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대전환기 혁신적 정신건강 연구개발사업’ 공청회 개최
전국민 정신건강 서비스 대변혁 추진…2033년까지 8년간 연구
정신건강 데이터 구축 및 객관화…디지털 기술 정신건강 분야에 접목

정부가 환자 대상 설문이나 의사 역량 등에 의존해온 정신질환 진단과 치료 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이를 위해 2033년까지 무려 8년간의 연구에 들어간다.

혈압 측정을 통해 10~20년 내 뇌졸중 위험도를 예상하는 것처럼 정신건강 진단지표와 근거자료를 생성·확보하고 이를 통해 전국민에게 양질의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일 이같은 내용의 ‘대전환기 정신건강 연구 개발 사업’ 공청회를 개최하고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알렸다.

대전환기 정신건강 연구개발사업은 지난해 8월 코로나19 이후 정신건강 문제 해결과 정신건강 전 주기에 걸친 연구개발사업 기획을 위해 ‘대전환기 혁신적 정신건강 연구개발사업 총괄기획위원회’를 구성하며 공식화 됐다.

총괄기획위원회는 민‧관 합동협의체로 정신과 전문의, 뇌과학 전문가, 정보통신 융합기술 전문가, 심리학 전문가, 관련 산업체, 복지부 및 보건산업진흥원 등으로 구성됐으며 서울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다.

복지부에 따르면 미국, 영국, 호주 등은 코로나19 유행 이전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정신건강 연구개발에 주의를 기울여 전체 보건의료 연구개발 예산의 6~10%를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정신건강 연구개발 예산은 2021년 기준 전체 보건의료 연구개발 예산의 0.79%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신건강 분야는 생물학적‧임상적 지표가 부족해 융합 기술개발의 필요성이 강조돼 왔으며 디지털 전환 가속화, 유전체 기술 활성화 등 최근 세계적 기술개발 추세와 융합해 성과가 창출될 수 있는 분야로 주목 받고 있다.

이에 복지부는 이번 대전환기 혁신적 정신건강 연구개발사업을 통해 연간 1,000억원 을 투자, 궁극적으로 보건의료 연구개발 예산 중 정신건강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을 1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이날 공청회에서는 ▲지역사회 기반 접근성 증진 맞춤형 서비스 기술개발 분과 ▲의료환경 기반 혁신형 진단‧치료‧관리기술 개발 분과 ▲대전환기 기반 K-정신건강데이터 연구개발 플랫폼 분과 등 3개 분과로 나누어 각 분과 대표들이 구체적인 계획을 설명했다.

맞춤형 서비스 분과를 맡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안석균 교수는 혈압을 측정해 뇌졸중을 예측하는 것처럼 정신건강 분야도 진단 데이터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혈압 측정 결과를 통해 향후 10~20년 후 뇌졸중이 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판단하고 있지만 처음 혈압이라는 개념을 발견했을 때는 이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며 “정신건강 분야는 현재 인터뷰 등을 통해 (환자상태를) 진단 평가하는데, 정신건강 분야에서도 혈압과 같은, 디지털 측정 자료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정신건강 분야에서도) 스트레스, 뇌파 등을 측정할 수 있는 디지털 바이오 데이터가 많다. 이 데이터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며 “(데이터를 모아 분석해 혈압과 같은 의미 있는 지표를 만들면) 제한된 사람들만 받을 수 있는 양질의 정신건강서비스를 스마트폰 등을 통해 전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신형 진단‧치료‧관리기술 개발 분과를 맡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진 교수는 ‘정신 증상 객관화’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전 교수는 “혈압을 측정하면 결과에 따라 높고 낮음이 객관화 되지만 (정신질환은) 기분이 우울하다, 환청이 들린다 등의 정보로 환자가 진짜 위험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이런 부분이 객관화 돼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우리 분과에서는 ‘환청이 들리니 조현병이다’가 아니라 환청을 정확히 평가하는 방법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최근 디지털치료제, 메타버스 등 다양한 분야가 등장하고 있는데 (정신질환 분야는) 객관화가 안돼 활용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정신질환도 지금처럼 입원과 격리를 통한 치료로 가면 안된다. (정신질환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를) 객관화 해 환자들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자기주도 치료를 목표로 해야 한다”며 “외래와 입원이 아니라 환자 스스로 자신의 데이터를 모으고 의사와 논의해 치료방법을 정하는 개인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개발 플랫폼 분과를 맡은 한양대 생체의공학과 장동표 교수는 ‘정신건강 데이터의 모호함’ 등 디지털 데이터 측정이 안되는 이유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정신건강 분야에서 디지털 데이터 측정이 안되는 이유로 ▲정신건강 데이터의 모호함 ▲데이터 베이스화의 어려움 ▲보안 등을 꼽았다.

장 교수는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사회, 청년, 노인 등 각각의 정신건강 표준 데이터를 만들려고 한다”며 “디지털 데이터를 모아 임상현장에서 진단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결국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와 연결해 많은 사람들이 데이터를 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권준수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정신건강 분야를 소홀히 해왔다. 이번 연구사업을 통해 정신건강과 국민의 삶의 질 분야에 대한 도약이 있었으면 한다”며 “이번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지금까지 국제경쟁력이 떨어졌던 정신건강 분야도 우리가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 위원장은 “지금까지 정신질환은 주관적으로 느끼는 것이었지만 이제 객관화가 시작됐고 필요하다. 그래서 ‘대전환’이라는 표현을 쓴다”며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혁명적인 디지털 기술이 정신건강 분야에 접목되기 시작하는 지금 우리나라도 혁신적인 연구를 통해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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