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전문의들 국회 토론회서 한 목소리…산부인과 전문의 10년 새 1/3 급감도 우려

지난해 국내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42만명이다. 2001년 55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들었다. 문제는 조만간 40만명 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한국은 초저출산국가로 들어서며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출산의 최일선에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낮은 분만수가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낮은 분만수가로 인해 출산 의료체계가 붕괴하면서 모성과 신생아의 장애 및 사망비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은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등과 함께 10일 국회에서 '모성보호를 위한 출산인프라, 무엇이 문제인가-아기울음소리듣기 프로젝트'를 주제로 한 저출산대책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발표자로 나선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최석주 교수(대한산부인과학회 사무총장)는 '저출산의 그늘, 위기의 출산 인프라'를 주제 발표를 통해 분만 관련 저수가를 출산율 감소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최 교수는 "산부인과 전문의 시작 시 분만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늘고 있다. 불가항력적인 스트레스, 낮은 분만수가 등이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줄어들기 시작한 2008년부터 산모사망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산부인과 전문의가 줄고 분만을 하지 않는 의사가 늘어나면서 분만취약지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산을 위해 다른 도시로 향하는 산모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분만취약지원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다고도 했다.

최 교수는 "상급병원 이송서비스도 불완전하고 산모사망도 늘어났다. 강원도의 모성사망률은 10만명 당 29.9명으로 전국 평균인 10.6명에 비해 약 3배 가량 높고, 서울 4.5명에 비해 6.6명이나 높다"고 설명했다.

한 달에 20명의 신생아가 태어난다고 가정할 때 분만실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비용은 5,681만원이다. 그러나 정부로부터 받는 수가는 3,380만원에 불과해 2,301만원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또 의사 과실이 없는 의료사고(모성사망, 신생아사망, 뇌성마비)에 대해서도 보상액의 30%를 분만 의사들에게 책임지도록 하고 있는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일본 등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최 고수에 따르면 앞서 출산인프라 붕괴를 겪은 일본은 지난 2009년부터 의료과정과 직접적 연관성을 밝히기 어려운 뇌성마비에 대해 과실 유무와 상관없이 정부가 건 당 3,000만엔을 지급한다. 또 이 제도에 가입하기 위해 산모가 병원에 이불하는 3만엔을 출산보조금 39만엔에 추가 보조해 산모는 총 42만엔을 받는데 이 비용은 정부가 100% 지원한다.

대만 역시 올해 6월부터 분만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한 신생아 사망은 약 1,100만원을, 모성사망은 7,100만원을, 분만관련 예측할 수 없는 사고로 신생아 또는 산모에게 장애가 남은 경우 약 5,300만원을 정부가 각각 100% 지원하고 있다.

최 교수는 "출산인프라 회복을 위해서는 분만실 유지를 위한 현실적인 수가가 반영돼야 하고, 전국 어디서나 안전하게 분만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했다.

임산부 보장성 강화 정책만으로는 출산율을 효과적으로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적정한 수가 보전 없이 초음파급여화, 상급병실료 긍벼화, 보조생식술 급여화 등 산부인과의 대표적 비급여 항목을 모두 급여화하는 정책은 산부인과 병의원 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우리나라 출산 인프라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의사협회 이용민 의료정책연구소장 역시 낮은 수가 문제를 지적했다.

이 소장은 "35세 이상 고령산모가 많아지다보니 모성사망비율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취약지에 분만시설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분만은 응급상황으로 문제 발생 시 응급수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분만시설이 상당히 모자란 취약지가 많다. 응급 상황에 대처할수 있는 인력과 시설이 필요하다. 최소한 4교대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자연분만 비용은 876달러로 미국 9,775달러, 일본 5,655달러와 비교해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 소장은 낮은 분만수가를 매년 분만실이 폐쇄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했다.

산부인과 전문의 감소도 우려했다.

이 소장에 따르면, 2001년에 270명의 산부인과 전문의가 배출됐지만 2012년에는 90명에 불과했다. 10여년 사이에 산부인과 전문의 배출이 1/3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현재 한국 출생아 1,000명 당 산부인과 전문의는 11.79명에 그친다.

여기에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50대에 접어들고 있어 응급상황 시 수술할 수 있는 전문의의 수는 크게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소장은 "수가 현실화를 위해 수가를 올렸지만 이는 분만 수가만 오른 것으로 전체적인 분만관련 수가는 오르지 않았다. 여전히 수가는 부족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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