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중노동이다. 수능이나 고시 등 각종 시험 만점자들이 TV에 나와 종종 “공부가 제일 쉬었어요”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교과서만 가지고 공부했어요”와 마찬가지로 99%가 뻥이기 쉽다. 누구에게든 공부는 힘들고, 교과서만 가지고서는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일타 강사의 직강이 아니면, 인강이라도 듣고 열심히 따라해야 그나마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그게 수험생활이면 정신적인 중압감까지 더해져 공부는 더 중노동이다. OECD 국가 노동자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주 5일, 하루 7시간 내외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을 책상 위에서 보낸다. 수험생들은 공부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고, 공부량과 공부시간을 늘리려고 경쟁을 벌인다.

올해 수능은 끝났고, 수험생들에게 시험 성적도 개별 통보됐다. 시험성적표를 손에 받아 들었다. 수시로 이미 갈 대학을 정한 수험생이 아니면 이제 결정해야 한다. 성적에 맞추어 가야할지, 아니면 ‘죽어도 다시 하기 싫은’ 수험생활을 한해 더 하는 재수를 해야 할지를 선택해야 한다. 지금이 현역 입학과 재수를 결심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다.

20대 초반 훗날 빛나는 인생을 위해 1, 2년 정도는 한번 더 도전해볼 만하다지만, 재수는 큰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만 한다. 1년을 유예하는 것에 대한 기회비용도 따져 봐야 한다. 큰 결심으로 가족과 홀로 떨어져 기숙학원을 다니는 경우라면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외로움과 사투를 벌일 각오도 해야한다.

전문가들은 결과적으로 자신이 재수에 적합한 유형인지 꼼꼼히 확인하고 재수를 선택해야만 시간과 비용 투자에 대한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또, 가족의 지지와 대학을 가려고 하는 본인의 명확한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고3의 연장인 고4로 이어지면서 내년에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한다.

연세휴정신과의원 노규식 원장은 건강정보 유튜브 <나는의사다 758회 - 재수, 할까 말까? +부모님도 함께 보세요> 편에 출연, “진료실에 찾아오는 수험생들에게 ‘넌 대학을 왜 가려고?’라는 질문부터 한다”며 “재수할 굳은 결심을 했으면, 다시 쫓기듯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이번 겨울엔 맘 편하게 푹 쉬고 봄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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