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대학 정형외과 박사과정 송영동 전문의

필자가 재학 중인 교토대학에는 현역 노벨상 의학생리학 수상자가 2명 있다. 이 중 2012년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현재 교토대학 iPS(induced pluripotent stem)연구센터(CIRA)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송영동 전문의.
송영동 전문의.

iPS는 체세포에 소수의 인자를 도입 배양해 다양한 조직이나 장기 세포로 분화하는 능력을 갖게 되는 세포를 뜻하는데, 현재 일본 내에서 의학계의 방향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을 정도로 주목되는 분야다.

이러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일본 전국의 대학병원들이 연계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현재 교토대병원에서는 iPS세포를 이용한 난치성 질환 외래진료가 진행 중인데, 전국에서 환자들이 몰려들 정도다.

iPS세포를 이용한 환자 맞춤형 진료는 향후 교토대병원의 미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학과 정부 차원에서 전폭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또다른 노벨상(2018년) 수상자인 혼조 다스쿠 교수는 면역 체크 포인트 억제제를 이용한 니볼루맙(Nivolumab)을 개발했다. 니볼루맙을 이용한 흑색종, 폐암 등에 대한 표적종양면역치료는 기존 방법보다 부작용은 적고 생존율이 높은 장점을 바탕으로 연간 1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위 두 사례가 ‘차세대 먹거리는 헬스케어’라며 최근 의사과학자 양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한국에서 가장 원하는 인재상 예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눈부신 결과는 오롯이 뛰어난 의사과학자의 능력 때문만은 아니다.

야마나카 교수는 박사학위를 마치고 떠난 미국 연구원 시절을, 연구의 어려움과 주변 지원 부족으로 반우울증 상태였다고 술회했다. 당시 야마나카 교수는 연구원 급여가 너무 적어 일본으로 돌아가면 높은 급여를 받은 임상의사를 하겠단 결심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본으로 돌아온 후 개인적으로 연구 포기 계기를 만들기 위해 지원한 교수직과 국가연구비 공모에 선정돼 연구를 지속하게 됐고, 마침내 그의 iPS세포 연구는 꽃을 피울 수 있었다.

현재 야마나카 교수가 재직 중인 CiRA의 연구기금은 2021년 3월 기준으로 132억엔으로, 매년 50억엔 정도의 기부금이 들어온다고 한다. 기부금의 90%가 개인 기부금일 정도로 국민적 관심 또한 매우 높다.

혼조 다스쿠 교수가 PD-L1 관련 논문을 발표하기 시작한 것은 1992년으로 2005년 정년 퇴직했지만, 연구의 중요성을 인지한 교토대학과 오노제약의 도움으로 퇴직 후에도 명예교수로 재직하면서 연구를 진행해 10여년이 지난 2014년 니볼루맙이 상용화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혼조 교수는 최근 오노제약과 특허사용료 관련 소송을 진행해, 연구를 지지해준 교토대학의 젊은 연구자들에게 약 230억엔의 지원 기금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처럼 세상을 바꿀 결과를 만든 사건 뒤에는 대부분 사회적 지원과 국민들의 흔들림 없는 관심이 있었다. 물론 연구자가 100% 만족하는 지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언제나 부족하고 무엇이든 추가해 보고 싶은 것이 연구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서 의사과학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국가적으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려는 모습이 반가우면서도 머리 속에 드는 의문은 ‘그렇게 육성한 의사과학자에 대해 우리 사회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가’이다.

의사과학자의 활약을 통해서 K-바이오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국가 발전에 기여겠다는 정부의 생각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지만, 소수 의사과자학자가 의학계의 발전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싶다.

세상을 놀라게 할 정도의 의학연구가 한두명의 연구자가 발휘하는 창의력에만 의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의 결과는 실패로 이루어진 도전 과정, 논의를 통해 개선점을 찾아가기 위한 수많은 동료들과의 협업, 긴 시간 동안 기다림과 지원이 필요하다.

의사과학자 양성 의지를 보이는 대한민국 정부가 이같은 '과정 없이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꼭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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