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의사회 “의사 과실 명확할 때만 형사 책임물어야”

분만 중 부주의로 독일인 산모의 태아를 숨지게 했다는 혐의로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금고형이 내려지자 동료 의사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태아사망 사건과 관련해 산부인과 의사에게 금고형을 선고한 인천지방법원 판결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이런 판결이 이어진다면 대한민국의 분만 인프라가 무너지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의료사고로 인해 의료인의 형사적 책임을 묻는 경우는 의사의 과실이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실할 때만 이뤄져야 한다”면서 “심한 진통 중에 있지 않는 산모에게서 산부인과 의사가 1시간 30분간 태아의 심음을 측정하지 않은 것이 형사처벌을 할 만큼 확실한 과실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들은 “이런 사례로 의사를 형사처벌이 사례가 계속된다면 산부인과 의료, 특히 지역의 산부인과 의료는 고사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의료 현장에서 분만을 기피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고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 기피와 병원들의 분만 기피가 맞물려 이른바 ‘출산 난민’ 현상 역시 가속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도 지난 13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판결은 의사가 태아를 죽인 것이 아니라 의사가 위급한 죽음에 이르는 태아를 살려내지 못한 점이 감옥에 갈 사유가 된 것”이라며 “화재현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소방관에게 형사책임을 묻고 과실치사로 감옥에 보낸다면 누구도 소방관을 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분만에서 태아를 살려내지 못했다는 것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는 “이러한 비이성적 판결이 용인된다면 대한민국 산부인과 의사는 부득불 분만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면서 “이에 따른 분만인프라 붕괴의 모든 책임은 산부인과 의사를 사지로 몰아간 법원의 황당한 판결에 있다”고도 했다.

한편, 인천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던 A씨(산부인과 전문의)는 지난 2014년 11월 25일 독일인 산모의 분만 과정에서 태아가 심정지로 사망하자, 적절한 의료적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업무상과실치사)로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법은 지난 7일 A씨에게 주의의무 위반의 책임을 물어 금고 8개월의 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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