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맞는 말이오. 그런데 며칠 지나 같은 방에 묵은 남자도 9월 30일에 콜레라로 죽었소. 이렇게 시작한 콜레라가 2년 동안 전국에 퍼져 5만 명이 목숨을 잃었소(영국 3차 유행).

- 그 선원이 지표환자(index case)네요. 콜레라 잠복기는 길면 5일 정도인데 유럽이나 배 안에서 감염된 채 영국으로 온 거네요.

- 그렇소. 그런데 나는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소. 당시에는 콜레라의 원인은 나쁜 공기라는 것이 의학이론으로 인정 받았소. - 미애즈마(miasma)군요.

- 그렇소 미애즈마. 그런데 생각해보시오. 호슬리다운에 콜레라가 이미 있고, 운이 나쁜 선원이 미애즈마에 걸려 죽어야 하는거요. 그런데 콜레라는 그때까지만 해도 런던에 없었소. 더구나 같은 방에서 1주일 후 두 번째 환자는 왜 죽었을까? 미에즈마가 1주일 동안 그 안에 갇혀 있었다 치더라도 설명이 안 되는 건 두 사람을 돌본 의사는 멀쩡했다는 거요. 환자들이 심한 설사를 하는 중이었는데도 말이오. 기체를 연구하고 그 특성을 잘 아는 나로서는 도저히 납득이 안 되었소.

- 그렇네요. 공기 탓을 할 상황이 안 되는군요.

- 그런데 콜레라가 주변으로 퍼져나가는데 이웃한 건물을 타고 퍼지는 것이 아니라 건물을 건너 뛰는 거요. 공기라면 건너 뛰면서 확산하지는 않는다 말이오. 또 콜레라로 죽은 환자와 같은 방에 있다해도 멀쩡한 사람도 많았소. 이 사람들이 숨을 안 쉰 건 아닐테고. 또 환자와 접촉이 없었던 이들 중에도 콜레라로 죽어갔소. 누군가 나쁜 공기를 거기로 품고 갈 순 없지 않소. 그래서 나는 이 기이한 현상을 조사하기 시작했소.

- 그러니 콜레라 원인으로 믿고 알고 있는 미애즈마로는 발병을 설명할 수 없어서 다른 원인을 찾아 나선 거군요. 제3의 용의자를 찾는 것처럼 말입니다.

- 그렇소. 연구를 해보니 공기(미애즈마)는 범인이 아니었소. 그래서 공기는 제외하고 정체불명의 매개체를 찾으러 나선 거요. 내 생각에는 이 매개체는 오염된 물 속에 있었소. 다시 말하면 환자들은 오염된 공기가 아닌 오염된 물을 마셔서 콜레라에 걸린다고 결론을 내렸소. 그래서 콜레라에 걸리지 않으려면 깨끗한 물을 마셔야 한다고 생각한 거요.

- 이때에 물이라는 감을 잡으셧네요.

- 하지만 내 주장에는 결정적인 증거가 필요했고 나는 계속 찾아다녔소. 1849년 7월에 호슬리다운의 빈민촌에서 콜레라로 12명이 죽었는데 희생자들 모두가 같은 우물에서 물을 길어 먹은 사람들이었소. 알고 보니 이 우물은 하수에 오염된 우물이었고. 그런데 너무나도 신기하게 바로 이웃에는 사망자가 1명 뿐인 거요. 거의 붙어 사는 두 집단이지만 이렇게 사망률에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바로 ‘물 차이’였소. 이쪽은 다른 우물을 쓴 거요. 이웃끼리 다른 공기를 마실 수는 없지만 다른 물은 마실 수 있었소. 공기는 선택하지 못하지만 우물은 내가 정할 수 잇는 거요. 같은 공기를 마셨지만 다른 물을 마시면 삶과 죽음이 갈리게 된 거요. 하지만 다른 공기를 마시더라도 한 우물 물을 마시면 같이 죽는 거요. 여기서 그걸 찾아낸 거요.

- 이렇게 수인성(水因性) 이론이 태어난 것이군요. 그렇다면 소호 콜레라 전에 이미 답을 찾으신 건데 … 주변에 그 사실을 알리지 않으셨어요?

- 물론 알렸소. 논문으로 발표를 했으니까. 하지만 동료 의사들조차 믿어 주질 않는 거요.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번에는 상수도 회사들을 조사했소.

- 그 시대에 런던에 상수도 회사가 있었군요.

- 수세식 화장실도 있었소.

- 네? 수세식 화장실요?

- 놀라지 마시오, 런던에 수세식 화장실이 설치된 건 16세기 후반이고 1700년대 말에는 널리 보급되었소. 물론 부유층 이야기이긴 하지만 말이오.

- 하수도도 제대로 없는데 수세식 화장실이라뇨. 큰일 날 일이군요.

- 에나 지금이나 돈벌이 보다 환경 문제는 뒷전이 아니오? 당신 시대에는 좀 나아졌소?

- 그게 말입니다…. (헛웃음)

- 하여간. 상수도 회사를 조사해보니 … 정말 정말 놀랍게도 결정적인 단서를 찾은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