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근거 있지만, 갑상선암 걸리면 경제적 타격 큰 미국 상황도 고려돼일부 암 ‘종양’ 분류 됐지만 ‘갑상선암 더 이상 수술 필요없다’ 식의 해석은 잘못

[청년의사 신문 곽성순]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논문 ‘피포성 소포 변이 유두 갑상선암(EFVPTC)의 명명법 변경-저위험 종양의 과잉치료를 줄이기 위한 패러다임 전환(Nomenclature Revision for Encapsulated Follicular Variant of Papillary Thyroid Carcinoma-A Paradigm Shift to Reduce Overtreatment of Indolent Tumors)‘이 화제다.


논문은 ‘현재 비침윤성 EFVPTC로 진단되고 있는 갑상선 종양은 나쁜 결과의 위험이 매우 낮으므로, 그 명칭을 ‘유두 모양 세포핵을 지닌 비침습적 소포 모양의 갑상선 종양(NIFTP)’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며, 이러한 재분류가 전세계의 많은 환자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고 암 진단에 따른 심리적 임상적 결과들을 의미있게 감소시킬 것‘이란 내용을 담고 있다.

논문은 비침습 피막 형성 소포 변종 유두암 진단을 받은 환자 109명을 13년(중앙값) 동안 추적관찰한 결과, 림프절이나 타 장기 전이 등 나쁜 결과가 나타난 사례가 한 건도 없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갑상선암 중 가장 흔한 유두암(암세포가 ‘유두’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은 소포(조그맣고 동그란 모양이라는 뜻, 국내에서는 일본식 한자 표기인 ‘여포’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다) 변종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 소포 변종 유두암 중 암세포를 피막(capsule)이 잘 싸고 있으면서 암세포가 피막 밖이나 피막 안에 있는 혈관으로 침습하지 않은 ‘비침습 피막 형성 소포 변종 유두암’을 앞으로는 암이 아닌 ‘NIFTP’로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암이 아닌 종양(NIFTP)으로 한다’는 의미도 살펴봐야 하는데, 종양에는 악성 종양이 있고 양성 종양(이 외 중간 종양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이 있다.

흔히 암이라고 부르는 것은 악성 종양이고 양성 종양은 ‘지금은 암이 아니지만 앞으로 암이 될 수 있는’ 정도의 상태를 의미한다.

즉, 미국 병리학자가 주축이 돼 모인 20여명의 병리학자들이 갑상선암 중 소포 변이를 일으키고 피막에 잘 싸여 밖으로 나가지 못한 암세포를 앞으로 암이 아닌 (양성) 종양으로 부르자고 ‘이름(진단명)’을 바꿔준 것이다.

미국이 이같은 결정을 한 이유는 다분히 미국 내 상황과 연관된다. 미국에서 갑상선암은 비교적 젊은 층(그 중에서도 여성)에서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말은 일반적으로 갑상선암 환자들은 아직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진단을 받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갑상선암은 한번 진단을 받고 수술 등 치료를 받더라도 사는 동안 계속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우리나라 같은 전국민 건강보험제도가 없고 의료비 부담이 큰 미국인들에게 갑상선암 진단을 받는다는 것은 사는 동안 평생 비싼 의료비를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논문을 작성한 피츠버그의대 병리과 유리 니키포로프(Yuri E. Nikiforov) 교수는 논문 발표 후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4월 14일자 It’s Not Cancer : Doctors Reclassify a Thyroid Tumor)에서 비침습 피막 형성 소포 변종 유두암 진단을 받아 삶이 망가진 10대 여성을 먼저 소개하며, 이런 암을 NIFTP로 진단하는 것이 환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왜 미국에서 이같은 연구를 진행했고 결국 암이 아닌 종양으로 명칭을 변경했느냐는 의학적 근거에 따른 결정이기도 하지만 이같은 미국 내 상황이 작용한 것이다.

그런데 이 논문이 우리나라로 넘어와서는 다른 사회적 논란을 낳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국내에 불었던 ‘갑상선암 과다진단’ 논란과 만나면서 어찌된 일인지 이 논문은 국내에서 ‘지금까지 갑상선암 과다진단이 있었다는 근거를 보여준 논문’이 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미국에서 소포 변종 유두암을 더 이상 암이 아닌 종양으로 부르기로 했다’는 다소 정확하지 않은 내용으로 논문이 소개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잘못된 정보가 ‘소포 변종 유두암이 NIFTP로 이름이 바뀌면서 앞으로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환자들에게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NIFTP는 문제가 발생한 갑상선을 떼는 수술(진단 및 치료를 위한 수술)을 하지 않고는 진단할 수 없다.

