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의사회 “대한민국 의료체계 근간 흔들 수 있는 위험한 발상”

의료기사의 정의를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를 받아’ 진료나 의화학적 검사에 종사하는 사람에서 ‘의뢰 또는 처방’으로 변경하는 방안이 추진되자 내과 개원의들이 의료기사의 단독 개원을 강하게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표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의료기사 정의 규정의 ‘지도’를 현실에 맞게 ‘의뢰 또는 처방’으로 변경하는 게 주 골자다.

이에 대해 대한내과의사회는 24일 성명을 통해 “남 의원의 개정안은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의원실 관계자는 해당 법안이 단독개원을 위한 별도 규정이 없는 점을 들며 의료기사 단독개원 허용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20대 국회부터 대한물리치료사협회를 필두로 단독개원 추진 입법이 꾸준히 추진돼 왔다. 이번 개정안은 의료기사들 단독 개원의 단초가 될 게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내과의사회는 “법안 발의자의 입장에선 물리치료를 별 위험성이 없는 단순한 의료행위로 간주하고 의료기사 단독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했겠지만, 모든 의료행위는 단순, 복잡을 떠나 환자에게 불가항력적인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재한다”면서 “이 때문에 의사들이 의료기사에게 행해지는 지도는 단순하고 일차원적인 게 아니라 이 행위에 대한 감독과 엄중한 책임까지도 염두에 두고 의료행위에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개정안이 장애인, 노인의 편의 향상을 위함이라는 취지 역시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이는 의료행위을 단순한 서비스 행위 정도 치부하고 병의원에서 의사의 처방을 받는 건 불편하고, 의사기사에게 바로 처방을 받는 것은 편리하다는 이분법적 논리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과의사회는 과거 헌법재판소가 내린 판결을 언급하기도 했다. 헌재는 지난 1996년 ‘환자 치료의 통합조정 능력이 없는 물리치료사에 의해 독자적으로 이뤄질 경우 이로 인한 부작용, 합병증 발생 등 국민 의료에 심각한 지장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물리치료사의 단독개원 관련 법안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한 바 있다.

내과의사회는 “이러한 전례에도 불구하고 금번 법안을 강행한다면 대한민국 의료 면허체계가 붕괴되고, 의료의 질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의료분쟁 발생 시 책임 소재 등 수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 뻔하다”면서 “나아가 모든 의료직역에서 의사의 ‘지도아래’에서 벗어나 단독 개원의 요구가 빗발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과의사회는 “이번 개정안은 이미 수차례 불가 판정된 의료기사 단독개원 관련 법안의 연장선에 불가한 법안일 뿐으로 현행 의료인 면허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고, 의료를 단순한 서비스 편의성만으로 판단해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내과의사회 회원 일동은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강력히 반대하며 속히 폐기할 것을 요구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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