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대 박은철 교수 “검진 질 높이고 공단 빅데이터 활용해야”
검진수가 정상화 통한 질 향상 촉구…사후관리 필요성 강조

국가암검진 중 유방암이 다른 암들에 비해 비용효과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은철 교수는 지난 2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국립암센터가 공동개최한 ‘암극복 평생건강 실형을 위한 공동 심포지엄’에서 환자가 1년간 생명을 연장하는데 지불하는 비용을 계산해 만든 ‘국가암검진의 비용효과’를 공개하며 “유방암 검진이 다른 암들에 비해 비용효과성이 매우 낮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위내시경으로 발견한 위암의 비용효과는 990만원, 위장조영촬영으로 발견한 위암은 1,743만원이었으며, 자궁경부암은 601만원이다. 반면 유방암은 3,368만원으로 다른 암에 비해 비용효과성이 가장 낮았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를 비롯 중국, 일본 등 동양권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됐다.

동양권 주요 국가의 유방암검진 비용효과는 중국이 6,440만원, 일본이 1억1,430만원을 기록한 반면 영국은 284만원으로 조사돼 비용효과성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국가별 경제 수준을 고려해 비용효과를 국민 1인당 GDP로 나눈 조사결과도 발표했다.

비용효과를 국민 1인당 GDP로 나눈 수치가 1이면 생명을 연장하는데 지불하는 비용이 국민 1인당 GDP와 같다는 의미다. 따라서 1보다 낮을수록 비용효과적, 1보다 높을수록 비용효과적이지 못하다는 뜻이 된다.

동양권에 속한 한국, 중국, 인도는 1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일본만이 1보다 조금 낮았다. 반면 스페인, 네델란드, 스위스 등은 그 수치가 1보다 많이 낮았다.

연세의대 제공

이러한 결과에 대해 박 교수는 "동양권에서는 유방암 검진이 비용효과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검진에 활용되는 유방촬영술이 동양여성에겐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위암의 경우 검진율 증가와 생존율 증가가 유의미한 관계로 보이지만 유방암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면서 “동양인의 유방암 검진은 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교수는 “유방암검진 문제에 대한 탈출구는 검진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며 “공단이 가진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공단에 모든 정보가 다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단편적으로만 접근하고 있다. 그것만 바꿔도 검진의 비용효과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참석자들은 국가암검진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서울의대 조비룡 교수는 “검진자체가 어떤 사람에게는 득이 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해가 될 수도 있다”면서 “이제는 데이터도 많이 쌓였고 검진을 해 득이 되는 사람과 해가 되는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꼭 필요한 사람들이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데이터 분석을 통한 수검자 선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검진의학회 장용석 부회장은 비정상적인 검진 수가를 정상화해 검진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부회장은 “현재 일차의료기관의 국가암검진 내시경 수가는 원가의 50%에 불과하다”면서 “검진에 대한 행정적인 비용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터무니없는 금액이 수가로 정해졌다. 일차의료기관 사이에서는 검진을 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부회장은 “수가가 원가 수준으로만 정해져도 실력 있는 의료기관들이 서로 검진에 참여할 것”라이며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경쟁이 발생할 것이고 질도 함께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 빅데이터운영실 박종헌 전문연구위원은 사후관리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상소견을 가진 사람들을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은 “2015년 기준으로 거의 1,000만명이 국가암검진을 받았고 그 중 3만명 정도가 암이 의심되는 사람들이었다”면서 “그러나 몇 명이나 확진을 받았는지에 대한 자료가 없다. 공단도 이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박 위원은 “정부가 국가암검진을 통해 이상소견을 받은 사람들을 등록·관리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그것이 만들어져야 평가도 가능하고 질 관리도 가능하다. 정부가 1년에 3만명 정도를 추적 관찰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국가암검진 활성화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복지부 질병정책과 강민규 과장은 “질 관리와 사후관리를 잘 하면 수검률은 자연스럽게 따라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질 관리를 위해선 교육 등을 필수·의무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또 국가암검진 체계를 고도화하고 평가 체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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