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 노선 선회 전망 우세…박종혁 대변인 “조금 더 정교한 계획 필요하다는 조언이라 생각”

‘전국의사총파업’ 등 강경 투쟁을 준비하던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집행부가 다소 기운이 빠지게 됐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단이 의정협상 재개를 건의하면서 강경 일변도 투쟁에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시도의사회장단은 지난 10일 의협 용산 임시회관에서 제9차 회의를 개최하고 의정협상 진행 상황 및 향후 계획에 대해 회원들과 공감하며 진행할 것을 건의했다.

대전광역시의사회 김영일 회장(시도의사회장단 간사)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집행부가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해 의정협상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건의했다”면서 “지금은 단절됐지만 협상 기회가 생겨 공식적으로 만나게 되면 두 달이든 세 달이든 협상을 하고 정부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강력한 투쟁을 해달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즉, 일방적인 투쟁 보다는 정부와의 대화도 시도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협 최대집 회장이 시도의사회장단의 건의를 수용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앞서 최 회장이 “이번 투쟁에서 물러서거나 타협할 생각이 없다”며 강경 투쟁 입장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지난 5일 이촌동 회관에서 제19차 집행부-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 연석회의에서도 “개인적으로 이번 투쟁에서 조금이라도 물러설 생각도, 타협할 생각도 없다”면서 “회장 선거 운동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투옥을 얼마든지 각오하고 그것을 전략 삼아 전국의사 총파업 등 우리가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의료개혁의 주요 과제들을 반드시 쟁취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의료계 내에서는 최 회장이 결국 시도의사회장단의 의정협상 재개 건의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 의협 전직 임원은 “최대집 회장이 시도의사회장단의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투쟁을 이끌어나갈 수 없을 것”이라며 “파업을 하더라도 시도의사회장단이 도와줘야 회원들도 참여하고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료계 관계자도 “최대집 회장이 시도의사회장단을 무시하고 투쟁을 진행한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왜 역대 회장들이 시도의사회장단과 잘 지내려고 했는지 생각해보면 쉽게 답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의협도 시도의사회장단 의견을 존중해 보다 유연하고 다양한 투쟁 전략을 세우겠다는 방침이다.

의협 박종혁 대변인은 “투쟁과 협상은 항상 병행해서 가는 부분이 있다”면서 “시도의사회장단에서 강경 투쟁 일변도에 대해 우려가 있었던 것 같은데 투쟁만을 위한 투쟁은 없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투쟁은 다양한 전략을 구성해야 하기에 시도의사회장단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며 “조금 더 정교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라 본다”고 평했다.

이에 정부와의 대화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통해 충분히 민의를 수렴하겠다고 했다.

박 대변인은 “투쟁은 한 번에 그려지는 게 아니라 계속 수정하고 덧칠도 하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일”이라며 “그래서 이번 대표자대회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들 의견은 있지만 현장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대표자대회에서 실제 어떻게 반영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백지 상황에서 민의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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