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욱의 블루하우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11명이 교수에게 무차별적이고 상습적인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피해 사례를 보면 교수는 상습적으로 전공의의 머리를 때려 고막이 파열됐다. 회식 후 길거리 구타,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는 일 등이 수차례 반복됐다. 전공의들은 폭행으로 온몸에 시퍼런 피멍이 들었고 피부 곳곳이 찢어지기도 했다. 기사에 첨부된 피해사진을 보면서 아연실색하게 된다.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

얼마 전에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교수의 성추행 때문에 산부인과 여자 전공의 2명이 동반 사직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다른 전공의들이 병원에 제출한 요구서에 따르면 해당 교수는 회식 자리에서 전공의의 손을 만지고 손깍지를 낀 뒤 풀어주지 않았다. 전공의가 자리를 옮기자 해당 교수는 전공의를 끌어당겨 옆에 앉힌 후 허벅지에 손을 올리고 쓰다듬고 러브샷을 강요했다. 동석한 동료 교수는 러브샷을 종용하는 등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또 몇 달 전 언론보도는 한 대학병원 여자 전공의의 경험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회식 자리에서 요즘은 골반 넓은 여성들이 인기가 있다는 얘기가 나왔어요. 갑자기 제 옆에 앉아 있던 교수가 저더러 일어나 보라고 말하더군요. 엉거주춤 일어났더니 양손으로 제 골반을 꽉 잡은 채 너는 인기 많겠다라며 골반을 흔들더라고요. 갑작스러운 공개적인 접촉에 저는 너무 당황했는데 웃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대명천지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 참으로 개탄스럽다. 전공의를 상대로 한 폭행, 성추행, 성희롱 등은 공통점이 있다. 발생한 기관 내에서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전공의들이 이의를 제기하면 오히려 해당 전공의가 피해를 입는 경우까지 발생한다.

앞서 부산의 대학병원에서 피해 전공의들은 해당 교수의 파면을 요구했지만 대학병원 측은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했다고 한다. 오히려 교수들이 피해자를 개별 면담해 압력과 회유로 사건을 무마시키려고 시도했다고 한다.

서울의 대학병원 사건은 더 심각하다. 전공의들이 정식으로 이의제기를 하자 산부인과장이 나서 전공의들과 면담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그런데도 해당 교수의 성추행은 계속되었고 보복까지 더해졌다.

해당 교수는 전공의들에게 신고한 상황을 알게 된 이후 ‘가만두지 않겠다, 너희에게 논문을 주지 않겠다’며 간담회 주동자를 찾기 위해 전공의들을 수시로 압박했다.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에겐 사직서를 가지고 교수를 협박이나 해대는 버릇없는 것들이라고도 발언했다. 해당 교수의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것 같다.

대학병원에서 계속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구조적으로 대학병원의 개별 과들은 상당한 자율성을 누리며 고립된 성처럼 운영된다. 교수들은 다른 과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 어쩌면 자기 과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다른 과 교수가 개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의사들은 의료기관에서 많은 의료인들이 환자나 환자보호자로부터 폭행을 당하는데 사회가 이를 방치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래서 국회는 의료법을 개정했다. 의료법 제13조 제3항은 누구든지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의료인,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또는 의료행위를 받는 사람을 폭행·협박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가중처벌법까지 도입했다.

그런데도 교수가 전공의들을 폭행했다는 피해 사례는 끊이지 않는다. 전공의를 상대로 한 성추행도 계속되고 있다. 의사들이 남 탓 만 하고 자기들 내부의 문제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탓이다. 의료계 내부에서 다차원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상당수 대학병원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 같다. 숨기기에 급급하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대한병원협회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미 대책이 다 마련되어 있는데 집행되지 않고 있다면 그 원인을 파악해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교수의 전공의 폭행, 성추행은 수사기관에서 적법하게 수사해서 처벌해야 하는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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