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박종혁 대변인 “병협과 경쟁하기 보단 가교 역할 기대”
병협 “의협이 병원에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쓴소리

대한의사협회가 병원장들을 위한 직역협의회 신설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미 대한병원협회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의협이 이와 유사한 단체를 만든다는 점에서 두 협회의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의협은 지난 17일 용산 임시회관에서 열린 상임이사회에서 ‘병원장의사협의회’를 정관상 협의회 범위에 포함시키기 위한 정관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현재 의협 정관 제47조의2(직역협의회) 제2항은 ‘직역협의회의는 공직의협의회, 공중보건의사협의회, 전공의협의회, 병원의사협의회로 분류하며 구분 등은 세칙에서 정한다’고 돼 있다.

이 조항에 ‘병원장의사협의회’를 추가하는 정관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게 의협의 생각이다.

박종혁 대변인은 본지와 통화에서 “의협 회원 중에 병원을 직접 경영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이 분들은 봉직의나 교수와는 구분되는, 의사이면서 동시에 병원장인 특수한 상황에 있다”면서 “의사로서의 본분이나 의료계의 대의에 부합하는 방향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척박한 환경에서 병원을 경영하고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독특한 위치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집행부 초반부터 별개의 협의회 구성에 대한 요구와 건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또 “병협은 병원을 회원으로 하는 단체로 회원병원의 권익 보호와 발전을 도모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병원을 경영, 운영하는 병원장 가운데 다수가 의사다. 병원장의 입장에서는 병원의 입장과 의사로서의 입장이 언제나 같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 대변인은 “회원들이 병원장의사협의회를 통해 이러한 현실적 고민을 공유하고 보다 조화로운 해법과 방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병협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의협과 병협의 접점, 가교 역할을 통해 전체 의료계의 입장을 통합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병원계는 의협의 ‘병원장의사협의회’ 신설에 대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병협 관계자는 “의협 산하에 병원장을 위한 협의회가 만들어져도 참여하는 인원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며 “솔직히 의협이 병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고 평했다.

이 관계자는 “병협은 복지부에서 인정한 법정단체로 병원들을 대표해 수가협상에도 나서고 있다”면서 “병원장의사협의회가 생긴다고 해도 코로나19 같은 위기상황에서 복지부가 협조를 구할 때 누구를 찾겠나. 당연히 병협을 찾아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의협은 기존 산하단체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갈등을 겪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병원장의사협의회를 만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했다.

‘병원장의사협의회’ 신설이 병협과의 갈등을 불러일으켜 자칫 의료계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 전직 의협 임원은 “협의회를 만드는 건 절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당장 어떤 세력이 원한다고 해서 협의회를 만들면 나중에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 있다. 보다 심도 있게 논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병원장의사협의회’는 병협과 겹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병협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면서 “이 문제로 의협과 병협이 갈라서면 의료계는 지금보다 더 힘을 잃게 된다. 그러면 복지부만 웃게 되는 상황이 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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