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낙태죄 ‘헌법불합치’‧1인 1개소법 ‘합법’ 결정…이대목동 의료진 1심서 전원 무죄

올 한해도 의료계와 연관된 굵직한 판결들이 이어졌다. 먼저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의료계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1인 1개소법’은 그 효력을 계속 유지하게 됐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과 관련된 의료진 전원에게는 1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며 지난해 의료계를 뜨겁게 달궜던 횡격막탈장 환아 사망사건은 올해 대법원에서 최종 마무리됐다.

헌재,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후속 입법은 언제쯤?
올해 가장 주목을 받은 판결을 꼽자면 단연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11일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한 형법 제269조 제1항(자기낙태죄)과 제270조 제1항에서 의사 관련 내용(의사낙태죄)을 헌법불합치로 판단했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기는 하지만 즉각적인 무효화에 따르는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헌재 재판관 9명 중 유남석, 서기석, 이선애, 이영진 재판관이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으며, 이석태, 이은애, 김기영 재판관이 단순위헌 의견을 제시했다. 즉 단순위헌 의견에 헌법불합치 의견을 합산해 심판정족수에 이르게 된 것이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자기낙태죄 조항은 모자보건법이 정한 일정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임신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벌을 부과하도록 정함으로써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출산을 강제하고 있으므로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해당 조항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에 대하여만 일반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하므로 법익균형성의 원칙에도 어긋나 보인다”고 했다.

의사낙태죄와 관련해선 “자기낙태죄 조항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헌법에 위반되므로 동일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를 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조항도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자기낙태죄 조항과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해 각각 단순위헌을 결정할 경우 임신 기간 전체에 걸쳐 행해진 모든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됨으로써 용인하기 어려운 법적 공백이 생기게 된다”면서 “이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하되 입법자의 개선입법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 적용을 명하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이에 정부와 국회는 늦어도 2020년 12월 31일까지 개선입법을 이행해야 한다.

따라서 내년 말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시기 ▲결정가능시간과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합할지 ▲상담요건이나 숙려기관 등과 같은 일정한 절차적 요건을 추가할 것인지 ▲낙태 시술에 대한 건강보험을 적용할지 여부 등에 대한 입법이 이뤄지게 된다.

만약 그때까지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낙태죄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은 효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

의료계는 헌재 판결로 진행될 개선 입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박종혁 대변인은 “낙태죄 처벌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헌재가 많은 고민을 했으리라 생각한다”면서 “이제는 신속한 후속 조치가 따라야한다. 정부와 국회는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고, 실효성 있는 개선입법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그간 낙태죄 처벌조항으로 피해를 본 의사회원들이 많았다”면서 “협회는 개선입법 과정이나 그 이후에도 회원들에게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도 “정부와 국회는 낙태죄에 대한 헌법소원 결과에 따라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더 이상의 사회적 분열과 혼란을 종식시켜주길 바란다”면서 “정부는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발생할 수 있는 국민들의 불편함과 진료실에서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확한 지침을 제시해 혼란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지난 10월, 부산지방법원은 업무상 승낙 낙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인 1개소법 ‘합헌’ 결정에 미소 지은 치협

반면 헌재는 ‘1인 1개소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의료법 제33조 제8항은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1인 1개소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이 청구된 건 지난 2015년으로, 헌재는 2016년 공개 변론까지 진행하며 신중하게 심리하기 진행했고, 4년 만에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또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 의료법 제4조 제2항에 대해서는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청구를 각하했다.

헌재는 먼저 의료법 제33조 제8항과 제87조 제1항 제2호와 관련해 “이 조항들에서 금지하는 의료기관 중복 운영이 무엇인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구체적인 내용은 법관의 통상적인 해석 적용에 의해 보완될 수 있다”며 “이 조항들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어 ‘의료인으로 하여금 하나의 의료기관에서 책임 있는 의료행위를 함으로써 의료행위 질을 유지하고 지나친 영리 추구로 인한 의료의 공공성 훼손 및 의료서비스 수급 불균형을 방지하며 소수의 의료인에 의한 독과점 및 의료시장의 양극화를 막는다’는 해당 조항들의 입법 목적을 인정했다.

