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민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장 "의사 참여, 수가 등까지 고려해 사업화 나설 것"

정부가 6년간(2020~2025)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한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을 통해 의료기기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은 의료기기 개발부터 임상시험, 인허가에 이어 제품화까지 지원함으로써 국산 의료기기 제품의 국내 시장점유율과 국제 경제력을 높이는 사업이다.

국내 의료기기 관련한 연구개발 지원사업으론 최대 규모의 사업이란 점에서 산업계는 물론, 의료계 등에서도 관심이 높다.

이에 이 사업을 담당하는 ‘(재)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의 김법민 단장(고려대학교 바이오의공학부 교수)을 만나 사업 방향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었다.

-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은 무엇인가.
사업은 크게 5가지 내역(영역)으로 구분된다. 구체적으론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제품을 개발하는 ‘전략제품형’(1내역), 4차산업혁명 및 미래의료환경 선도를 위한 ‘품목지정형’(2내역), 공공복지 구현 및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조기성과창출형’(3내역), 의료기기사업화 역량 강화 사업인 ‘핵심기술형’(4내역) 등으로 나뉜다. 또 각 내역 내에도 다양한 형태의 지원사업도 준비 중이다.

- 공지된 각 내역별 개발 지원 제품군을 살펴보면, 1내역의 경우 초음파 장비, CT 등이 포함됐다. 일부 제품군 국내시장이 포화 상태이며, 글로벌에서도 경쟁이 쉽지 않아 보인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1내역 사업군은 (국산 의료기기)‘명품화’가 목표다. 이를 위해 1,000페이지가 넘는 기획 보고서까지 만들어 검토했다. 예컨대 초음파 장비의 경우, 앞으로 초음인공지능 기반의 차세대 장비나 한층 업그레이드 된 휴대용 의료기기, 진단용 초음파 융합영상 장비 등 스마트한 제품들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이러한 제품들을 개발하는 것 또한 ‘새로운 사업’이다. 우리만의 강점을 가진 제품을 만들 수 있게끔 지원이 활발했으면 싶다.

-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진료 등 원격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다. 관련 제품들에 대한 개발 지원 계획도 있나.

국내에선 10여년 전부터 원격의료에 대한 연구개발이 이뤄져 왔다. 제도만 바뀌면 바로 출시한 수 있는 제품들도 있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원격의료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데, 차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경우 관련 제품 개발 지원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 감염병 방역 관련 제품 지원 계획은.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호흡기 관련한 감염병은 앞으로도 이슈가 될 것이다. 이에 에크모, 이동형 CT, 차세대 분자진단 기기 등 6종류의 관련 기기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 의료기기를 개발해도 의료기관에서 쓰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이는 오랫동안 지적된 바이기도 하다. 대책이 있나.

가장 고민이 많았던 부분이다. 국산의료기기를 개발해도 어차피 안쓸 거라고 말하는 이들도 적잖았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선 국가와 의료계가 같이 힘을 모아야 한다. 공공조달 사업으로 국산의료기기를 일정 부분 활용한다던지 등의 방법을 통해서 말이다. 또 국산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의료기관에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도 있다. (국산의료기기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복지부와 논의해서 만들어갈 계획이다.

제품화 사업 시 (의료기기 사용자인) 의사들이 필수적으로 참여하게 독려할 것이다. 제품부터 만들어 놓고 의사보고 쓰라고 하는 것보다, 기획단계부터 의사가 참여해 실제로 임상에서 필요한 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해야 국산의료기기의 신뢰가 높아진다. 이에 사업단은 사업적합성 심사부터 임상의들이 참여하게 해 조언토록 할 계획이다.

- 의료기관에서 국산의료기기 활성화를 위해선 수가 적용이 필수라는 말도 있다.
의료기기 개발이 막판에 어그러진 제품이 많은데, 그 가장 큰 이유가 병원에서 제품을 구입해도 돈이 안되기 때문이었다. 정형외과 치료제를 만들어도 수가가 도수치료와 같거나, 치료재료를 만들어도 별도 수가가 인정되지 않고, 3D내시경 제품을 만들었는데 2D 제품과 수가가 같은 등의 일이 발생하면, 연구개발 비용조차 회수가 안된다. 이에 사업단은 (수가) 이슈를 미리 꺼내놓고 정부와 의료계, 산업계가 같이 고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 그간 학계와 산업계 등에선 정부 연구개발 사업이 ‘나눠먹기식’이란 비판이 많았다. 일부에 집중될 경우 ‘특혜’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적당하게 나눠 지원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 등이 그것이다. 이번 사업도 1조원이 넘는 규모여서 관심이 크고, 지원 대상도 많아 이런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듯 싶다.

예비타당성조사에서부터 그같은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의료기기 제품군이 워낙 많아서인지 그렇게 (나눠먹기식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국내 의료기기 관련 연구개발은 다 모아서 (명품화 개발 지원 등을) 시작하자고 마음 먹고 검토에 들어갔고, 그 중에서 가능성을 보고 (지원)내역을 구성한 것이다. 과거 정부 사업에 참여해 놓고 사업화에는 관심이 없는 경우가 있었던 만큼, 이러한 것들을 거르는 것이 본 사업의 성패를 가늠할 것이라고 본다.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게 우리도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 사업 성공을 위해 필요하거나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정부, 의료계, 산업계는 물론 지자체 등까지 의료기기산업에는 수많은 이해당사자가 자리하고 있다. 사업단은 그 가운데서 허브 역할을 하고 싶고 실제로 그렇게 운영할 것이다. 6년이라는 사업 기간이 길지 않지만, 보다 많은 의료기기 관련 연구와 계획이 실행돼 사업화까지 이어지게끔 책임감을 가지고 진행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업들이 중간평가 등에서 탈락하는 일도 일어나겠지만, 미리 문제를 파악해서 방향을 수정하게 돕는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사업이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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