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이사회 의결 후 의료계 긴급 확대연석회의서 보고…“객관성 담보되는 감정 결과 제시 목적”

대한의사협회가 의무기록 감정에 대한 공정성 시비를 없애기 위해 ‘의료감정원’ 설립을 추진한다.

의협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지난 12일 본지와 통화에서 “의료감정원 설립 준비 TFT 구성 및 운영에 대한 계획이 최근 상임이사회를 통과했다”면서 “조만간 TFT 구성을 마무리하고 의료감정원 설립 작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오진으로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의사들에게 실형이 선고된 사건에서도 의무기록 감정이 엇갈리며 논란이 일었다.

해당 사건에서는 민사재판에서 이대목동병원, 경찰 수사 과정에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형사재판에서 세브란스병원에서 총 3번의 의무기록 감정이 이뤄졌다.

이대목동병원은 “환아가 처음 성남 J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을 당시 흉부 X-ray 소견에서 횡격막탈장을 진단할 수 없다”고 감정했다.

중재원 감정 역시 “환아의 당시 복통이 횡격막 탈장에 의한 증상으로 보기 어렵고 당시 흉부 방사선 소견으로는 횡격막 탈장을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만약에 횡격막 탈장이 맞다 하더라도 이를 진단하기는 불가능했다”고 감정했다.

반면 형사재판 과정에서 제출된 세브란스병원 소아외과 H교수의 감정서에는 응급의학과 의사가 외부 충격에 대한 정보 제공 없이 내원 당시 증상과 영상만으로 외상성 횡격막 탈장을 의심할 수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응급의학과 의사가 내원 당시 환아의 증상과 영상만으로 횡격막 탈장을 의심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는 그 의사의 지식, 능력 그리고 경험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고 기록돼 있다.

또 “의사의 지식, 능력 그리고 경험이 적어서 환아의 내원 시 증상과 영상자료만으로 횡격막 탈장이라는 병 자체를 생각하지 못했다고 그 의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감정했다.

하지만 “비록 횡격막 탈장이라는 질병 자체는 1차 담당 의사가 특정해 의심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해도 흉부촬영에서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이상소견은 감지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감정 결과를 내놓았다.

이를 두고 바른의료연구소는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세브란스병원 감정서는 추정에 근거한 가설로만 작성됐으며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고려 없이 독선적이고 매우 주관적인 의견만을 담고 있다”면서 “이런 객관적이지 못한 감정서는 감정의 신뢰성이 전혀 없으므로 증거로서 가치가 없으며, 이를 바탕으로 의사들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것은 매우 부당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방상혁 부회장도 “의료사고를 원하는 국민은 누구도 없겠지만 생명을 다루는 의료의 특수성 상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 때 의료진의 과실 유무를 객관적으로 판정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소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협회가 전문가 단체로서 규격화·표준화되고 객관성이 담보되는 감정 결과를 제시한다는 취지에서 의료감정원 설립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의협으로 한 걸음 나아가고 전문가단체로서의 위상 제고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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