그러니까 명칭 변경은 우선 문제가 된 갑상선을 뗀 후 벌어지는 것인데, 국내에서는 명칭이 변경됐기 때문에 갑상선을 떼지 않아도 된다고 엉뚱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논문이 국내에서는 환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꼴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NIFTP’ 분류, 국내 영향 사실상 ‘제로’

‘피포성 소포변이 유두 갑상선암(EFVPTC)의 명명법 변경-저위험 종양의 과잉치료를 줄이기 위한 패러다임 전환(Nomenclature Revision for Encapsulated Follicular Variant of Papillary Thyroid Carcinoma-A Paradigm Shift to Reduce Overtreatment of Indolent Tumors, 이하 명칭 변경 논문)’이라는 논문에 따라 ‘비침습 피막 형성 소포 변종 유두암’의 명칭이 ‘비침습적 소포 모양의 갑상선 종양(NIFTP)’으로 변경되면서 미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변화는 몇 가지가 있다.


▲ 비침습 피막 형성 소포 변종 유두암 세포 사진. 사진 중앙 부근에 흰선 사이에 위치한 것이 피막이며 이를 경계로 좌측이 소포 변형된 암세포, 우측이 정상 세포다. 곽성순 기자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수많은 암 환자(논문에서는 이 환자비율을 전체 갑상선암 환자 중 10~20%로 명시했다)가 암 환자가 아니게 된다는 것이며, 이들이 불필요한 치료(진단을 위해 떼어낸 갑상선 외 반대쪽 갑상선을 떼고 방사성동위원소 치료를 하는 것)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미국의 사례를 국내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이러한 이득은 국내 환자들에도 적용돼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국내에서 지금까지 비침습 피막 형성 소포 변종 유두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 중 상당수는 이미 불필요한 치료를 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병리과 정창권 교수는 “국내에서 비침습 피막 형성 소포 변종 유두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반대쪽 갑상선을 떼고 방사성요오드 치료를 받았느냐고 하면, 그렇지 않다”며 “우리 병원 데이터를 찾아봤는데, 지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이번 명칭 변경 논문 기준으로 NIFTP로 진단됐어야할 환자 129명 중 그런 치료를 받은 환자는 한 건도 없었다. 이미 국내 병리과 의사들은 이런 암은 예후가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런 이야기가 처음도 아니고 관련 논문은 꾸준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미 지난 2015년 미국 갑상선 수술 가이드라인에 이런 경우 추가 치료를 하지 말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내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가이드라인 개정 작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미 이런 가이드라인이 있음에도 명칭을 변경한 것은 그래도 암으로 진단하면 암으로 생각해 치료하는 의사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에 따르면 서울성모병원에서 지난 2008년 이후 갑상선암 진단자 중 비침습 피막 형성 소포 변종 유두암 진단을 받은 비율은 2008년 0%, 2009년 0.1%, 2010년 0%, 2011년 0.8%, 2012년 3.1%, 2013년 4.2%, 2014년 6.3%, 2015년 2.1%로 총 129명인데, 이 중에서 진단을 위해 문제가 된 갑상선암을 떼는 것 외 추가 치료를 한 경우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원래 NIFTP를 암이라고 진단 안 했다

정 교수가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본인이 국내에 소포 변종 유두암 중 피막에 잘 싸여있고 침습이 없는 경우를 암으로 진단해야 한다는 사실을 과거에 처음 소개한 당사자고, 관련 진단도 가장 많이 내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지난 2010년 미국 피츠버그의대 연수 때 미국 병리과의사들이 갑상선암 진단을 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암으로 진단하지 않는 비침습 피막 형성 소포 변종 유두암(국내에서는 일반적으로 여포 선종이라고 불렀다고 한다)을 미국에서는 암으로 진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본 결과, 이미 지난 1988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이를 암으로 분류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그 후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에서는 이를 본격적으로 암으로 진단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2011년 11월, 미국 연수를 마치고 국내에 들어온 정 교수는 이런 사실을 동료와 학회 등을 통해 알렸고 그 이후로 국내에서도 비침습 피막 형성 소포 변종 유두암을 진단하기 시작했다.

정 교수는 “유리 니키포로프(Yuri E. Nikiforov) 교수는 병리과에서 워낙 유명한 분이다. 니키포로프 교수가 집필한 교과서로 공부도 했다. 미국에서 통용되는 진단 기준을 모르면 외국에 논문도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때부터 비침습 피막 형성 소포 변종 유두암을 암으로 진단하기 시작했다. 외국 통용 가이드라인을 늦게 도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이번에 유리 니키포로프 교수가 주축이 돼 발표한 명칭 변경 논문의 핵심 내용(비침습 피막 형성 소포 변종 유두암을 종양으로 진단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2011년 전까지 이미 해오고 있었다는 것이며, 이번 논문을 따른다는 것은 다시 5년 전 진단법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라지는 것은 당시에는 별다른 명칭이 없었지만 이제는 NIFTP라는 세계 공통 명칭이 생겼다는 점뿐이다.

