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한종양내과학회 이상철 홍보위원장
유튜브채널 KSMO TV ‘그 암이 알고싶다’ 론칭 주도
과학적 근거 기반의 '암 정보의 모든 것' 담는다

암에 대한 정보는 많다. 너무 많아 진짜 중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옥석을 가릴 수 없을 만큼 하루가 다르게 수많은 암 정보들이 물밀듯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상 암 환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는 많지 않다. 거기엔 암 환자의 절실함을 이용해 상술로 현혹하는 정보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국내 모든 암의 5년 생존율은 2015~2019년 기준 70.7%였다. 암병원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으면 10명 중 7명 이상이 완치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암 환자들이 ‘과학’에 근거한 항암치료 대신, 근거가 없는 방법을 암 치료법으로 택한다. 2010년대 초중반 ‘한방항암제’가 그랬고, 2010년대 후반엔 개구충제 ‘펜벤다졸’ 사태가 있었다.

글로벌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나온 데이터로 각국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은 치료제를 통해 ‘근거 기반의 항암치료’를 하는 종양내과 혹은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들은 이 현상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국내 암전문의 대표 학술단체인 대한종양내과학회 이상철 홍보위원장(순천향대천안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은 “우리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짧게 평했다.

대한종양내과학회 이상철 홍보위원장은 청년의사 자매지 '코리아헬스로그'와 인터뷰에서 범람하는 암 정보 중 옥석을 가리는 일에 학회가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코리아헬스로그).
대한종양내과학회 이상철 홍보위원장은 청년의사 자매지 '코리아헬스로그'와 인터뷰에서 범람하는 암 정보 중 옥석을 가리는 일에 학회가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코리아헬스로그).

과학의 시대라 칭하는 21세기에 말도 안 되는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고 그것은 안타깝게도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현재 상당수의 항암치료는 국가 건강보험에서 치료비가 지원된다. 급여 항암치료의 경우, 암 환자는 5%의 비용만 내면 된다. 100만원의 항암치료를 5만원의 비용으로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근거가 없는 치료에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비용을 모두 자비로 충당하며 소중한 시간을 흘려보내는 암 환자가 지금도 현실에 있다.

대한종양내과학회(Korean Society of Medical Oncology, KSMO)는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이런 문제에 수동적으로 대응해왔다. 이슈가 있을 때 그에 대한 입장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사회에 내놨고, 그것이 종양내과학회 홍보위원회의 주요한 일이었다. 그쯤 이런 문제에 무언가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느꼈던 사람이 종양내과학회에 있었다. 당시 종양내과학회 홍보위원장이었던 고대구로병원 종양내과 오상철 교수였다.

오 교수는 항암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암전문의가 주도적으로 항암치료에 대해 정보를 대국민에게 능동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아젠다를 위원장으로서 홍보위원회에 제시했다. 당시 오 교수의 권유로 홍보위원이 된 이상철 홍보위원장은 이 아젠다를 적극 수용했다. “근거 없는 치료에 현혹돼 시간을 소비하는 암 환자에게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를 진솔하게 제공할 필요를 느꼈다”는 ‘공감’이 그 이유였다.

이 홍보위원장은 “사실 한 번 항암치료를 끝내고 나서 실패한 결과가 나오면 암 환자는 ‘죽게 되나 보다’ 생각한다”며 “이때 그 치료 다음에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무엇인지 찾아볼 수 있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1차 항암치료에 실패해도 시도할 수 있는 2차 항암치료가 있고, 2차 항암치료로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여러 개인 암도 있다.

3차, 4차, 5차 치료 등 최신 항암치료 기법의 발달로 여러 번 실패해도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시도해볼 수 있는 항암치료가 많아졌다. 그런데 이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암 환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근거가 없는 치료를 시도한다. 암 환자에게 굳이 지푸라기를 잡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암전문의가 과학적 근거 기반의 격조 높고 쉬운 정보로 알려주면 상황은 반전될 수도 있다.

오 교수가 내놓은 아젠다는 2015년 홍보위원회 회의를 거쳐 두 개의 결과물로 세상에 나왔다. ‘항암치료의 날’ 제정과, 학회의 대국민 암정보 유튜브채널(KSMO TV) ‘그 암이 알고싶다’가 그것이다. 홍보위원회 의견을 적극 수용한 학회는 지난 2017년부터 11월 넷째 주 수요일을 ‘항암치료의 날’로 제정하고, 항암치료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환자에게 맞는 최선의 치료법을 알리고자 매년 항암치료의 날 행사를 열고 있다.

학회 공식 유튜브채널 ‘그 암이 알고싶다’도 학회 지원에 힘입어 당시 홍보위원회 간사였던 이 홍보위원장의 주도로 지난 2018년 12월 론칭했다. ‘그암’ 명칭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패러디했다. ‘그알’처럼 잘못 알려진 암 정보를 조명하고 복잡한 암 정보를 시청자 눈높이에 맞춰 쉽게 풀어주며 유전자변이·병리학적 소견 등으로 같은 암이라도 암환자마다 다른 상황의 치료가 이뤄지는 현실을 반영해 다른 시각으로 항암치료를 볼 수 있게 해주는 그암 콘텐츠의 성격을 드러낸 것이다.

