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의대 최용준 교수 “환자, 의료쇼핑 말고 건강 공동생산자 인식 가져야”

일차보건의료 발전을 위해 의료계와 환자가 서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료인은 지역 내 환자의 건강을 지킨다는 책임감, 환자는 의료쇼핑을 할 것이 아니라 지역 내 일차의료기관의 동업자라는 개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림의대 사회의학교실 최용준 교수는 지난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건강정책학회 2018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일차보건의료는 건강권 증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한 발제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일차보건의료가 건강권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환자와 의료인 간 상호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일차보건의료기관의 의료인이 오는 환자 막지 않고 가는 환자 붙잡지 않는 식이면 환자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기 만무하다”며 “의료소비자 역할에만 충실하려는 환자도 마찬가지다. 여기저기 의료쇼핑을 해서야 의료인에 대한 책임감이 생길 리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서로에 대한 책임을 느끼려면 관계의 지속성을 보장해야 한다. 서로를 책임지는 관계가 맺어진다면 양질의 일차보건의료 제공, 건강권의 효과적 보장이 더 쉬워진다”면서 “이런 관계에서 환자는 일방적으로 수혜를 입는 존재가 아니라 의료인의 동업자이자 건강의 공동생산자가 된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일차보건의료는 보건의료시스템의 다른 구성 요소보다 건강권 증진의 잠재력이 더 크다”며 “그러나 일차보건의료가 그런 잠재력을 발휘하려면 환자와 의료인 간 상호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관계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오춘희 총괄실장은 일차보건의료 발전을 위해 의료협동조합을 통한 주민참여를 주장했다.

오 실장은 “(의료협동조합에서 환자는)아플 때 병원을 찾아 의사 처방에 따라 약을 복용하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아픔을 돌아봄의 신호로 인식하고 그것을 스스로 극복하는 힘을 기르며 아프기 전에 몸에 말을 거는 것에 집중해 예방하는 노력을 하면서 건강 주체로 개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오 실장은 특히 일차보건의료 발전과 주치의제도를 동일시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 실장은 “일차보건의료 강화를 이야기하다보면 가장 먼저 나오는 내용이 주치의”라며 “의료협동조합도 주치의제도의 도입을 강조하지만 의사에 의한 치료, 관리영역으로 국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오 실장은 “환자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고 생활습관을 변화시켜 내도록 이끄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는 의사만의 역할로는 한계가 분명하고 이를 지원해주는 건강코디네이터의 다양한 역할이 고민돼야 한다. 또한 이런 역할은 선의를 가진 몇몇 단체나 의료기관에서 자체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보건의료시스템 내에 녹아내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