수술을 해야 NIFTP 알 수 있다는 게 중요

이번 논문이 국내에 알려진 후 갑상선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전문가들이 가장 걱정하고 있는 것은 ‘소포 변종 유두암은 수술 안 해도 된다’는 인식이 환자에게 퍼지는 것이다.

소포 변종 유두암 중에서도 피막에 잘 싸여있고 침습이 전혀 없어야 한다는 전제에 대해서는 잘 설명해주는 곳이 없고, 한번 퍼진 잘못된 정보를 주워 담기는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비침습 피막 형성 소포 변종 유두암의 명칭을 NIFTP으로 변경하면서 환자들의 삶에 큰 변화를 주게 됐다.

우선 불필요한 추가 치료를 하지 않게 됐으며, 그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줄어들게 됐다. 또한 암 환자 라는 꼬리표를 떼게 됨으로써 민간의료보험 가입 시 불이익을 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는 좀 다르다. 전국민건강보험제도를 시행하고 그 중에서도 암 환자에 대한 보장이 큰 국내에서는 암 환자로 진단될 경우 본인부담금이 5%로 줄어들게 된다. 더해 민간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암 환자 진단 이후 다양한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미국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같은 점이 있다면 불필요한 진료를 안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인데, 앞에서도 살펴봤듯 국내에서는 비침습 피막 형성 소포 변종 유두암 진단 후 추가 치료를 받는 경우가 원래부터 거의 없었다.

다른 공통점은 암 환자가 암 환자가 아니게 된다는 것(암 등록 기준에 경계성 종양도 지원되기 때문에 본인부담 5% 혜택은 받을 수 있다)인데, 이는 자칫 의료현장에서 의사와 환자 간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또 다른 문제는 NIFTP 진단이 수술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즉 이미 갑상선을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한 다음, 지금까지는 ‘암이지만 예후가 좋아서 더 이상 치료는 안 받아도 됩니다’라고 말하던 것을 ‘떼 봤는데 암이 아니었습니다’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암일 수도 있어서 (진단 겸 치료를 위해) 수술을 했는데 암이 아니라고 하면 이해를 못하는 환자들이 있다”며 “당장 내일부터 논문에 나온 권고대로 진단했을 경우 억울해하는 환자들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수술을 해야 NIFTP 진단이 가능하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종양도 아니란 뜻은 아니다

비침습 피막 형성 소포 변형 유두암이 NIFTP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병리과 전문의들은 해당 진단을 할 때 더 꼼꼼하게 봐야할 이유가 생겼다. 피막이 정말 잘 싸여 있는지, 어디 터지거나 침습된 곳은 없는지를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앞으로 관련 진단을 할 때 지금보다 2배 정도 더 시간과 비용이 들 것이라고 봤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국내 갑상선암 환자와 서양 갑상선암 환자 간 차이점은 없는지도 살펴봐야할 과제다.


▲ 명칭 변경 논문에 삽입된 표. NIFTP로 진단됐어야 할 환자 109명을 13년(중앙값)간 추적관찰한 결과 림프절이나 타 장기 전이 등 나쁜 결과가 없었다. 곽성순 기자

실제 정 교수가 논란 후 서울성모병원에서 지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이번 논문 기준으로 NIFTP로 진단됐어야 할 환자 129명을 조사한 결과, NIFTP로 진단됐어야 할 109명 중 림프절이나 타 장기로 전이를 일으킨 환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명칭 변경 논문과 다르게 9%에서 림프절 전이를 보였다.

또한 BRAF V600E 돌연변이도 12%에서 발견됐으며, NIFTP 환자의 15%는 수술 후 우연히 발견된 미세암을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

정 교수는 “일단 갑상선암 중 유두암 비율도 서양은 80~90% 정도인 반면 우리나라는 97%에 달한다. 명칭 변경 논문과 다르게 NIFTP로 진단됐어야 할 환자를 살펴봤을 때 미국 데이터와 좀 다르게 나왔다”며 “미국사람보다 우리나라 환자에서 더 위험하다고 과하게 해석할 순 없지만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 교수는 “명칭 변경 논문에서도 암을 종양으로 바꾼 것이지 ‘종양도 아니다’라고 한 것은 아니다. 이 점을 잘 이해해야 한다. 명칭 변경 논문을 과다진단 논란과 연결시키는 것은 잘못 해석한 것”이라며 “NIFTP라도 떼지 않고 놔두면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있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진단 및 치료를 위해 수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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