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협상 방식 개선 요구 높아…“정부와 대화 단절, 수가협상에 악영향” 지적
최대집 회장 “수가협상 제도 개선 특위 구성할 것”…6월 내 강력한 투쟁도 시사

2년 연속 결렬이라는 의원급 요양급여비(수가) 협상 결과가 의료계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의료계 내에서는 수가협상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올초 대화단절을 선언하며 정부와 각을 세운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집행부에 대한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가협상 결렬이 의료계가 준비하고 있는 투쟁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 재구성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서울 당산동 공단 영등포남부지사(스마트워크센터)에서 공급자단체들과 수가협상을 진행한 결과, 의협을 제외한 공급자단체들과 인상률에 합의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가장 높은 인상률을 기록한 유형은 조산원으로 3.9%였으며 이어 약국 3.5%, 치과 3.1%, 한방 3.0%, 병원 1.7% 순이었다.

공단이 의협에 최종적으로 제시한 수가인상률은 2.9%였지만, 의협은 결국 2년 연속 결렬을 택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A개원의사회장은 “현재의 수가협상은 공단과 가입자가 모든 권한을 손에 쥐고 있다”면서 “이러한 방식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도 “수가협상의 구조적 한계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면서 “매년 최저임금이나 물가인상률보다 낮게 오르는 수가를 보면 한 숨만 나온다. 도대체 의원을 운영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한 전직 의협 임원은 “이런 방식의 수가협상은 보여주기 쇼에 불과하며 (공급자 단체가)얻어낼 것도 별로 없다”면서 “공단도 SGR(Sustainable Growth Rate, 지속 가능한 진료비 증가율)모형의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한계가 있다는 걸 인지 했으면 조속히 개선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이어 최대집 집행부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년 연속 3%에 못 미치는 결과를 얻은 것에 대한 후폭풍이 불 것이며 최대집 집행부도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정부와의 대화중단 선언으로 대부분의 채널이 단절돼 우리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수가협상은 하룻밤 사이에 결정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부와의 대화 단절 기조가 이번 수가협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B대의원은 “역대 수가협상 결과로만 보면 공단이 제시한 수치가 그렇게 낮은 수치는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진찰료 30% 인상을 이야기하던 집행부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수치였을 것”이라고 전했다.

B대의원은 이어 “하룻밤 사이에 천지개벽이 일어 날 수는 없다. 모든 협상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기 전에 물밑 작업이 끝나야 한다”면서 “하지만 집행부는 의정대화를 중단하고 정부, 여당과 계속 각을 세웠다. 이필수 단장이 개별적으로 여러 차례 접촉한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개원의사회 임원은 “정작 실속을 차려야 할 의협은 정치에 휘둘려 이득을 못 챙겼고 문재인 케어와 더불어 급여화 이슈에서 정부의 중요한 카운터파트너가 된 대한병원협회와의 협상이 끝나서야 협상을 시작할 수 있었다”면서 “갈수록 돈도 잃고 위상도 잃는 의협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수가협상이 당일에 이뤄진다는 생각으로 그간 복지부와 채널을 단절했다가 선수만 바꿔 하루아침에 일일천하를 이루려 했던 의협의 모습은 내년 수가협상에 들어올 사람에게 마음의 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수가협상 결렬이 의료계 투쟁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C대의원은 “수가협상이 결렬된 건 아쉽지만 집행부 입장에서는 꺼져가던 투쟁의 불씨를 다시 한 번 살릴 수 있는 기회”라면서 “협상을 하기 싫으면 투쟁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 가정의학과 개원의도 “개원의들이 언제까지 이렇게 무시를 당해야 하냐. 결국 우리나라 의료의 구조적 프레임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풀어나갈 수 없다. 정부가 계속 이렇게 나온다면 한 번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피력했다.

의협 최대집 회장

한편 의협은 수가협상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작업에 나서는 동시에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지난 2일 본지와 만나 “현재의 수가협상제도는 근본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고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이에 협회는 ‘수가협상제도 개선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제도 개선을 위한 대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매년 하는 수가협상이 정상수가를 만드는 기조는 아니지만 이번 결과는 사실상 정부에게 수가정상화 의지가 없다는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집행부 입장에서는 다른 선택이 없다. 이미 의쟁투에서 여러 가지 준비를 해 왔다. 6월 중에 강력한 대정부 투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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