이 홍보위원장은 “항암치료의 날은 학회 주도로 항암치료가 왜 중요한지, 왜 항암치료를 피하면 안 되는지 우리가 적극적으로 알려보자는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며 “유튜브채널 ‘그 암이 알고싶다’도 유사한 배경으로, 암과 관련된 백과사전 같은 채널을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백과사전과 같은 암 정보는 ‘그암’에 적지 않게 쌓여있다. 현재 시즌3에 접어든 그암은 요즘 1~2주 간격으로 하나씩 차곡차곡 업데이트되고 있다. 이 홍보위원장은 "암 환자가 알고 싶어하는 것보다 우리가 암 환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것들을 꾸역꾸역 이 채널의 콘텐츠로 쌓아볼 생각"이라며 "음식과 같이 암 환자들의 요구도가 높은 암 정보보다 뭘 요구해야 할지조차 몰라서 요구도가 적을 수밖에 없었던 암 정보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 그암은 실제 어떤 내용들로 꾸려져 있을까? 시즌1에는 암 환자가 병원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항암치료 정보와 위암·대장암·유방암·폐암 등 주요 암에 대한 것이 담겼다. 시즌2에는 암 종류를 조금 더 확장해서 다뤘고, 시즌1에 다뤘던 내용의 최신 정보를 업데이트했다. 시즌3에는 주요 암을 압축적이거나 뷰 포인트를 조금 다르게 해서 다루고, 희귀암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또 전체 시즌엔 새 치료법과 기존 치료제가 다른 암까지 쓰일 수 있게 국내 허가가 확장된 것 등 암 정보에 대한 최신 뉴스도 비중 있게 들어 있다.

암전문가여서 닥튜버로서 암 정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가장 쉬울 것 같지만, 오히려 그는 암전문의 입장에서 이런 컨텐츠 하나 하나를 만드는 것이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말한다. 암전문의가 각자의 전문 암 진료 분야에 대해 설명하는데, 부담스러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홍보위원장은 "똑같은 암이어도 암 환자의 상태는 개인별로 다 다르다"며 "때문에 내가 하는 말이 모든 암 환자에게 100% 맞는 게 아니고 다른 면이 분명히 존재할 수밖에 없고 오해의 소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암 환자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에 그암에 백과사전처럼 모든 암 정보를 진솔하게 담으려는 것이 아닐까.

또 종양내과학회를 대표해 진료실 밖으로 나와 '닥튜버'로 활동하는 일은 그에게 어땠을까? 처음부터 쉬운 일은 없지만 그에게는 적지 않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한다. 학회 홍보위원회는 지난 2017년 항암치료의 날 제정에 이어 바로 ‘그 암이 알고싶다’ 제작에 돌입했다. 그암은 처음에는 팟캐스트 형식으로 구상됐다. 녹음까지 진행했지만, 고심 끝에 론칭을 미뤘다. 미디어 환경 변화를 반영해 팟캐스트 형식의 ‘그암’에 더해 유튜브 ‘그암’을 동시 론칭하기로 의사결정이 바뀐 까닭이었다.

하나를 더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뒤집는 것이었다. 팟캐스트에 비해 유튜브는 제작 비용이 상당했다. 홍보위원회 자체 예산으로 감당할 수 없었기에 예산 지원을 받기 위해 계획서도 만들고, 영상화를 위한 콘텐츠 기획도 새로 해야 했다. 외주를 맡기는 편집과 촬영을 빼고 모든 것이 그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처음엔 두 개의 채널을 운영하다 팟캐스트가 미디어에서 서서히 빛을 발하면서 '그암'은 어느 순간부터 KSMO TV 단독 체제가 됐다. 여러 일이 많았지만 그는 5년이 넘는 시간동안 “즐겁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즐거움의 근원의 무엇일까? 처음 그암에서 닥튜버로 활동한 암전문의는 그를 포함해 4명에 불과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늘었다. 시즌3은 이 홍보위원장도 1~2회 출연할 계획이지만, 새로운 젊은 암전문의들이 닥튜버로 전면에 나서고 있다. 또 '암 정보를 원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취지로 만든 이 컨텐츠가 실제 암 환자들의 지지를 받고, 암전문의도 암 환자에게 때로 권유할 만큼 좋은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흥미는 쏙 빠진 백과사전같은 '암 전문 컨텐츠' 그암의 구독자는 이달 중순 기준 약 1만9,700명에 달한다. "KSMO TV ‘그 암이 알고싶다’를 만들면서 무엇보다 주안점을 둔 것이 종양내과 전문 의료진이 모인 종양내과학회를 신뢰할 수 있는 단체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었다"며 "항암치료를 하는 전문 의료진이 대학병원에 따로 있다는 것과, 우리가 하는 치료에 대해 대국민에게 솔직하고 담백하게 알리는 것이 암 환자의 치료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이 홍보위원장은 강조했다.

〈청년의사 자매지 '코리아헬스로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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