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당뇨병학회, 유튜브 '당뇨병의 정석' 책으로 출간

"오늘도 환자분이랑 실랑이를 한참 했네요. 혈당 수치가 안좋아서 물어보니 감을 드셨다는 거에요. 과일은 당뇨병에 안좋다고 끊어야 한다고 했더니 하루도 과일을 안 먹을 수 없다고, 과일을 못 끊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옛날에는 '왜 말을 안듣냐' 환자들과 싸우기도 많이 했지만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죠. 축적된 시간들과의 싸움이기에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난 11월 14일 청와대에서 개최된 ‘2023 세계당뇨병의 날 기념 당뇨병 극복을 위한 청와대 푸른빛 점등식’에 앞서 만난 대한당뇨병학회 문준성(영남대병원 내분비내과) 총무이사의 하소연이다. 이는 당뇨병 전문가들이 당뇨병 관리를 마라톤에 비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뇨병은 전국민 6명 중 1명이 환자 혹은 고위험군일 정도로 흔한 국민질병이 됐다. 더욱이 당뇨병이 흔해지면서 검증되지 않은 무분별한 정보들도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당뇨병 관리는 꾸준히, 중단 없이, 그리고 올바른 생활 습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뇨병에 대한 개념부터 치료방법, 예방과 관리를 위한 식이요법, 운동법이 담긴 당뇨병 바이블과 같은 책 하나 쯤 옆에 두고 있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한 책이 바로 당뇨병학회가 출간한 ‘당뇨병의 정석’이다.

당뇨병학회는 2020년부터 유튜브 채널 ‘당뇨병의 정석’을 통해 과학적으로 검증된 당뇨병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그 중 환자와 보호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골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더 이상 잘못된 정보로 고통 받는 환자들이 없도록, 불필요한 정보는 걸러내고 사실에 근거한 내용만을 전달하기 위해 내분비내과 전문의 10명의 감수를 거쳤다.

당뇨병학회 문준성 총무이사를 만나 유튜브 ‘당뇨병의 정석’이 세상에 나오게 된 뒷이야기를 들었다.

당뇨병학회 문준성 총무이사를 만나 유튜브 ‘당뇨병의 정석’이 세상에 나오게 된 뒷이야기를 들었다. 
당뇨병학회 문준성 총무이사를 만나 유튜브 ‘당뇨병의 정석’이 세상에 나오게 된 뒷이야기를 들었다.

- ‘당뇨병의 정석’을 출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당뇨병의 정석’은 당뇨병학회 유튜브 채널 이름이기도 하다. 학회는 지난 2020년 환자들에게 정환하고, 검증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당뇨병의 정석’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사실 진료하다보면 환자들이 많이 질문하곤 한다. 하지만 진료 시간에 모든 답을 해드리는 게 쉽지 않다. 당뇨병의 경우 환자교육이 매우 필요한데 수가체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생각한 게 유튜브였다. 3년만에 구독자가 13만8,000명일 정도로 나름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유튜브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은 맞지만 활자를 좋아하는 분들도 적지 않아 유튜브를 통해 전달했던 당뇨병에 대한 정보를 책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유튜브 당뇨병의 정석 내용을 정리하며 보강을 하고 삽화를 넣어 독자들의 이해도를 높였다. 또한 각 소제목에 ‘당뇨병의 정석’ 유튜브 채널 QR코드를 첨부해 동영상을 통해 더 자세한 정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 ‘당뇨병의 정석’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겼나.

유튜브의 경우 주제별로 돼 있지만 책은 구성을 좀 달리했다.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됐다. 1장에서는 당뇨병에 대한 기초 지식과 당뇨병 진단 기준, 원인 등을, 2장에서는 합병증을 피하기 위해 조심해야 할 점에 대해 다뤘다. 3장은 먹는 약부터 인슐린 주사, 연속혈당측정기, 인슐린 펌프 등에 대한 최신 정보를 알려주고 환자가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으며, 4장은 당뇨병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식사법에 대한 내용을 담아 기본적인 식사 원칙과 탄수화물 계량법 등 식습관과 관련된 정보들을 안내했다. 5장에서는 혈당 관리를 위한 운동법을 소개했다. 이해하기 쉽게 쓰려고 노력을 했고, 특히 혈당 관리를 위한 운동법 소개 부분에는 삽화를 더 신경 써 동영상도 볼 수 있지만 책을 통해서도 따라 하기 쉽도록 했다.

