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 낮은 보험가로 9월 국내서 철수…흉부외과 “소아환자 수백명, 수술도 못받고 사망 우려”

선천적 복합심장기형 소아환자 수술에 필요한 치료재료가 정부의 저수가 정책으로 공급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국내에 유일하게 인조혈관을 공급하던 W L 고어 앤 어소시에이츠(W. L. Gore & Associates, Inc.)가 9월 인조혈관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

이에 따라 연간 수백명에 달하는 선천성 복합심장기형 소아환자가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할 처지에 놓였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와 대한중재혈관외과학회는 지난 2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은 사태를 폭로했다.

학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 2012년 G군 수입원가 재평가에 따른 보험상한가 인하 조정으로 인조혈관 보험상한가를 최대 22% 인하했다.

또한 2016년 6월과 12월에도 인조혈관 제품들의 수입원가 조사에 따른 보험상한가 인하를 결정, 재차 18.8~19% 인하했다.

이에 따라 고어가 국내에 판매하는 인조혈관 제품 중 하나인 ‘STRETCH TYPE(보험코드 G0434004)’의 경우 2016년 보험상한가가 46만4,890원이 됐다. 이는 같은 제품의 미국(82만1,825원)과 중국(147만4,616원)에 비해 크게 낮은 가격이다.

낮은 보험상한가로 인한 국내사업 수익 저하가 우려되자 고어는 인조혈관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하지만 고어가 국내에서 철수하기로 한 결정적 이유는 이같은 가격이 타 국에 알려질 경우,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낮은 판매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결국 고어는 지난 2월 27일 인조혈관 제품 국내 공급 종료 방침을 국내 총판인 Medical C&C에 통보했으며, 오는 9월 30일자로 대리점 계약을 종료한다.

문제는 고어가 인조혈관 제품의 공급을 중단하게 될 경우 선천성 복합심장기형 소아환자 수술에 꼭 필요한 3.5~5㎜ 인조혈관이 국내에서 사라지게 된다는 데 있다. 이 제품은 고어의 인조혈관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김웅한 교수(소아심장)는 “성인이 사용하는 인조혈관은 많이 있지만 소아에 사용하는 인조혈관은 수요가 적어 시장이 작다. 하지만 만들기 위해서는 첨단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어의 제품이 세계에서도 독보적”이라며 “다른 인조혈관들도 나오긴 했는데 (질이 좋지 않아서) 다 퇴출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검증된 데이터를 가진 제품은 고어의 인조혈관뿐이다. 대체품이 없다”며 “당장 복합심장질환을 갖고 태어나는 아이들은 이 제품을 써야 하는데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흉부외과학회 심성보 이사장은 “흉부외과 치료재료는 대부분 다품종 소량생산이다. 가격차를 보전해 주지 않으면 안된다. 좋은 물건은 이윤을 확보해줘야 한다”며 “학회가 업체를 두둔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나서는 것은 안정적으로 치료재료가 공급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 이사장은 “선천성 복합심장질환 소아환자의 경우 태어나서 며칠 후 수술을 해야 한다. 치료재료가 없어 수술을 못하면 사망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나”라고 덧붙였다.

이에 학회는 ▲치료재료 공급중단으로 최선의 진료를 받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거나 국민건강에 해가 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관계당국 및 관련업체는 현 사태의 원인과 문제점을 조속히 파악해 수술이 필요한 국내 환자가 적절한 시기에 양질의 제품으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관계당국은 국민건강에 필수적인 치료재료가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고어는 40년 이상 의료사업에 종사한 기업윤리를 바탕으로 환자의 생명에 직결되며 대체 품목이 없는 제품의 국내 공급 중단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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