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이세원 교수 "대안 없던 중증천식 환자에게 새 삶 가능성 보인 시술"

“한 1,500번 입원한 거 같아요. 응급실은 1,000번? 한 번은 응급실을 운전해서 가서 그 자리에서 피토하고 쓰러지고 일주일 정도 있다가 깨어났는데, 그때는 사망 선고하기 직전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살 바엔 죽고 싶다. 이렇게 살아서 뭐 하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죠. 천식은 지극히 혼자와의 싸움이고 병과의 싸움이고. 숨을 쉬는 거에 대한 싸움이었다고 저는 기억합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내시경적 기관지 열성형술’(Bronchial thermoplasty, 제품명 얼레어(The Alair), 이하 기관지 열성형술)을 받은 한 환자의 사연이다(출처 서울아산병원, www.amc.seoul.kr/asan/healthtv/video/videoDetail.do?videoId=3805)

이 환자는 천식, 그 중에서도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중증천식을 앓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천식 환자들에게 잘 듣는 약도 이 환자에겐 소용이 없었다. 증상이 조절되지 않으니 응급실을 일상적(?)으로 드나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그가 찾은 마지막 방법이 기관지 열성형술이다.

기관지 열성형술은 기관지 내시경에 삽입되는 치료용카테터(일회용 발조절식 전기수술기 용전극)를 이용해 기관지 말단부터 중심 기관지까지 접근 가능한 모든 기도에 고주파 전류를 전달해 천식 환자의 기도를 확장시키는 시술법이다.

기관지 열성형술을 받은 후 환자는 시술 전과 달리 응급실을 찾지 않게 됐다. 또 시술 전에는 엄두도 못냈던 높은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차로만 다녀야 했던 거리도 걸어 다닐 수 있게 됐다. 하나의 시술이 그의 삶을 바꿔 놓은 것이다.

이 환자의 사례만 보면 기관지 열성형술은 다시없는 획기적 시술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모든 중증 천식 환자에게 이 시술법을 적용할 순 없다고 이야기한다. 또 시술을 받더라도 모두가 이 환자처럼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 시술법은 지난달 1일부터 선별급여(환자 부담 50%) 대상에 포함됐다.

한편, 기관지 열성형술이 가능한 제품으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허가받은 얼레어(제조사 보스톤사이언티픽)는 2013년 헬스케어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갈리엥 어워드에서 ‘Best Medical Technology’로 선정된 바 있다. 현재 국내를 포함해 미국, 중국, 일본, 호주, 유럽 등에서 허가받아 사용되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기관지 열성형술을 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이세원 교수를 만나 이 시술이 어떤 시술법이며, 어떤 환자들에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들었다.

- 기관지 열성형술은 어떤 시술법인가.
병리학적으로 기관지의 평활근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시술법을 일컫는다. 기관지 근육(평활근)이 자극을 받으면 수축이 되면서 기침, 호흡곤란 등이 발생한다. 이 평활근에 65도의 열을 가해 면역학적 반응 등 어떤 외부 반응에도 수축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다. 근육을 강제로 수축시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가 있지만, 정작 이 근육이 생리학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 과거 교과서에선 이 근육이 자기에게 맞지 않는 물질이 들어와 이를 거부하려고 수축해 기침을 통해 내보내는 작용을 한다고 기술하고 있지만, 천식 환자들 입장에선 반응하지 말아야 할 것까지 과도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반응의 근원을 없애는 시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세 번(평활근 오른쪽 아래, 왼쪽 아래, 양쪽)에 걸쳐 시술하는데, 그 이유는 가뜩이나 과민한 환자에게 한꺼번에 기관지 근육을 자극할 경우 기관지 수축 등 안전에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각 시술시마다 전신 마취 후 진행한다.

- 기관지 성형술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COPD(만성폐쇄성폐질환)와 천식 환자, (치료받기 위해) 갈 곳 없는 중증 천식 환자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방법이 없을까’였다. 시도 때도 없이 응급실에 실려오는 환자, 전신 스테로이드제제를 복용하고 있어 부작용 때문에 10년 후 어떻게 될지 뻔히 예상되는 40대 환자 등을 보면서 악순환을 끊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방법 중 하나가 기관지 성형술이었다.

- 어떤 환자들에게 기관지 열성형술을 적용할 수 있나.
천식 환자의 90~95%는 흡입형 스테로이드제제로 치료가 가능하다. 또 흡입형 스테로이드제제가 듣지 않는 5% 가량의 환자 중 절반 가량은 최근 등장한 생물학적제제로 치료가 가능하다. 문제는 그 나머지 환자다. 이들에겐 장기 사용시 부작용이 불가피한 전신 스테로이드제 밖에 대안이 없다. 또 이들은 기존 약제들로 증상 조절이 안되니 응급실 방문도 잦다. 이런 환자들에게 남은 유일한 대안이 기관지 열성형술이다. (기관지 열성형술 제품인 얼레어의 적응증은 ‘18세 이상의 천식 환자 중 약물 단독 요법으로 조절이 어려운 심한 환자’다)

- 기관지 열성형술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효과는.
제일 큰 효과는 응급실 방문 횟수를 줄이는 것이다. 이는 연구들을 통해 입증됐다. 실제로 시술 후 응급실을 방문하는 환자들 중에는 갑작스런 물질 유입으로 기관지가 급격하게 수축하는 경우가 있는데, 기관지 열성형술에 반응을 보인 환자들은 응급실을 거의 찾지 않아도 되는 수준까지 된다. (앞서 언급한) 20여년 간 응급실 방문횟수만 1,000번 가량이었던 환자도 전국을 돌아다니며 대체의학, 한약, 일반 흡입제 등 해볼 수 있는 방법은 다 동원했었다. 그래도 안 돼서 (서울아산병원을) 찾아왔는데, 다행히도 시술의 효과가 있었다.

