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강은미 의원, 토론회 열고 직장 내 괴롭힘 대안 모색
“이게 눈에 안보여, 눈깔을 빼서 씻어줄까?” 등 폭언
의원급 의료기관, 괴롭힘 금지법 사각지대 주장도 나와

“출근시간이 늦다. 세시간 먼저 나와라”, “내가 하는 말에는 대꾸하지 말고 무조건 예 알겠습니다로 대답해라”, “(모니터화면을 보면서) 이게 눈에 안보이냐? 눈깔을 빼서 씻어줄까?”

모 국립대병원에 입사한 신규 간호사가 입사 3일째부터 받았다는 직장 내 괴롭힘, 일명 태움의 사례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병원 현장에서 벌어지는 직장 내 괴롭힘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괴롭힘 금지법상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의원급 의료기관이 직장 내 괴롭힘 사각지대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 정의당 노동본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16일 오전 국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실태 및 대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직장갑질119 오진호 집행위원장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이 됐지만 괴롭힘은 여전하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사례를 살펴보면 국립대병원 신규 간호사, 개인병원, 간호조무사 등 다양한 곳에서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며 “국립대병원에 입사한 신규 간호사는 (태움으로 인해) 두달만에 몸무게 7킬로그램이 빠지고 매일매일이 끔찍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개인병원 등에서는 낙하산으로 입사한 특수관계인의 괴롭힘, 식사 등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일로 인한 갑질과 폭언 등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오 위원장은 “괴롭힘은 가부장적이고 유교적이며 군대문화와 집단주의문화가 만연한 한국 특유의 조직문화 영향이 크며, 그래도 된다는 인식 영향도 있다”면서 “직장갑질119가 제보사례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성별, 세대별, 직급별로 갑질에 대한 인식에 큰 차이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특히 오 위원장은 “의원급, 한의원, 치과의원 등은 4인 이하 비율이 높은데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무방비로 노출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대한 기초적인 실태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병원 내 관리자에 의한 괴롭힘

공론화 쉽지 않고 비밀유지도 안돼

병원 내 괴롭힘 실태조사 내용 및 현장 증언을 주제로 발표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이민화 활동가는 의료연대본부 소속 8개 병원 조합원 1,18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결과를 발표하며 병원 내 괴롭힘이 여전하다고 밝혔다.

설문조사 결과, 괴롭힘 금지법 시행 후 ‘변화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39%였다. 병원 내 괴롭힘 종류 중 가장 많은 유형은 무시 30%, 소문 22.3%, 모욕 20.5%, 폭언 17.6%, 태움 13.8%다.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해 필요한 것을 묻는 질의에는 ‘괴롭힘이 발생할 수 없는 조건 개선’이 48%로 가장 많았으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구체화하고 처벌조항을 강화한다’가 27%로 뒤를 이었다.

이 활동가는 “실태조사 결과 독립된 기관이 아닌 피해자 자신이 다니고 있는 병원에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자에 의한 괴롭힘의 경우 공론화하기 쉽지 않고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에 대한 비밀유지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활동가는 “노동조합이 있고 규모가 큰 병원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단체협약 등으로 세부지침까지 마련돼 있지만 그 외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의 경우 어떤 절차로 신고를 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이 활동가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한 독립적인 처리기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예방교육 법제화 ▲직장 내 괴롭힘이 어떤 절차로 처리되는지 사례 공유 ▲인력 부족 등 환경요인 제거 ▲피해당사자가 지지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림대 간호대 강경화 교수는 “병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안전해지기 위해서는 경영자와 관리자의 인식 개선과 의지가 중요하며 업무수행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 확보와 합리적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는 요인은 조직 전반에 걸쳐 존재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며 “조사위는 독립성과 권한을 보장받아야 하며 조사결과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 공개하고 사후조치를 즉각 이행해야 하며 사후조치 이행 책임은 기관 대표가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배경 및 한계, 제언’을 주제로 발제한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이종희 변호사는 ▲사내 절차를 통한 자율적 해결 ▲5인 미만 사업장 제외 등 적용범위 등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의 경우 사업장 내 해결을 담보하고 사업장 내 해결이 되지 않거나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노동자가 취할 수 있는 구제절차에 관한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외에도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입증책임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자와 상대방 모두에게 배분 ▲일터괴롭힘 피해 주장자에 대한 불리한 조치 금지 ▲일터괴롭힘 대응을 위해 기업 내 필요한 기수 설치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오영민 과장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전후를 보면 (직장 내 괴롭힘이) 줄어든 것은 맞다고 생각하지만 얼마나 줄었는지에 대해서는 느끼는 점들이 다른 것 같다”며 “근본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해서는) 직장무화가 바뀌어야 하는데, 문화가 어느 순간 바뀌는 것이 아니라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오 과장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제재수단이 없다는 문제도 나오고 있는데, 이는 법 국회 통과 당시 자율해결로 가자는 취지에서 제재수단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제재수단을 포함하려면 (직장 내 괴롭힘이) 범죄구성요건에 맞는지 등도 논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 과장은 “예방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은데, 이 경우 진짜 교육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을지 등에 대한 실효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향후 법개정 논의가 있을 경우 좀 더 나은 쪽으로 개정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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