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차별‧불안전한 지위‧부실한 수련교육까지…누가 지원하겠나"
예방의학회, TF 꾸리고 후세대 양성방안 모색…"전공의와 함께 논의해야”

“우리도 전공의입니다. 단지 예방의학을 전공하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급여나 신분 보장에서 다른 임상 전공의들과 차별받을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방의학과 전공의 A씨는 최근 본지와 만나 현재 예방의학과에서 수련 받고 있는 전공의들이 처한 현실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2018년 4월 현재, 우리나라 예방의학과 전공의는 모두 34명이다. 서울의대 등 12개 의과대학이나 대학병원에 소속돼 수련을 받고 있다.

예방의학과 전공의가 가장 많은 곳은 서울의대로 예방의학교실과 의료관리학교실로, 두 곳에만 13명의 전공의가 수련하고 있다. 여기에 서울대 보건대학원 소속으로 돼 있는 4명의 전공의까지 합하면 우리나라 예방의학과 전공의의 절반이 서울대에서 수련을 하고 있다.

나머지 전공의들의 경우 연세의대에 6명, 고려의대와 경상의대에 2명씩 있으며, ▲이화의대 ▲영남의대 ▲순천향의대 ▲경북의대 ▲계명의대 ▲전남의대 ▲아주의대 등에서 1명씩 수련하고 있다.

문제는 적지 않은 예방의학과 전공의들이 같은 전공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의대 소속이냐 대학병원 소속이냐에 따라 임금 및 처우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심한 경우 월 급여가 같은 년차 임상과 전공의와 100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 곳도 있었다.

A씨의 경우 지난 2017년 3월부터 2018년 2월까지 학교로부터 받은 연봉 총액이 병원 소속의 같은 년차 임상과 전공의가 받은 액수보다 1,100만원 이상 적었다.

B의대도 사정은 비슷했다. B의대 예방의학과 전공의 급여는 세후 월 250만원이지만 B대학병원에서 근무 중인 같은 년차 임상과 전공의 급여는 370만원 정도로 매월 120만원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반면 서울의 모 의대의 경우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의대 소속 예방의학과 전공의들의 임금을 임상과전공의들에 맞추고 있다.

의사 면허 있지만 면허 없는 직원과 동일한 대우

불안정한 전공의 지위도 문제로 지적됐다. 다수의 수련 기관에서 예방의학과 전공의들에게 ‘전공의’가 아닌 ‘조교’, ‘계약직 직원’ 등의 직책이나 직급을 부여하고 있었다.

심지어 ‘전공의 수련계약서’가 아닌 일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곳도 존재했다.

이외에도 급여체계에 초과근로수당이나 휴일근로수당을 편성하지 않거나 전공의들을 위한 해외학회 참가비 지원 사업에서 예방의학과 전공의를 제외하는 경우도 있었다.

A씨는 “다수의 수련 기관 (예방의학과) 전공의들이 의사 면허가 없는 일반 행정직원이나 대학원생과 동일한 대우를 받고 있다”면서 “이에 전공의 수련과 전혀 관련이 없는 각종 잡무가 전공의들 몫으로 취급되고 있고 임상 전공의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에서는 제외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부실한 교육수련도 예방의학과 전공의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A씨는 “학회 차원에서 교육수련 목표를 개정한다는 명분하에 연차별 수련 보고서를 마련했지만 기존의 ‘예방의학과 공중보건학’ 교과서 학습목표들에 번호만 매긴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이마저도 ‘지역보건계획 수립’ 등 전공의 수준에서는 할 수 없는 내용을 학습목표로 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학습목표만 제시해두고, 이를 어떻게 달성할지나 어떻게 가르칠지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면서 “내과나 외과처럼 학습목표를 수치화시키긴 어렵지만 ‘연차별 수련’이라는 개념조차 없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아무리 교육수련목표를 잘 만든다 해도 현실적으로 이를 제대로 가르쳐 줄 사람이 없다”면서 “혼자 연구실에 앉아서 용역 보고서를 만드는 게 전공의 수련의 대부분이다. 일부 교수님들은 ‘대학원생은 누가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전공의에게 혼자 공부하고 익히라는 건 ‘돌팔이 의사’를 양성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대한예방의학회가 후속세대 양성을 위해 추진 중인 TF 활동에 대해서도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A씨는 “학회에서 ‘2020년까지 모든 예방의학 수련기관에 1명 이상의 전공의가 수련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잡았지만 그렇게 되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곳이 12곳에서 40곳으로 늘어나게 된다”면서 “과연 어떠한 방법으로 전공의 지원을 늘리고 이들을 어떻게 교육시킬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수련과정 개편 및 앞으로의 발전 발향을 논의하는 TF에 학회 임원진만 대거 참여하고 있을 뿐 전공의는 단 한명도 포함돼 있지 않다”면서 “학회에서는 ‘9일 열리는 예방의학과 전공의 연수교육에서 발언할 기회를 주겠다’고 하지만 고작 두세 시간의 의견청취로 전공의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학회에서 뒤늦게나마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은 다행이지만 전공의 대우나 근로여건, 전공의특별법 준수 등의 근본적인 문제는 전혀 알지 못한 채 예방의학의 미래 등 너무 추상적인 내용 위주로 논의되는 부분도 아쉽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가깝게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부터 중동호흡기중후군(메르스), 사스 등의 문제가 터질 때마다 예방의학과 의사들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면서 “(예방의학과가)사람들이 필요할 때만 찾고 버리는 과가 아니라 정말 잘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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