또 “이 조항들이 금지하는 중복 운용 방식은 1인의 의료인이 주도적인 지위에서 여러 가지 의료기관을 지배 관리하는 형태”라며 “이러한 행태의 중복 운영은 의료행위의 내부적인 요인에 개입할 수 있고 의료기관의 운영주체와 실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을 분리시켜 실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을 다른 의료인에게 종속시키게 하고, 지나친 영리추구로 나아갈 우려도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입법자는 기존의 규제들만으로는 이를 효과적으로 규제하는 게 부족하다고 보고 이 조항들을 도입한 것”이라며 “의료의 중요성, 우리나라의 취약한 공공의료 실태, 의료인이 여러 의료기관을 운영했을 경우 국민 보건 전반에 미치는 영향,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적정한 의료를 제공해야 하는 사회 국가적 의무를 종합해 봤을 때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헌재는 또 “이 조항들로 인해 침해되는 이익들이 건전한 의료질서를 확립하고 국민건강상의 위해를 방지하는 공익에 우선해 특별히 헌법적으로 보호해야 가치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신뢰보호의 원칙에도 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울러 헌재는 중복개설 금지 조항을 의료인과 의료법인에 차별해 적용하는 건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의료법인은 이 조항들의 적용받지 않고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있지만 설립에서부터 국가의 관리를 받고 사회나 정부에 의한 통제가 가능하며, 명시적으로 영리추구가 금지된다”면서 “이처럼 의료인 개인과 의료법인은 중복 운영을 금지할 필요성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의료인과 의료법인을 달리 취급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된다. 이에 이 조항들은 평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1인 1개소법에 대해 합헌 결정이 내려지자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의료 정의를 지켰다”고 환영한 반면, 위헌을 주장한 유디치과 측은 유감을 표했다.

횡격막탈장 환아 사망사건 응급의급학과 의사, 최종 무죄 확정

지난해 의료계를 뜨겁게 달궜던 횡격막탈장 환아 사망사건은 올해 대법원에서 최종 마무리됐다.

앞서 수원지방법원은 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된 응급의학과 의사 A씨, 소아청소년과 의사 B씨, 가정의학과 의사 C씨(당시 전공의)에 대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A씨에게는 무죄, B씨는 금고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40시간, C씨에게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먼저 피고인들의 공소 이유에 대해 “횡격막 탈장을 진단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라며 “A씨는 이상소견에 대해 정확히 진단을 하거나 추가 검사를 하지 않은 사실, B씨는 응급실 엑스레이 및 영상의학과 전문의 소견서, 진료기록 등을 확인하지 하지 않은 사실, 당시 전공의였던 C씨는 응급의학과나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추가 검사가 필요한지 여부를 확인을 했어야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 피고인들에 대한 심리 결과를 발표했다.

법원은 A씨에 대해 “피해자 증상에 대해 추가 검사를 진행하지 않은 채 귀가시킨 처치가 잘못됐다는 의심은 들지만 응급실 내원 당시 피해자의 체온이 정상이었고 의식도 명료했다”면서 “복부 통증 외에는 다른 통증 호소도 없었고 흉부 엑스레이 촬영결과 이상 소견서가 작성되기는 했지만 A씨가 진료할 당시에는 이를 참고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또 “피해자의 횡격막 탈장이 초기였고 추적관찰을 위해 외래진료를 지시한 점 등을 종합했을 때 A씨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이에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B씨에 대해선 “의사가 지식과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치료를 할 재량을 가지는 것은 사실이나 이 재량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면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는 진단 수준의 범위에서 평균적인 소아과의사의 경험과 지식을 비춰봤을 때 반복해서 복부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흉수가 관찰되고 엑스레이상 횡격막 경계선이 불분명했다. 설령 그 즉시 횡격막 탈장을 의심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추가 검사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B씨도 ‘응급실 진술진료 기록 및 영상의학과 전문의 소견을 확인했다면 처치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진술했다”면서 “그렇다면 피해자의 사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기에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했다.

법원은 C씨가 이전의 진료기록을 확인하지 않은 사실과 응급의학과나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점에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피해자가 두 번째 응급실 내원 당시 이미 3차례 진료 받았고, 이상소견을 밝힌 영상의학 보고서는 병원 내에서 공유되는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더욱이 피해자의 보호자는 피고인에게 몇‘ 차례 변비약 처방을 받았는데도 복통을 호소한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C씨는 피해자가 처음 내원한 것으로 오인하고 과거 진료기록을 확인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2013년 6월 8일자 흉부 엑스레이 촬영결과, 좌측 횡격막 경계선이 관찰되지 않았고 육안 상으로도 좌우 횡경막의 상태가 차이가 있었다”면서 “수련 중인 전공의라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이같은 상황에서 아무런 소견을 내지 않고 응급의학과나 영상의학과 전문의에게 보고하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것은 평균적인 전공의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A씨에 대해서만 상고를 진행했지만 지난 5월 30일, 대법원은 이를 기각하며 항소심 결정인 무죄를 최종 확정했다.

이대목동 신생아 사망사건 의료진 1심서 전원 무죄…2심은?

지난 2월 21일,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3합의부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 7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의료진에 일부 과실은 있지만 이러한 과실이 신생아들의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분주가 이뤄질 경우 의료진에 의한 감염의 위험성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에 분주는 허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보험 청구나 스모프리피드의 대용량 포장, 약제실에서의 분출과정 등도 분주를 정당화하는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법원은 전공의와 간호사 3명을 제외한 A, B, C교수와 D수간호사에 대한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A교수는 한 신생아에서 검출된 로타바이러스 검사 결과를 뒤늦게 확인한 부분도 과실로 인정됐다.

하지만 법원은 의료진의 이러한 과실이 신생아들의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하며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검찰이 항소, 지난 7월부터 다시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아직 쟁점 정리 및 증인 신청 등을 확정짓지 못해 항소심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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