- 당뇨병에 대한 책들이 너무 많다. ‘당뇨병의 정석’과 일반 당뇨병 관련 책들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맞다. 당뇨병과 관련된 책들은 정말 많다. 당뇨병의 정석과 다른 책들과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학문적으로 검증된 내용’만을 담은 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당뇨병의 정석, 책 이름부터 딱딱하지 않나. 책이 잘 팔리려면 사실 제목부터 자극적이어야 할 테지만 ‘당뇨병학회’ 이름을 걸고 나가는 만큼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 최대한 담백하게 가고자 했다.

- 그렇다면 일반 당뇨병 관련 대중서에는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많다고 보나.

사실 서점가 순위권에 있는 책 중에는 근거는 부족한 내용을 다룬 책들이 많다. 효과가 있다 없다를 떠나 검증이라는 부분을 거치지 않은 내용들이 많다.

예를 들어 돼지감자, 여주, 노니 등은 당뇨병 환자들 사이에서 당뇨병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런 천연식품은 섭취량이나 부작용 등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식품의 지닌 몇가지 성분만으로 혈당을 낮춰주는 약처럼 맹신하면서 의존해서는 안된다. 저마다 좋은 성분을 가진 것은 맞지만 상품으로 제조되는 과정에서 다른 불순물이 들어가면서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돼지감자 : 혈당 감소 효과, 근거가 부족

돼지감자를 혈당조절에 좋은 식품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눌린’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이눌린은 당 성분이 뭉쳐진 것으로, 원래 당 성분은 우리 몸에 들어오면 효소에 의해 쪼개져서 흡수되는데, 이눌린은 우리 몸에 분해하는 효소가 없다. 2011년 돼지감자와 관련된 13개 연구를 메타분석한 자료를 보면, 4개의 연구에서만 돼지감자가 혈당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유의미하게 혈당이 떨어진 결과는 단 1건에 불과했다. 따라서 돼지감자의 혈당 감소 효과를 모든 환자에게 일반화할 수 있는 근거는 부족하다.

여주, 노니: 약의 효능을 바라고 먹어서는 안된다

여주가 당뇨병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게 된 것은 ‘카라틴’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카라틴은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인슐린 분비를 원활하게 해줌으로써 혈당 수치를 좋아지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여주가 혈당을 좋게 했다는 연구들이 일부 있지만 대부분 쥐와 같은 동물실험에서 밝혀진 결과다. 항염증 작용을 비롯한 여러 가지 다양한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노니를 당뇨병 환자들도 많이 찾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노니를 섭취하고 간 기능이 악화되면서 혈당까지 높아져서 입원한 환자 사례도 있다.

-‘당뇨병의 정석’에서 발췌-

- 당뇨병 환자를 보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당뇨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변해야 되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자면 오늘도 환자와 실랑이를 했는데, 혈당 수치가 안좋아서 물어보니 감을 드셨다는 거다. 과일은 당뇨병에 안좋다고 끊어야 한다고 했더니 하루도 과일을 안 먹을 수 없다고, 과일을 못 끊겠다고 하더라. 축적된 시간이 있는데 습관을 바꾸는 게 쉽겠나. 쉽지 않다는 것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때문에 당뇨병 관리는 시간과의 싸움, 지난한 반복과의 싸움인 것 같다. 그래서 당뇨병 관리를 마라톤에 비유하기도 한다.

- 책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

최근까지 일반 서점에서 가장 높았던 순위는 8위 정도였던 것 같다. 출간한 지 40여일 됐는데 현재 2쇄까지 찍었다. 개인적으로는 동네의원에 한 권씩 비치되었으면 하는 것이고, 좀 더 바란다면 개정 증보판을 내는 것이다.

- 책 판매 수익금은 어떻게 활용하나.

책 판매 수익은 (재)당뇨병학연구재단에 기부, 당뇨병학연구재단에서 하고 있는 ‘젊은 당뇨인 꿈 장학금 사업’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린다.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수는 2023년 기준으로 600만명을 훌쩍 넘겼고, 당뇨병 위험군까지 포함하면 약 2,000만명에 이르러 국민 5명 중 2명이 당뇨병의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의 정석에는 당뇨병 관리에 필수인 식사법을 비롯해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려웠던 당뇨병 치료법, 최신 당뇨병 관리기구,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법 등 당뇨인이라면 누구나 궁금해 할만한 정보가 가득 담겨있다. 따라서 당뇨병을 앓고 있거나 당뇨병이 걱정된다면 ‘당뇨병의 정석’이 혈당 관리에 가장 확실한 해답이 되어줄 것이다.

<청년의사 자매지 코리아헬스로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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