- 몇 명의 환자들에게 시술했나. 결과도 궁금하다.
현재까지 6명의 환자에게 시술을 했다. 이들이 현재까지 국내에서 기관지 열성형술을 받은 환자 전부다. 모두 중증 천식 환자이자, 전신 스테로이드제제를 사용하면서 잦은 응급실 방문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환자들이었다. 절박한 환자들이었다.
6명 중 3명에겐 드라마틱한 결과가 나왔다. 한 환자는 매주 응급실을 가야 했는데, 그 횟수가 1년에 1번으로 줄었다. 또 다른 환자는 전신 스테로이드제제를 오래 복용해 얼굴이 커지고 백내장이 생기는 등의 문제가 있었는데, 시술 후 전신 스테로이드제제를 끊고 체형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 환자는 현재 흡입형 스테로이드제제로 전환했는데, 전신 스테로이드제제를 끊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였다. 반면 나머지 3명 중 한명은 약간의 반응을 보였지만, 나머지 2명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50% 정도의 반응률은 국내나 해외나 마찬가지다.

- 시술 후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은 이유는 뭔가.
반응 예측인자를 정확히 모른다는 점이 이 시술법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시술 대상은 중증 천식을 앓고 있으면서 다른 치료 대안이 없고 응급실을 자주 방문하는 환자다. 하지만 이 중 어떤 이들에게 시술 반응이 있는지 여부를 알지 못한다. 관련 연구들이 이어졌지만, 아직 반응인자를 찾진 못했다. 향후 시술이 많이 이뤄지면, 반응인자를 찾는 분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기관지 열성형술 관련 주요연구들.

- 글로벌 연구들에서도 반응인자를 확인할 수 없었단 이야긴가.
반응률 관련해선 두 개 정도의 연구가 있다. 하나는 기관지 확장성 반응을 살펴봤다. 기관지 확장제를 썼을 때 폐기능이 좋아진 환자에게 기관지 열성형술을 적용하면 좋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진행했는데,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또 다른 연구는 가열 부위를 늘리는 것이었다. 대개 한번 시술시 60~100번 가량 지열하는데, 한 번 열을 가하고 5mm 이동해 다시 열을 가하는 방식이다. 이를 많이 할수록 반응이 좋을 것이란 연구였는데, 시술 전 환자의 반응을 예측해 진행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 시술의 적정 연령이 있나. 또 인종간 시술 차이는 없나.
기관지 열성형술 관련한 주요 연구는 ‘AIR’(100명), ‘RISA’(34명) ‘AIR2’(288명)을 꼽을 수 있는데, 연구 평균 연령대는 40~50대였다. 개인적으로도 시술 환자는 40~50대가 많았다. 이 시술은 미국에선 많이 이뤄져 아시아 환자들에게도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있었지만, 국내에서 시행한 결과를 보면 인종에 따른 문제는 없는 것 같다.

- 기관지 성형술의 반응률은 50% 정도에 불과한 반면, 급여 적용이 돼도 비용은 수백여만원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환자에게 꼭 필요한 시술이라고 봐야 하나.
(관련 전문가로서) 정부의 급여 논의에 참여했을 당시, 참석자들 사이에서 재정 부담과 시술이 무분별하게 남발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얘기했다. 그 이유는 (기관지 성형술이) 중증 천식 환자 중에서도 극히 일부가 대상이며, 의사 입장에서도 세 번에 걸쳐 전신 마취를 한 환자를 시술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많은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환자들의 현실을 전했다. 매주 응급실에 와야하고, 젊은 나이에 백내장을 앓으며, 제대로 된 경제 활동을 못하는 등과 같은 어려움 말이다. 다행히 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제한적이나마 환자들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돼 기쁘다.

- 시술에 따르는 부작용은 없나.
장기적으로 폐기능을 저하시키지 않을까 우려가 있었지만, 5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결과 그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단기적 부작용으론 일시적 천식 악화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된다. 시술 반응이 없었던 환자 또한 상태가 더 나빠지거나 하는 건 없다.

- 시술이 까다롭진 않나.
내시경이 충분히 숙달된 의사라면 충분히 시행 가능한 난이도다. 대단히 어려운 시술은 아니다. 치료 내시경의 관점에선 쉬운 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시술 시 기관지 수축 등이 발생할 수 있어 마취과와의 협업이 시술 시 도움이 된다.

- 마지막으로 기관지 성형술에 관심을 보이는 의사나 환자에게 조언한다면.
시술 반응률 50%는 낮다면 낮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술 대상인 환자는 다른 대안이 없다. 또한 기관지 성형술은 최소한 환자에게 해가 되지는 않는다. 더 시도할 방법이 없고, 응급실 자주 방문하는 중증 천식환자에게 시도해 볼 수 있는 치료법이 아닌가 싶다. 시술은 크게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응급실 방문을 줄이는 것과 전신 스테로이드제제를 끊는 것이다. 이 효과만으로도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된다. 여기에 이번에 선별급여가 적용되면서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 줘, 향후 국내 시술의 시행에 중요한 진전을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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