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 지정…총 119병상 제공 예정
인공호흡기 15대‧이동형 X-RAY 및 초음파 등 구입에만 13억원 투자
김부섭 원장 “보상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사람 살리는 게 우선”
“선제적으로 투자해 의료기관 폐쇄 막을 수 있으면 성공한 투자”
“의료인과 의료기관, 위기 상황일수록 사회적 책무 다해야”

지난 17일 남양주 현대병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운영 규모는 코로나19 중증환자와 고위험군 환자의 집중치료를 위한 4개 병동 119병상이다. 중환자 25병상‧준중환자 18병상‧경증환자 76병상으로 구성된 전담 병동은 오는 26일, 중환자 10개 병상 오픈을 시작으로 내년 1월 15일까지 공사를 완료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예정이다.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위해 현대병원이 지출한 비용도 적지 않다. 음압병실 설치 및 동선 확보를 위해 병원 곳곳에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인공호흡기 15대, 이동형 X-RAY기, 이동형 초음파를 비롯 각종 심전도모니터, CRRT장비, 이동투석장비(RO), 중앙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 중환자실 침대 등의 의료장비를 구비하기 위해 13억원을 투입했다.

현대병원은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으로 지정되기 이전부터 국민안심병원으로서 일반환자와 안심(선별)진료실 환자의 동선 및 입원실을 완전히 분리해 운영해왔다.

또 음압격리병동에 24개, 응급실에 8개의 음압병실을 운영하며 그 동안 코로나19 확진자 60여명을 치료해왔고, 현재도 확진자 10명이 입원‧치료 중이다.

현대병원이 코로나19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던 건 선제적인 준비 및 조치가 의료기관의 코로나19 극복에 더 낫다는 김부섭 원장과 병원 구성원의 판단 때문이다. 또 감염병으로 인한 국가재난상황에서 의료인, 의료기관이 사회적 책무를 다 해야 한다는 신념도 작용했다.

지난 21일, 김부섭 원장을 만나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 지정 배경과 앞으로의 운영 계획 등에 대해 들었다.

- 현대병원이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병상 제공이 쉽지 않은 일인데 그런 결정을 하게 된 배경은.

우리 병원은 지난 10개월 동안 코로나19 환자를 계속 진료해 왔다. 현재도 음압격리실에 8명, 중환자실에 2명 입원해 있다. 지난 10개월을 돌아보면 중간 중간 피크가 있었다. 3월과 8월이 피크였고, 조금 잠잠하다가 11월말, 12월이 되면서 끝없이 올라가고 있다. 이전에는 하루에 6명의 환자 받은 게 최고였다면 지금은 그보다 더 많이 오는 날도 있다. 특히 남양주, 포천 등의 지역에는 요양원이 많아서 코로나19 중증환자도 많다. 그런데 이 분들이 갈 데가 없다. 인공호흡기를 달게 될 정도로 악화되더라도 전원할 곳이 없다. 국가지정병원으로 보내려고 했는데 받아주는 데가 없다. 보건소에 물어보니 ‘경기도만 해도 입원 대기 환자가 500명이 넘는다’고 했다. 전원이 안되는 상황이 계속 되다보니 차라리 우리가 중환자를 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병원은 시설도 있고, 장비도 준비돼 있고, 의료진도 있다. 그래서 이달 말까지 10병상이라도 열어보자고 의기투합하게 된 것이다.

- 병원 구성원들도 동의했나. 반발이 있었을 것 같은데.

우리 병원이 음압병실을 운영한 지 벌써 10개월이 지났다. 처음에는 겁을 내는 직원도 있었다. 하지만 보호장구를 제대로 착용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걸 직원들이 확인하니 ‘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으면 우리 병원도 벌써 코로나19에 뚫려 폐쇄됐을 것이다.

- 음압병실 설치 및 기기 구입 등 그동안에도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선제적으로 준비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3월 우리 병원에 처음으로 확진자가 왔다. 시에서 요청이 와 5명을 격리치료했는데 문제가 하나 둘이 아니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도 어느 정도 (시스템을)갖췄다는 생각을 했고 감염병 관리지침도 만들었는데 그 정도로는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거듭되는 회의와 논의 끝에 음압병실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응급실과 병동에 각각 음압격리실을 만들었고 필요한 장비 등을 우선적으로 마련했다.

그리고 사실 방법이 없었다. 병원이 한 번 코로나19에 뚫리면 회복되는데 적어도 3개월이 걸린다. 그 3개월 동안 문을 닫으면 우리 병원은 200억원 정도 손실을 보게 된다. 10~20%를 선제적으로 투자해 의료기관 폐쇄를 막을 수 있다면 이는 성공한 투자라고 봤다. 그 덕분인지 우리 병원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더 성장했다.

남양주 현대병원 음압격리병동
남양주 현대병원 음압격리병동

- 의료인력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의료진을 계속 보강하는 중이다. 내년 3월 감염내과 의사 한 분을 모시기로 했고 호흡기내과 의사도 증원한다. 하지만 간호인력이 큰 문제다. 상급종합병원은 여유가 있지만 지방 종합병원은 간호인력이 제일 부족하고 더욱이 훈련된 인원은 더 찾기 힘들다. 이 사람들을 붙잡기 위해 여러 유인책을 쓰고 있다. 당장 코로나19 환자들을 진료하기 위해선 비용 보다 인력을 더 지원해 줘야 한다.

- 민간병원들의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 참여가 늘고는 있지만 아직 더딘 상황이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제일 큰 이유는 코로나19 환자를 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잠깐 실수를 하면 의료기관이 전체 폐쇄로 이어진다. 하지만 (코로나19 환자 진료를)하든 안하든 위험성은 같다. 언제든 확진자가 병원에 올 수 있다. 특히 제일 겁나는 일은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서 입원을 시켰는데, 며칠 후 양성으로 나오는 것이다. 확진자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확진자에 뚫려도 그 범위를 최소화 할 수 있게 병원을 설계하고 직원들을 교육시키고 동선을 조정해야 한다.

보상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사람을 살리는 게 우선이다. 비용은 추후 문제다. 지금은 돈보다 병상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의료인력을 지원해 주는 게 더 시급하다. 전국이 다 재난 상황이다. 의료인과 의료기관은 위기상황일수록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한다. 보상 문제는 이 재난 상황에서 끝나면 논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병원 뿐 아니라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다. 일주일 뒤에 확진자가 몇 명이 될지 모르는 세상을 살고 있다. 이런 때 일수록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 병원은 지역을 대표하는 의료기관으로서 남양주, 경기도 북부, 국가를 위해 해야 하는 역할이 있고 이를 성실히 수행하고자 한다. 이 위기를 빨리 끝내려면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한 마음으로 움직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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