제해가는 감별진단을 시행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aHUS 확진을 위한 여러 검사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환자 상태가 악화될 수밖에 없어 그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 심평원에서는 그 이유를 의료기관의 낮은 이해도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그런 경우가 있을 수도 있지만 최근에는 이해도가 낮은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aHUS가 희귀질환이지만 신장내과 전문의 대다수가 aHUS와 급여 기준을 다 알고 있다. 사전승인 신청 준비를 지원해주는 병원 직원들도 이를 다 인지하고 있다.

심사 과정에서 수치가 악화될 것이 예상되어 조기 치료 목적으로 기준 수치를 충족하지 못한 검사 결과를 제출한 것을 두고 의료진의 이해도가 낮은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급여 기준을 충족했을 때 사전승인을 신청하면 예후가 좋지 않다. 모두 완화하는 것은 재정적 부담이 있을 수 있다. 때문에 심사를 위한 심사가 아닌 환자를 위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게 하려면 급여 기준을 일부 완화할 필요가 있다.

aHUS 솔리리스 국내 및 해외 보험급여 기준 비교
aHUS 솔리리스 국내 및 해외 보험급여 기준 비교

- 접근성 개선을 위해 급여 기준을 바꿔야 한다면 어떻게 변경돼야 한다고 보는지.

접근성 개선을 위해서는 우선 두 가지가 바뀌어야 한다. 먼저 응급 투여가 필요한 경우 14일 내 사전승인 결과를 통보하고 있는데, 질환 특성상 14일은 질환의 진행 속도를 고려했을 때 환자의 상태가 악화된 후 치료제가 투여될 가능성이 높아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실시간으로 신청하여 승인하는 등 1~3일 정도로 승인 기간을 줄여야 한다.

까다로운 급여 조건도 개선돼야 한다. 해외는 혈액학적 지표 일부만 충족하면 급여 인정이 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조건 모두를 충족해야 하고 그 기준도 매우 복잡하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혈액학적 기준 중 LDH의 경우 정상 상한치 1.5배 이상을 충족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1.4배는 안되고 1.5배는 되는 근거가 무엇인가. aHUS 치료에 대한 솔리리스 효과를 평가한 임상연구에서도 LDH가 정상 상한치를 초과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고, aHUS와 TMA 진단 관련 해외문헌에서는 모두 LDH가 정상 상한치보다 높을 경우 인정하고 있는데 말이다.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분열적혈구 여부 역시, 진단의학과 의료진들도 정말 자세히 관찰해야 확인할 수 있는 검사라 어려움이 많다. ADAMTS-13 검사의 경우 필요한 검사이긴 하나, aHUS 감별 진단 과정에서 환자 증상이 악화되어 혈장교환술 전에 혈액이 채취되지 않으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불승인이 될 때도 있다. 현재는 aHUS가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해당 검사를 시행하기 위한 혈액 채취를 먼저 진행하도록 안내가 되고 있지만, 간혹 채취 없이 시술이 들어가면 사전승인이 어려워지는 점은 다소 아쉽다.

- aHUS 환자 대상 응급투여에 대한 사전승인 규정은 심평원에서 환자 접근성을 개선한 성과로 평가할 정도다. 왜 기간을 더 단축해야 하나.

aHUS 환자의 상태가 심각한 경우에는 2~3일이면 신장이 망가질 정도로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다. 솔리리스는 질환 발생 이후 7일 전에 치료가 시작되면 정상 수준으로 신장 회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신장 기능 회복 효과가 없거나 더디다. 신장 기능을 지킬 수 있는 치료 효과를 고려하면 최소 7일 안에 솔리리스 급여 여부가 판정돼야 한다.

- 심평원은 TMA 요건 완화에 대한 요청이 있어 자문의 회의를 거쳤지만 새로운 임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현행을 유지하겠다는 답변을 했다.

신장내과 등 유관 학회에서 꾸준히 업데이트된 자료 바탕으로 급여 기준 완화를 위해 2018년도부터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매번 똑같은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장 상황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논의에 현장에서 aHUS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료진이 더 포함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 신장내과 전문의들 사이에서 aHUS 낮은 승인율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물론이다. 불승인 시 심평원에서는 ‘감염, 면역억제제 투여 등 이차성 TMA로 판단돼 급여 기준 제외대상에 해당한다’고만 통보한다. 감염이라면 어떤 감염을 의심하는지, 면역억제제 약물로 인한 것이라면 어떤 기준으로 불승인했는지 등의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하지만 의료진 입장에서는 자료를 보완하여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불승인 사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안내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는 구체적 사유를 알 수 없으니 의료진들은 기회 자체가 없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 아무래도 희귀질환 치료제들이 워낙 고가이다보니 정부로서도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솔리리스의 경우 평생 투약을 해야 하나.

그렇지 않다. 급성희귀질환이라 최초 투여 후 2개월, 6개월 시점에 평가를 통해 안정적인 범위 내로 도달하면 치료를 중단하게 된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1년 약값이 4억~5억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6개월 정도 투약한다면 2억~3억이다. aHUS 환자들에게 빠르게 투여할 수 있다면 6개월 투약으로도 말기신부전으로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렇다면 건강보험 재정면에서도 평생 투석에 들어가는 비용과 비교할 때 절대 많은 것이 아니다.

- 마지막으로 aHUS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한마디 부탁드린다.

사전승인제도는 꼭 필요한 환자에게 희귀질환 약제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다. 그러나 정부의 목적과 다르게 aHUS에서는 오히려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막고 있는 제도가 되고 있다. 의사의 가장 큰 의무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다. aHUS의 까다로운 급여 조건을 맞춰서 사전승인을 신청했음에도, 불승인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환자가 일찍 사망하는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심평원에서는 이러한 상황들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급여 기준 완화를 검토했으면 한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