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대한약리학회 신찬영 학술위원장·이송진 제약약리위원장

“약리학자는 신약개발 단계를 이어주는 브로커, 중매쟁이다. 한마디로 약리학자는 신약개발 매치메이커(Match Maker)다.”

지난 26일 세종대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약리학회 춘계워크숍에서 신찬영 학술위원장(건국대의대)과 이송진 제약약리위원장(CJ헬스케어)은 신약개발에서의 약리학자의 역할에 대해 이 이같이 표현했다.

국내 제약산업의 최대 화두인 혁신신약(First-in-class) 개발에 산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약리학으로, 대한약리학회는 올해 학회 내 제약약리위원회를 만들어 산업과 학계 간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성공적인 우리나라 신약개발을 위한 약리학적 제언’이라는 주제의 춘계워크숍에는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유한양행, 동아ST, 보령제약, 동화약품 등 국내 상위 제약사 임원들이 대거 참석해 관심을 드러냈다.

대한약리학회 신찬영 학술위원장

-올해 학술대회는 신약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신약개발에서 약리학자의 역할은.
(신찬영) 그간 신약개발 초기 단계에서만 약리학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약리학에는 독성, 임상 등의 분야가 모두 포함돼 있다. 약리학자는 대부분이 독성학을 잘하고, 전임상 및 임상 경험도 많다. 각 개발단계를 연결해 줄 수 있는 적절한 위치에 있는 게 바로 약리학자다.

한마디로 약리학자는 신약개발의 중매자(matchmaker)로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춘계워크숍 역시 신약개발을 위한 A부터 Z까지 훑고 그 과정에서 약리학자가 중매자로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자 했다.

(이송진) 그동안 기업들은 약리학에 대한 관심이 적었고, 학술대회 참여도 저조했다. 신약 개발에서 중요한 기반은 약효이고, 여기에 독성시험도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화합물에 의한 독성인지, 약리작용에 의한 독성인지를 해석하려면 약리학을 알아야 한다. 인체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도 마찬가지다. 그간 이런 부분에 대한 인식이 미흡했다. 혁신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약리학의 위상이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

-산업·정부·학계 모두 신약개발을 이야기하지만, 협조가 잘되는 것 같진 않다.
(신찬영) 맞다. 학계는 학계대로 불만, 업계는 파이프라인이 없다고 불만을 드러낸다. 정부가 각종 지원사업을 하고 있지만, (지원사업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등) 검토가 필요하다. 이러한 각각의 입장과 상황을 조율하는 게 약리학회의 역할이다. 연구자들은 자신이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를 기업과 이전 조율 과정에서 틀어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10년 연구 결과에 1억원의 비용을 제시한다며 화를 낸다. 각자 역할을 이해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이 필요하다. 약리학회가 그 역할을 할 것이다. (산학연 간) 이해도가 높아지면 오픈이노베이션이 보다 활발해질 것이다.

대한약리학회 이송진 제약약리위원장

-대한약리학회는 올해 들어 다양한 위원회를 만들었는데 특히 제약약리위원회 신설이 눈에 띈다.
(이송진) 학술과 비즈니스의 융합을 위한 기반을 만드는 게 목표다. 나를 포함해 동아ST, 유한양행, 안국약품, 현대약품 등 총 6명이 위원이다. 학계와 벤처기업 등과 기회를 모색하고, 신약개발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내는 게 우선 과제다. 하반기에는 벤처기업과 기업을 연계할 수 있는 주제로 워크숍 개최를 고민 중이다.

실무자 외에 결정권자가 약리학의 중요성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 제약사들은 미투 신약(Me Too)신약은 해봤지만 혁신신약(First-in-class)개발은 두려워한다. 혁신신약 개발 실력이 정말 되는지 의문을 갖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의문을 해소하고, 각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논의할 것이다.

-학계와 산업계를 연결하려는 노력은 있었지만 성과가 좋진 않았다. 약리학회가 혁신신약개발을 위한 인큐베이팅 역할을 하겠다는 것인가.
(이송진) 인큐베이터 역할은 돈이 있는 기업이 해야 한다. 학회는 각 분야의 사람을 모으는 모임의 장 역할이다. 기업에 오래 있다 보면 연구에 매진하느라 학회에 참여하지 못하고, 그러다보면 감(感)이 떨어지기도 한다. 최신지식은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진다. 그런 역할을 보다 활발히 할 생각이다. 한국이 혁신신약개발 도약의 기회를 만들고자 노력할 것이다.

-신약개발을 위한 학회의 계획은.
(신찬영) 스탠포드대학이나 하버드대학 등에선 약리학자가 신약개발 프로그램이 참여한다. 이들 학교는 기초 타깃에 대해 자체적으로 지원한다. 약리학을 포함해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만들어 연구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며 특허권 정리도 한다.

이렇게 2년 정도 인큐베이션을 진행하면 연구물 중 56%가 다음 단계로 진입한다. 이는 어마어마하게 높은 확률이다. 또 그 중 20%는 상용화단계까지 성공한다. 물론 연구자의 기초역량이 높은 탓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렇게 할 수 있는 회사나 학교가 없다. 한국에서는 학회가 그런 역할을 해야한다.

기초연구 분야 연구자들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워크숍 등을 개최하고 그들을 연결해 신약개발의 '촉진자' 역할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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