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강석구·KAIST 이정호 교수팀, 뇌실하영역에서 암 발생 사실 첫 규명

대표적인 난치암인 교모세포종이 시작되는 부위를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규명해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강석구 교수 연구팀과 KAIST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교수 연구팀은 융합연구를 통해 인간 교모세포종이 암이 존재하지 않는 '뇌실하영역(뇌실밑부분)'에서 시작된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 IF: 41.577) 최신호에 게재됐으며 교모세포종의 발생기원을 밝히면서 앞으로 치료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교모세포종은 가장 흔한 악성뇌종양 중 하나로 수술이 가장 중요한 치료법이다. 수술 후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표적항암제를 사용하지만 예후는 좋지 않다.

강석구 교수 연구팀과 이정호 교수 연구팀은 교모세포종의 발생기전을 규명하기 위해 기존 암 조직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와 달리 광범위절제시 획득되는 종양조직, 정상조직, 뇌실하영역을 포함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뇌종양으로 수술을 받은 30명을 대상으로 광범위절제 수술시 제거되는 종양조직, 정상조직, 뇌실주변조직 3가지를 조합해 분석했다.

분석결과, 암 세포가 없는 뇌실하영역에서 낮은 빈도로 종양유발 돌연변이 세포가 발견됐다.

특히, 뇌실하영역 중에서도 성상세포리본 영역에 돌연변이가 집중됐다. 또한 뇌실하영역에서 발생한 종양유발 돌연변이 세포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뇌의 다른 부위로 이동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는 동물모델로 검증한 결과와도 일치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유전자 편집 동물모델을 통해 뇌실하영역에 발생시킨 종양유발 돌연변이 세포(P53, PTEN, EGFR)가 뇌실하영역을 떠나 뇌의 다른 부위로 이동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교모세포종이 발생했다.

불꽃놀이와 유사한 교모세포종 발생기원

연구팀은 교모세포종 발암과정을 불꽃놀이에 비유해 설명했다.

불꽃의 시작이 불꽃포이고, 불꽃 하나하나가 암세포와 같다는 것이다. 즉, 교모세포종 암세포의 기원은 뇌실하영역에서 시작되는 돌연변이이고, 이 세포가 이동해 뇌의 다른 부분에서 암을 형성하는 것이다.

강석구 교수는 “인간 교모세포종이 암이 발생한 부위가 아닌 정상신경줄기세포가 존재하는 뇌실하영역에서 암 발생이 시작된다는 암 발생의 획기적인 발견”이라며 “암 조직에 쏠려있는 암 연구를 암의 기원이 되는 조직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암 치료의 비밀을 풀 수 있다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에 따라 암 치료의 패러다임도 바뀔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뇌실하영역의 종양유발 돌연변이가 교모세포종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막기 위한 혁신적 치료약 개발을 준비 중이다.

특히 그동안 암 조직만을 대상으로 이뤄진 암 연구가 암의 기원이 되는 조직으로 전환되면서 교모세포종뿐만 아니라 다른 암에 대해서도 치료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서경배 과학재단, 보건복지부 세계선도 과학자 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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