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의 투석치료는?② 서울성모병원 양철우 교수 "인건비 줄이려 전문의가 한의사로 대체"

우리나라 말기신부전 누적 환자수는 대만, 일본, 미국, 싱가포르, 포르투갈에 이어 전세계에서 6번째다. 문제는 고령화 등으로 말기신부전 환자가 향후 급속도로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말기신부전 치료 환경은 잘 갖춰져 있을까. 환자들은 현재의 치료 현실에 만족할까. 환자가 늘어날 것에 대한 대비는 잘 되고 있는 것일까. 환자와 국내외 전문가 등 3인을 통해 한국의 말기신부전 치료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그 두번째 순서는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양철우 교수다. 차기 대한신장학회 이사장으로 내정된 양 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말기신부전 치료 전문가다. 양 교수에게 국내 말기신부전 치료 현황과 개선할 점 등에 대해 들었다.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양철우 교수(대한신장학회 차기 이사장)

“일본은 투석 환자가 약 30만명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략 10만명이죠. 인구 비율과 한국의 고령화 속도를 볼 때 앞으로 수만명의 투석환자가 생길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럼 현재 우리나라는 그에 대비한 투석 치료 환경이 갖춰져 있을까요?”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양철우 교수(대한신장학회 차기 이사장)는 말기신부전 치료 현황을 묻는 기자에게 이같이 반문했다. 양철우 교수는 현 국내 투석 치료 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우리나라는 내과 세부전문의 과정을 마치고도 개업한 다음에는 감기환자만 본다는 말이 있죠. 신장내과 전문의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투석실 운영에 ‘스페셜리스트’(신장내과 전문의)는 필수적입니다.”

양철우 교수는 투석 치료 시스템 변화에서 선행돼야 할 조건 중 하나로 신장내과 전문의의 제자리 찾기를 꼽았다.

“말기신부전이 단일질환으로는 가장 많은 건강보험 재정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파이가 크다고 생각해서인지 너도나도 인공신장실을 오픈하지요. 그러나 투석실이 꼭 필요한 곳에 설치돼 잘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선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문적인 치료와 대처가 가능한지, 필요한 장비 등이 잘 구비됐는지 등과 같이 말이죠.”

대한신장학회는 투석 치료를 시행하는 인공신장실의 질 관리를 위해 표준 치료지침을 발표하고, 인공신장실 인증제도 시행하고 있다.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인공신장실이 우후죽순으로 개설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학회는 만성신부전 관리 법안 마련을 위해 TF팀을 꾸리기도 했다.

“처음에는 (신장내과)전문의를 채용해서 운영하다가 1년여 후에는 한의사를 뽑아 인공신장실을 관리토록 하는 요양병원도 있습니다. 인건비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기 때문이죠. 환자가 (상태 등을) 물어도 대답 못하는 의사가 있는 인공신장실이라는 게 말이 됩니까. (기자) 본인이나 가족이 그런 곳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학회 차기 이사장으로 내정된 양 교수는 이러한 학회의 활동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말기 신부전) 환자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국가에선 (투석 등) 교육을 딱 한번만 (수가로) 인정해 줍니다. 음식, 몸 상태 등에 따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을 파악해 그에 맞게끔 수시로 환자들을 교육해야 함에도 말이죠. 일부 대학병원에선 별도로 전담간호사 등을 통해 수시로 교육하고 있지만, 일선 개원가에선 여건이 충분치 않습니다.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어요.”

한국신장장애인협회 김세룡 회장이 지적한 수도권 외 지역의 인공신장실 부족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얼마 전 경남지역의 한 환자를 진료한 뒤 해당 지역 인공신장실로 전원하려고 알아봤습니다. 환자는 사회생활 등으로 야간 투석을 원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인공신장실이 있는 6곳의 병원이 모두 환자를 받지 못하겠다더군요. 이유를 물어보니 간호사 인력도 부족하고,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인공신장실 야간운영을 줄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현재는 감당할 수 있는 환자가 꽉 찼다고 하더군요. 인공신장실이 일부 지역에 편중돼 있고, 지방에는 환자 수가 일정 이상 되지 않으면 운영이 어려운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양 교수는 말기신부전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지금보다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했다.

“말기신부전 치료에 2조원 가량의 보험재정이 소요된다며, 그 비용 중 일부를 빼서 다른 환자들에게 써야 한다는 글을 보고 정말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투석 환자들은 평생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질환을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자에요.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는 이들도 상당하죠. 오히려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합니다.”

양 교수는 차기 학회 이사장으로 인공신장실 환경 개선,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 교육 제공 확대 등의 문제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인공신장실이 제 기능을 하고, 환자들이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환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정부와의 협력을 위한 노력도 경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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