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방안에 의료계 반발…“사무장병원 조장”
클리닉 시설비 지원 위한 추경 국회 통과도 문제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한 의료이용체계 개선방안으로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식 오픈까지 험난한 여정이 될 전망이다.

지자체가 마련한 운영 방안에 대해 지역의료계가 이의를 제기하고 있으며, 관련 추가경정예산도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특별시는 최근 의료계와 보건복지부, 보건소 등이 참여한 가운데 ‘호흡기전담클리닉’ 관련 회의를 진행했다.

‘호흡기전담클리닉’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 의료이용체계 개선방안으로 추진되는 사업으로 정부가 대한의사협회의 지적을 적극 수용, 민‧관 협력 상생 모델로 운영될 계획이다.

호흡기전담클리닉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보건소․공공시설 등 공간을 제공하고 지역 의사가 참여하는 개방형 클리닉과 ▲감염 차단 시설 등을 갖춘 의료기관을 지정하는 의료기관 클리닉의 두 가지 유형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호흡기전담클리닉 수는 개방형 클리닉 500여개, 의료기관 클리닉 500여개 등 총 1,000여개를 예상하고 있으며, 이 중 개방형 클리닉 500여개를 우선 지정할 방침이다.

이날 회의에서 서울시는 개방형 클리닉과 관련해 두 가지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소가 중심이 되는 제1안은 보건소 및 공공시설 등 별도 공간에 클리닉을 설치하는 방안으로 보건소가 운영하되 개원의가 자문역할을 하고, 협의회를 구성‧운영하는 방식이다.

보건지소‧분소가 중심이 되는 제2안은 보건지소‧분소 및 공공시설 등 별도 공간에 클리닉을 설치하는 방안으로 의사를 공모해 장소를 제공한 뒤 의료기관으로 개설‧운영하는 방식이다.

또 복지부는 시설 비용으로 한 클리닉 당 1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며 개방형 클리닉의 경우 참여의사가 진찰한 환자만 본인 의료기관에서 청구하는 것 외에 별다른 지원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같은 방안이 공개되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의료계 관계자는 “복지부는 개방형 클리닉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의료기관에는 하드웨어만 뜯어고치고 소프트웨어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욱 황당한 건 서울시”라며 “서울시안을 보면 사실상 무늬만 개방형이다. 의사를 별도로 채용해 자체적으로 진료를 보겠다는 것인데 이를 어떻게 개방형이라고 말할 수 있나. 게다가 의사를 채용해 해당 의사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안도 있는데 이는 명백히 사무장병원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와 서울시안은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오히려 와해시킬 것”이라며 “한국의료를 파괴하려는 모습”이라고까지 성토했다.

문제는 의료계 반발만이 아니다. 의료기관에 시설비로 지급하기 위한 추경 예산이 아직 국회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추경이 미뤄질 경우 호흡기전담클리닉 개소도 연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추경이 통과돼야 한다. 설치비를 지원하는 게 한 개소 당 1억원으로 잡혀있는데 추경이 국회에서 심의되고 통과돼야 돈을 집행할 수 있다”면서 “추경이 미뤄지면 (호흡기전담클리닉 오픈이)딜레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하남시 호흡기감염클리닉이 지자체장의 의지와 지역의사회의 협조가 맞물려서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모델”이라며 “(예산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자발적인 모델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적극적인 확대에 애로사항이 생길 수 있다. 재정 지원이 마중물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도 했다.

개방형 클리닉 수가에 대해서는 “수가가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다. 국민안심병원에 주고 있는 수가가 있는데 그에 상응하는 수가를 반영해서 개방형 클리닉에 맞는 수가를 협의를 하고 있다”면서 “평소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진료하는 수가보다 2~3배 정도 될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서울시 보건소들은 개방형 클리닉 운영에 애로사항이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가)진료할 클리닉 장소나 간호인력, 행정인력 등에 대한 제반을 보건소에서 준비하는 식으로 모델을 구상했는데 (회의에 참석한 보건소장들이)그런 부분에 대한 애로사항을 이야기 했다”면서 “현재도 보건소가 선별진료소 등 방역에 총동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클리닉을 같이 운영할 때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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