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적은 자궁수축억제제 아토시반, 제한적 급여로 환자 최대 1천만원 부담
모체태아의학회 김윤하 회장 “조산 위기 임산부 지원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이를 해결코자 하는 관련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출산을 앞뒀지만 조산 위험이 높은 조기진통 환자는 정책적 공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산의 대표적인 원인은 임신 20주 이상 37주 미만에 자궁수축이 시작되는 조기진통이다. 조산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임산부 2명 중 1명은 조기진통 때문이었다. 조기진통 임산부의 치료 목표는 태아가 충분히 성장할 때까지 분만을 지연시키는 것이다. 특히 34주 미만 태아는 아직 폐와 중추신경계가 미성숙하기 때문에 자궁근육을 이완시킴으로써 임신 주수를 늘리기 위해 적극적인 자궁수축억제제 치료가 필수적이다.

국내에서 처방 가능한 자궁수축억제제들은 모두 건강보험 급여 등재됐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진료 현장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대표적인 자궁수축억제제인 아토시반의 제한적인 급여 기준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궁수축억제제 급여 적용기준에 따르면, 아토시반은 1차 치료에서 리토드린 제제를 사용한 후 심계항진, 빈맥 등 심혈관계 부작용 등이 발생한 경우, 즉 2차 치료 투여 시에만 급여가 인정된다. 3주기(cycle) 치료 이후 추가 치료가 필요한 경우엔 다시 비급여로 처방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대한모체태아의학회 김윤하 회장(전남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리토드린 등 기존 자궁수축억제제들은 자궁특이성이 없는 반면 아토시반은 기전 상 자궁근육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 1차 치료 옵션으로 고려하기에 충분하다”며 “그러나 아토시반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 기준이 제한적이다 보니 조산 위험이 높은 임산부들에게 경제적·신체적 어려움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기진통 치료제, 비급여 시 약값만 1천만원?

현 건강보험 급여 가이드라인에서 일반적인 조기진통 임산부의 1차 치료 옵션은 리토드린 뿐이다. 또 다른 치료 옵션인 칼슘통로 차단제 니페디핀의 경우 1차 치료에서 사용할 수 있으나 치료에 실패하거나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2차 치료제로 아토시반의 급여를 적용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보니 리토드린을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렇듯 제한된 급여 기준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임산부의 비급여 치료비 부담으로 이어진다. 아토시반의 환자본인부담금은 보험급여 적용 시 1주기 당 5만원 정도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1차에 사용하거나 3주기 이후 비급여 투여할 경우 그 10배인 5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입원 및 치료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비급여 치료비만 1,000만원 이상 발생한 사례도 있다.

한국간호과학회가 2014년 발표한 ‘고위험 임산부 진료비 실태조사 및 수행체계 마련’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조기진통 임산부의 약제비 부담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기진통 임산부가 25주부터 34주까지 9주간 입원하고 3주째부터 아토시반을 투여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총 의료비 부담은 병실 종류에 따라 1,000만~2,000만원으로 추정됐으며, 이 중 약제비는 900만원을 훨씬 웃돌았다.

이에 임산부는 물론 산부인과 전문의, 간호사 등이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아토시반의 급여 확대 방안이 조속히 강구돼야 한다는 개선 방향이 제시됐지만, 보고서가 발표된 지 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제도의 개선은 요원한 상황이다.

대체제가 있지만, 부작용도 있다

치료비 부담에도 많은 임산부들이 아토시반 치료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대체제의 부작용 때문이다. 옥시토신길항제인 아토시반은 조기진통 치료 목적으로 개발된 유일한 치료제로, 기전상 자궁 근육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산모나 태아에게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다.

반면 베타 교감신경작용제인 리토드린은 심혈관계 및 대사적 이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폐부종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실제로 리토드린 경구제는 지난 2013년 임산부에 대한 심혈관계 부작용 위험성으로 전 세계에서 사용 금지됐다. 리토드린이 완전 퇴출된 미국과 달리 한국과 유럽 등에서는 리토드린 주사제를 사용하고 있으나 최대 48시간으로 제한되며 부작용 위험은 여전히 남아있다. 리토드린 투여 시 아토시반 대비 심혈관계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20배 가량 높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또 다른 자궁수축억제제인 니페디핀도 리토드린과 유사한 자궁수축 억제 효과를 보이면서 폐 부종 위험이 적어 리토드린의 대안으로 꼽히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 애초에 고혈압 치료제로 허가 받았기 때문에 허가외 사용으로 일부 임산부에게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리토드린과 마찬가지로 심혈관계 부작용이 우려된다.

실제로 아토시반과 니페디핀의 임산부, 태아에 대한 안전성 비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니페디핀의 부작용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반면 아토시반은 위약만큼 낮은 이상반응을 보여 안전성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

“조산 사회경제적 손실 최대 3.5조원”

아토시반이 10년 넘게 제한적인 급여 기준 하에 처방되다 보니 일부 병원에서는 아토시반의 비급여 투여를 일절 거부해 임산부의 치료 선택권이 제한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1차 치료에서 리토드린 투여 후 혈당 수치가 오르는 부작용으로 아토시반 치료를 시작한 30주 미만 임산부가 3주기 투여 후에도 조산 위험이 높아 치료를 지속하고자 할 때, 병원에서 비급여 아토시반 투여를 거부한다면 위험을 무릅쓰고 전원하지 않는 이상 해당 병원의 정책을 따라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기진통 임산부의 치료비 부담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 지원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고위험 임산부 의료비 지원사업’은 조기진통 등 고위험 임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가 출산 후 6개월 내로 보건소에 신고하면 본인부담금의 90%를 300만원 한도로 환급해주는 사업이다. 즉, 환자가 직접 신청하지 않으면 어떠한 지원도 받을 수 없는 구조다.

문제는 조기진통이 발생해 급박하게 입원과 치료를 진행하는 동안 당사자인 임산부와 보호자가 이러한 지원 정책을 미리 알고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다. 그나마 병원에서 안내라도 받는다면 다행이지만 비급여 투여를 제한하는 병원이라면 이 같은 정책조차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조산은 신생아 사망과 장애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이른둥이 1,000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최대 3.5조 원에 달한다. 각종 합병증 및 신경발달장애 등 장기적인 후유증으로 신체 능력이 손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조산 위험이 높은 임산부가 건강한 신생아를 출산할 수 있도록 임신 중 치료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치료 현장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조기진통 치료제에 대한 급여 기준 개선이 시급하다며, 전문의들이 임상적 경험과 판단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최선의 치료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급여 기준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모체태아의학회 김윤하 회장은 “조산은 단순히 임산부, 젊은 부부의 문제만이 아닌 다음 세대를 길러내야 하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이며, 증가하는 조산율을 잡기 위한 가장 빠른 시기는 바로 지금”이라며, “정부가 진정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전문의가 치료 시기와 투여 횟수의 제한 없이 각 임산부의 상황에 입각해 적절한 치료 옵션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아토시반 급여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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