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환자 폭증으로 코로나 감염 투석환자 수 추계도 안돼
방역당국, 투석환자 코로나 확진 시 진료받던 병원서 계속 관리 추진
의료기관들 “이해는 하지만 걱정…전담 외래 등 시급히 늘려야"

대한신장학회를 중심으로 투석 전문기관들이 '코호트격리투석' 개념을 도입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해 왔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투석 환자 대응체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환자 폭증으로 일반 투석 의료기관에서도 확진 투석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신장학회, 대한투석협회, 보건복지부 등이 낮에는 일반환자 투석을, 야간에는 코로나19 확진자를 투석하는 방안 등을 두고 고심 중이지만 투석 의료기관마다 상황이 달라 공통 가이드라인 마련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신장학회와 투석협회에 따르면 투석 전문가들은 복지부와 일반 투석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까지 투석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일반 투석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확진자 투석까지 담당하는 게 쉽지 않지만 오미크론 변이에 따른 환자 폭증으로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도 신장학회는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에 들어간 말기신부전 환자가 제때 투석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인공신장실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해당 환자는 음압격리병실에 입원시키고 밀접접촉자들은 의료진과 묶어서 코호트로 격리하는 ‘코호트격리투석’ 개념을 도입한 바 있다.

인공신장실 전체를 코호트 격리하면 주 3회 혈액투석 치료를 받아야 하는 말기신부전 환자들이 이용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기에 별도 격리 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고 오미크론 확산으로 이마저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되자 신장학회는 일반 투석 의료기관이 버티면서 시간을 버는 사이 복지부가 코로나19 확진 투석환자 전담 외래병상을 최대한 확보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장학회 양철우 이사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현재 오미크론 감염 투석환자 수도 제대로 파악 안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까지 기존 투석환자들 중 확진자가 나오면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이송하고 밀접접촉자는 격리 투석했는데 이제 너무 많아서 이런 방법이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 이사장은 “상황이 이렇다보니 방역당국에서도 코로나19 확진 투석환자 중 경증환자들은 (확진 전 투석을 받던) 투석의료기관에서 자체적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이라고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달 25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 응급‧특수환자 의료대응체계 개선방안을 공개했다.

투석환자의 경우 현재 확보된 음압병상을 24시간 가동하는 등 최대한 활용하고 확진자가 더 늘어날 경우 일반병상에서 투석이 가능하도록 지방자치단체별로 병상 동원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또한 원활한 투석치료를 위해 현재 347병상인 투석병상을 597병상으로 늘리고 정기적으로 투석 외래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원급 의료기관을 활용한 ‘코로나19 확진자 외래 투석 기관’을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양 이사장은 “일반 투석의료기관에 보통 의사가 한명인데 낮에는 일반환자 투석을, 야간에는 코로나19 확진자 투석을 하라고 하면 감당할 수 없다”며 “하루 이틀은 괜찮겠지만 이런 상황이 얼마나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야기”라고 말했다.

양 이사장은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투석의료기관에서 발생한 (경증) 투석환자들은 각자 알아서 해결하라는 정부 입장도 이해는 되지만 현실적으로 (기관들에게는) 너무 큰 허들”이라며 “(투석의료기관들이 확진자를 진료하며 시간을 버는 동안)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확진 투석환자를 위한 전용 외래병동을 더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이사장은 “지금 상황이 어려워 투석의료기관에 코로나19 확진자 투석을 맡겨야 하는 상황은 어쩔 수 없지만 감당할 수 없는 지경까지 몰아서는 안된다”며 “자칫 의료사로고 이어질 수 있다”고도 했다.

또한 신장학회 조사결과 투석환자들이 일반환자들에 비해 코로나19 사망률이 75배 높다면서 투석환자 별도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양 이사장은 “투석환자 같은 특수한 환자들은 관리 시스템을 별도로 마련해줬으면 한다. 신장학회는 전국에 지회가 있다. 학회에서 전국 지회에 지역 투석환자 관리 전문의를 지정할테니 이들과 연계해 환자관리를 하자는 제안을 (복지부에) 했는데 아직 답이 없다”고 말했다.

1인 원장 코로나 감염 시 대책 등 마련해야

투석협회 정윤철 이사장 역시 일반 투석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확진자 투석을 맡는 동안 방역당국에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협회에서도 고민이 많다. (확진자 투석과 관련해) 정답이 없는 상황이다. 방역당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전담 투석병상을 마련했지만 최근 환자 폭증으로 감당못할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국공립병원을 활용해 확진자 투석을 진행하는 것이 좋지만 현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고 국공립병원을 비우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투석환자는 이동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데, 결국 일반 투석의료기관에서 야간에 코로나19 확진자 투석을 진행하는 등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 이사장은 “해야 하는 것과 실제 하는 것은 다르다. 개인이 운영하는 투석의료기관들의 어려움도 헤아려줘야 한다”며 “간호사들도 추가근무를 해야 하고 방호복도 입어야 한다. 확진자 투석으로 간호사 이탈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개인이 운영하는 투석의료기관들이 대부분 일반 건물에 위치해 있어 확진자 진료가 쉽지 않고 일반 투석환자들의 반감 등도 고려해야 한다. 난감해 하는 회원들이 많다”며 “정부에서 일반 투석환자들에게 먼저 제대로 된 홍보도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정 이사장은 개인이 운영하는 투석의료기관의 경우 코로나 확진자 투석을 통해 감염되는 상황 등 의료진 감염 시 대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일반 투석의료기관 관리 환자 중 코로나 확진자 발생 시 해당 기관에서 계속 투석을 진행한다는 복지부 지침은 아직 공식적으로 학회와 협회에 전달되지 않았다.

이에 신장학회와 투석협회는 일반 투석의료기관에서 코로나 확진자를 투석하게 될 경우 주의해야 하는 사항에 대한 공동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회원들에게 배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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