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학회 김대중 이사 “유일한 비만 예방법은 섭취 열량 줄이고 활동량 늘리는 것”

한 때 붐을 일으켰던 ‘고지방 저탄수화물식’ 다이어트에 대해 의료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 있어도 장기간 계속될 경우 각종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대한비만학회 김대중 학술이사(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는 지난 7일 쉐라톤디큐브호텔에서 열린 ‘비만학회 제46차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 발제를 통해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은 의학적으로 그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치명적인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방법”이라며 “유일한 비만 예방법은 섭취 열량은 줄이고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이사에 따르면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은 지난 2004년 스웨덴에서 유행처럼 번지면서 유명해진 것으로 당초 스웨덴 정부 정책은 저지방식을 권장하는 방향이었으나 이 식단이 알려지고 붐이 일면서 국민들이 지방을 마음껏 섭취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한 언론을 통해 소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김 이사는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고지방 저탄수화물식을 장기간 지속할 경우 저밀도 콜레스테롤(LDL)이 증가해 각종 심혈관 질환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면서 “미량영양소 불균형과 섬유소 섭취 감소로 체내 염증반응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탄수화물 섭취가 극도로 제한되기 때문에 신체 활동에 필수적인 복합당질이 우선적으로 부족해지고 포도당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아 집중력이 저하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유럽 란셋(The Lancet)에서도 ‘고지방 저탄수화물식단’이 단기적으로 체중감량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이는 매우 단기간의 효과이고 부작용이 크다고 발표했다”면서 “이러한 결과는 스웨덴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와도 같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특정 영양 성분의 섭취를 극단적으로 줄이는 것보다 전체적인 섭취 열량은 줄이고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 비만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김 이사는 강조했다.

김 이사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은 풍선과 같아서 어떤 것을 줄이면 어떤 것은 자연스레 올라가게 된다”면서 “어떤 성분을 더 먹거나 덜 먹은 것은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 식단이 가지고 있는 장단점을 분석하고 자신의 식사습관을 정확히 파악해 영양소를 고르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이어 “전체 섭취량을 줄이지 않으면 비만은 해결할 수 없다”면서 “비만 치료의 핵심은 칼로리를 줄이는 것이다. 단기간 효과를 보기 위한 극단적인 다이어트는 이전보다 더 비만을 치료하기는커녕 더 비만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영양 섭취 못지않게 활동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체내에 영양분이 축적되지 않도록 운동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자리에서는 비만대사수술 급여화와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만학회 이주호 베리아트릭위원회 이사(이대목동병원 외과, 사진)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고도비만(BMI 30 이상)과 초고도비만(BMI 35 이상) 환자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면서 “2012년~2013년 고도비만 및 초고도비만 환자비율은 10년 전보다 각각 1.59배, 2.64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회에서 가장 액티브하게 활동하는 20대와 30대 연령에서의 고도비만 비율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월등히 높다”면서 “젊은 세대의 비만율이 높다는 것은 우리나라 미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의 고도비만 비율도 다른 계층보다 훨씬 높다”면서 “비만으로 인해 동반 질환 발병률도 함께 높아져 의료비 지출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고도비만의 유일한 치료법인 비만대사수술의 정착이 시급하다”면서 “수술의 급여화를 통해 비만대사수술을 제도권 내에 포함시켜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고도비만 환자들이 안심하고 치료받는 의료 환경이 조성되려면 정부의 제도적 기반 마련에 더해 사회적 인식개선을 위한 계몽과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면서 “학회차원에서도 비만대사수술 효과의 극대화와 안전성 확보, 수술의 질 향상을 위한 인증제도를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유사 이래 인류의 수명은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만약 수명이 줄어드는 날이 온다면 그것은 비만 때문일 것”라며 “이런 비만에 대해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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