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연, ‘의료인 폭력 방지 위한 통합적 정책방안’ 연구보고서 발간
“의료기관 내 폭력 처벌 강화해 사회적 경각심 줄 필요 있어”
의료기관 안전기금 및 범사회적 전문기구 신설 등 제안

의료인을 의료기관 내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의료인 보호권 신설을 비롯 사전 예방적 규정 마련, (가칭)의료기관 안전기금 신설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오수현 책임연구원, 이얼 전문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의료인 폭력 방지를 위한 통합적 정책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의료인 폭력에 관련한 국내외 정책 및 법안 등을 설명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연구원들은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료인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폭력의 위험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다. 특히 의료행위를 수행함에 있어서 환자 및 보호자와의 관계에서 다양한 이유로 폭력을 당할 가능성이 내제돼 있다”면서 “의료인 폭력은 의료인이 느끼는 우울, 공포,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심리적인 문제를 일으키며, 진료 행태 변화로 이어져 의료 질 하락과 국민 건강권에 심각한 피해를 가져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연구원들은 이어 “의료기관 내 폭력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폭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의료법이 개정됐고, 정부도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다양한 대책과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폭력사건은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면서 “가해자에 대한 사후 처벌을 강화해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하도록 하고 있으나, 여러 이유로 실질적 처벌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고, 정부 대책이나 가이드라인도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의정연 연구보고서
의정연 연구보고서

연구원들은 따르면 국외에선 우리보다 앞서 의료인 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의료기관 내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법규를 개정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 세계의사회에선 의료인 폭력은 입법, 안전, 데이터 수집, 교육, 환경요인, 대중 인식 및 재정적 인센티브를 포괄하는 다각적인 접근 필요하며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을 통한 통합적 대응전략 발굴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직업안전보건법 제정을 통해 안전한 근로환경 조성을 위한 법제정과 위반지 제재 사항을 명시했고, 산업보건안전청 가이드라인을 통해 폭력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을 명시함으로써 정부 차원의 관리 하에서 가이드라인의 실질적인 활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러한 직업안전보건법과 산업보건안전청의 가이드라인을 기초로 연방 차원의 통합화된 표준 마련과 위반시 제재하는 법 마련을 위해 보건의료 및 사회복지서비스종사자에 대한 기관 내 폭력예방법안이 발의됐고 주정부 차원에서도 폭력 예방을 위한 법의 규정이 강화되는 추세다.

일본은 지난 2014년 의료법을 통해 의료종사자 근무환경 개선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고 후생노동대신은 관리자가 강구해야 할 조치에 대한 지침사항을 규정하고 공표하도록 하고 있다.

즉, 해외 선진국의 경우 폭력 방지를 위한 법규를 보다 강화하고 있으나, 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보다는 안전한 의료환경을 조성하는데 보다 중점을 두고 있으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가이드라인에 대한 준수를 상위법에 명시함으로써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이에 의료인에 대한 폭력은 단기적 대응으로는 정책의 실효성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으며 실질적인 예방을 위해선 의료 환경과 시스템 전반을 개선할 수 있는 통합적 측면에서의 정책대안 발굴이 필요하다는 게 연구원들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연구원들은 사전 예방적 규정 신설을 비롯 ▲의료인 보호 법안 마련 ▲범사회적 전문기구 조직 ▲(가칭) 의료기관 안전기금 신설 ▲의료기관 안전시설 강화 ▲안전교육 및 훈련 강화 등을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시했다.

연구원들은 먼저 “법적 실행력 강화를 위한 사전예방적 규정 및 의료인 보호법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의료인 진료환경 안전에 대한 규정, 폭력 예방교육 및 실태조사에 대한 규정 등을 의료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환자가 폭력적인 성향을 보이거나 유사한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의료인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진료를 유보할 수 있도록 의료인 보호권을 신설해야 한다”며 “나아가 반의사불벌규정 폐지로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으로 처벌해 의료기관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한 관용이 없도록 처벌을 강화, 사회 전반적으로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또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대한 근본적이 대안을 논의할 수 있는 전문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정부가 제안한 여러 가지 대책이 제도화‧입법화되기 위해선 이해당사자간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폭력 예방을 위한 계획 수립 및 실행을 위해 정부, 의료계, 전문가단체, 시민단체로 구성된 상설 기구를 신설‧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의료기관 안전기금 신설을 제안한다”면서 “의료기관내 안전시설 강화와 보안 인력 배치 등 대책을 실행할 수 있는 재원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각종 대책의 실행력과 지속성은 담보할 수 없다. 이에 의료기관 내 안전 확보를 위한 대책에 소요되는 비용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의료기관 안전기금 신설을 할 수 있도록 의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의료기관 안전시설, 교육 및 훈련 강화가 필요하다. 의료기관 내 보안인력을 단계적으로 충원하고, 비상벨 등 경보장치를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확대해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안전교육의 구체적 항목을 규정하고 의료인에게 훈련의 기회를 제공해 폭력을 예방하고 사건 발생 후 대처방안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연구원들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의사와 환자와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인 인식을 개선하는 일”이라며 “법・제도적 장치의 마련과 이에 대한 재정적 지원, 의료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개선이 이뤄질 때 의료기관에서의 폭력은 근절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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