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스모프리피드 분주·감염 방지 의무 소홀 등 과실 있지만 사망과의 인과관계 인정 어려워”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과 관련된 의료진들이 1심 재판에서 전원 무죄 판결을 받았다.

21일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3합의부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 7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의료진에 일부 과실은 있지만 이러한 과실이 신생아들의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먼저 스모프리피드의 분주 관행은 정당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분주가 이뤄질 경우 의료진에 의한 감염의 위험성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에 분주는 허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법원은 또 보험 청구나 스모프리피드의 대용량 포장, 약제실에서의 분출과정 등도 분주를 정당화하는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법원은 전공의와 간호사 3명을 제외한 A, B, C교수와 D수간호사에 대한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특히 A교수는 한 신생아에서 검출된 로타바이러스 검사 결과를 뒤늦게 확인한 부분도 과실로 인정됐다.

하지만 법원은 의료진의 이러한 과실이 신생아들의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의료사고에 있어 의료인의 과실이 있더라도 악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업무상 과실에 대한 책임을 지울 수 있고, 형사사건은 과실, 인과관계의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면서 “피고인의 과실들과 피해자들의 사망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선 피해자들에게 지난 2017년 12월 15일 투여된 지질영양제가 오염됐다는 사실, 오염된 시크로박터 프룬디 균에 의해 패혈증이 발생했다는 사실, 또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실 등이 인정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법원은 “피해자들이 패혈증으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이고 동일한 원인에 의해 패혈증이 유발돼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역학조사 당시 스모프리피트 주사기는 입원 환아들이 사용한 기저귀 등과 함께 의료 폐기물함에서 수거됐고, 다른 오염원들과 혼재돼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질본 관계자가 ‘수액 세트의 외부 오염 가능성이 없고, 말단에서 오염됐더라도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수액라인을 타고 올라와 잔량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낮다’고 진술했지만 쓰리 웨이로 잠겨있던 한 환아의 수액 세트에서는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됐다”면서 “이는 다른 오염원으로 인해 수거된 주사기가 오염됐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또 “의무기록상 패혈증 감염 시점을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고, 의무기록이나 진술 등을 종합했을 때 신생아들의 식사량 감소, 무호흡과 같은 증상이 사건 발생일인 15일 이전에도 나타났다”면서 ”역학조사 결과 보고서도 신뢰구간이 넓어서 인과관계를 인정하는데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생아중환자실 주사준비실 내 싱크대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확인됐지만, 싱크대 오염 시점과 사망과의 인과관계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감정 촉탁 결과와 관련 학회의 의학적 타당성 검사 결과도 피해자들의 감염된 경로가 ‘2017년 12월 15일에 투여된 스모프리피드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스모프리피드의 오염 경로와 원인이 완전히 입증됐다고 보기 힘들고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오염된 이유가 확실히 입증되지 않는 이상 신생아들이 균에 의한 패혈증으로 사망에 이르렀다는 공소사실에 대한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면서 “이에 나머지 과실에 대한 입증을 모두 생략하고 피고인 7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결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법원의 무죄 판결을 환영하는 동시에 의료진에게 일부 과실이 인정된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최 회장은 “명백한 증거주의에 입각해서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서는 환영을 표하지만 주의의무의 위반 및 과실을 인정한 점은 아쉽다”면서 “고의나 고의에 준하는 중과실이나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의료행위에 대해서만 형사처벌의 대상이 돼야 하며 그 외의 의료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는 의료진이) 과실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게 아니다. 민사적 배상이나 조정에 의해서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게 의료계 입장”이라며 “이에 협회는 의사의 의료행위가 원칙적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을 정부에 적극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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