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당뇨병연합 김광훈 대표이사

우리나라 전체 인구 10명 중 거의 한명 꼴로 크고 작은 당뇨병을 가지고 있다. 식습관과 생활패턴의 변화 등으로 이 숫자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와 경고는 더 이상 새롭지도 않다.

대한당뇨병연합 김광훈 대표이사.
대한당뇨병연합 김광훈 대표이사.

이렇게 흔한 질병이다 보니, 우리 스스로 당뇨병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오해도 만연하다. 당뇨병의 종류와 유형은 매우 다양하고, 인슐린이 제 역할을 못해 잉여 혈당이 신체 곳곳을 파괴한다는 결과적 공통점이 있을 뿐 그 원인은 천차만별인데 말이다.

1형 당뇨병이 환자의 어릴적 식습관 때문이라는 식의 세간의 오해를 벗은 것도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아직도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부디 이 글을 끝까지 읽어 주시길 바란다.

인체의 면역체계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췌장세포를 공격해서 발생하는 것이 1형 당뇨병이다. 이처럼 당뇨병은 연령대와 계층, 성별 등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이유로 나타날 수 있는데,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은 당뇨병이 또 있다. 바로 임신 중 당뇨병이다.

임신 중 당뇨병은 임신성 당뇨병이라고도 불리는데, 태아가 분비하는 호르몬에 의해 임산부의 췌장기능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물론 임신 전에 고혈당을 겪은 적 있는지 여부와의 연관성은 밝혀진 것이 없다.

출산 후 많은 경우 증상이 사라지지만, 출산 과정에서 임산부와 태아에게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임신 중 당뇨병을 겪은 적 있는 여성은 이후 2형 당뇨병이 발생하기 쉬운 고위험군이 된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임신 중 당뇨병 환자는 2020년 심평원 자료 기준으로 4만8,623명이며, 거의 임산부 다섯명 중 한명 꼴로 이 질환에 고통받고 있다.

출산과 함께 흔히 증상이 사라진다는 이유로 큰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상처를 여성과 아이에게 남기는 나쁜 질환이다. 임산부의 병이라 약을 제대로 쓸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식사 조절과 인슐린 투여 말고는 치료법이 마땅찮은데, 혈당 측정과 인슐린 투여과정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 그 과정 자체가 까다롭고 복잡하고 고통스러울뿐더러,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맞춤형 교육과 지도가 동반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현재 임신 중 당뇨병 환자를 위해 갖춰둔 지원책은 전무하다시피하다. 혈당 측정과 인슐린 투여가 사실상 필수임에도 그 교육을 위한 수고와 비용을 건강보험을 통해 인정받지도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 사용되는 치료재료에 대한 보험혜택 역시, 혈당측정시험지나 니들(needle) 등 아주 기본적인 재료에 한정되어 있다. 1형 당뇨병을 비롯한 소아청소년 당뇨병 환자들이 지난 2017년 국무조정실의 ‘어린이집각급 학교 소아당뇨 어린이 보호대책’을 통해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현실이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청년의 삶 그리고 가속화되는 고령화에 대한 고민와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지금, 정작 임신 중 당뇨병 환자를 위한 제대로 된 지원책 하나 없는 상황은 말문을 막히게 한다.

5만 임신 중 당뇨병 환자에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체계적, 지속적 혈당관리 교육과 시행이 가능한 공간과 전담인력이다. 인식 개선 등 대국민 홍보, 혈당 측정과 인슐린 투여를 위한 건강보험 혜택 확대와 현물지원 등도 필요하다면 시행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오는 8일 광역지자체 차원에서는 최초로 서울시의회에서 임신 중 당뇨병 환자 지원책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개최된다. 이것이 시작이었으면 한다. 늦었다는 자책보다는, 실질적 지원을 향한 잰걸음이 당장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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